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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우리 집에서 팔짱 끼고 노래하는 테라이와 동윤이
지난 여름 우리 집에서 팔짱 끼고 노래하는 테라이와 동윤이 ⓒ 정철용
늦은 아침 식탁에 앉은 동윤이에게 “뭘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 대면서 녹음을 했니?”라고 물어보았더니, “일급비밀”이라며 말을 안 합니다. 분명 비밀 축에도 끼지 못할 이야기들이겠지만 나는 딸아이의 비밀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더 캐묻지는 않았습니다. 한창 꿈 많은 나이이니, 이러쿵저러쿵 친구에게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좀 많겠어요.

그런데 동윤이는 아침을 먹고 나서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게도 한 마디 하라며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엉겁결에 나는 “해피 버쓰 데이, 테라이” 라고 말해주고, 한국말로도 “생일 축하해” 라고 말해 주었지요.

우리 집에 자주 전화를 걸어오는 테라이는 가끔씩은 분명한 한국말로 “제니(딸아이의 영어 이름) 좀 바꿔주세요” 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 말은 테라이가 한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배운 몇 안 되는 한국말 중의 하나이지요. 내 목소리가 담겨 있는 이 테이프를 듣게 되면 이제 생일 축하의 말도 한국말로 배우게 되겠군요.

그런가 하면 동윤이는 피아노 연주 소리도 녹음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연주한 곡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부탁해서 몇 곡을 녹음하더군요. 그렇게 한 녹음 작업은 어제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모두 끝났습니다.

녹음을 다 마친 동윤이는 몹시 뿌듯한 모양입니다. 값으로 치자면 얼마 나가지 않겠지만 마음과 정성을 담았으니 이 얼마나 멋진 선물입니까! 동윤이의 그 마음과 정성이 테라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리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테라이가 이 테이프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훗날 다시 듣게 된다면 그 얼마나 멋진 추억이 될까요!

이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돈으로 때우는 선물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마음과 정성이 담긴 선물이 받는 사람을 더 감동시키고 기억에도 더 오래 남게 되는 법이지요.

딸아이가 친한 친구에게 주려고 만든 이 작은 생일 선물 앞에서 그동안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었던 값비싼 선물들이 문득 초라해집니다. 아이들은 정녕 어른들의 아버지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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