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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 아저씨의 율동에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게 따라합니다.
뽀빠이 아저씨의 율동에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게 따라합니다. ⓒ 김민수

뜨거운 여름입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합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종달교회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 2박 3일간의 여름성경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단순한 종교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서 아이들에게 놀이문화의 맛을 알려주고, 더불어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쳐줄 수 있는 좋은 시간입니다.

요즘은 시골 아이들도 도시 못지 않은 사교육의 열풍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을 곁에 두고도 이방인처럼 살아가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어쩌면 시들한 여름성경학교도 이 곳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름성경학교가 다가오니 아이들이 작년 생각이 나는가 봅니다.

"올해도 뽀빠이 아저씨 와요?"
"그럼, 올해도 뽀빠이 아저씨 온단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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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 아저씨의 보람찬 휴가 나기

뽀빠이 아저씨 신기철
뽀빠이 아저씨 신기철 ⓒ 김민수
뽀빠이 아저씨, 신기철(35·늘푸른기획 대표)씨는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학을 전공했습니다.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재창조'라는 레크리에이션의 본래 의미를 추구하는 뽀빠이 아저씨는 작년에도 여름휴가철을 맞이하여 여름성경학교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해 주었습니다.

뽀빠이 아저씨의 힘은 아이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소극적인 아이라도 신나는 음악과 적절한 멘트로 진행되는 놀이에 빠져들어 자기가 춤을 추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놀이에 취합니다.

'아이들이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될까?'

두 조로 나눠 조 이름을 각자 정하라고 했습니다. 한 조는 '백두산'이요, 다른 조는 '한라산'입니다. 백두산이 나왔으니 한라산이 나온 것이겠지만 아이들이 지은 조의 이름이 참 의미가 깊습니다.

마냥 즐거운 아이들
마냥 즐거운 아이들 ⓒ 김민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행복합니다. 그들의 까르르 웃은 웃음소리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침잠해 있는 낡은 찌꺼기 같은 것들을 다 씻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아 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욕심, 파행적인 학교교육으로 인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생길에 접어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공부란 것은 본래 즐거운 것인데 고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학창 시절 그 지긋지긋하던 공부하는 방식과 시험제도를 기성세대가 된 지금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으니 교육이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등과 꼴등을 나누어야만 속이 편한 어른들, 한 사람의 인격까지도 등수로 나눠버리려는 어른들과 내 자식만 잘 되면 남의 자식이야 어찌되는 상관없다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어른들 모두가 공범이겠지요.

율동을 하는 뽀빠이 아저씨
율동을 하는 뽀빠이 아저씨 ⓒ 김민수
뽀빠이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거든요. 요즘 말로 하면 아이들과 코드가 맞는다고나 할까요?

놀이에 맞춰 나오는 노래가 다르고, 율동이 다른데 그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뽀빠이 아저씨는 절대로 입만 가지고 아이들을 현혹하지 않습니다. 각 상황에 맞는 소도구들과 미리 교사들과 만들어 놓은 각본에 따라 진행을 하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놀이에 푹 빠져듭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서는 감히 구경할 수 없는 자잘한 놀이기구들을 남대문시장에 직접 나가서 사왔답니다. 이 곳에서 2박 3일 무료로 봉사를 하면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억울할 텐데(?) 그런 것들까지 손수 마련해 오는 정성에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하는 수고까지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름휴가를 이 곳에서 봉사하며 보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뽀빠이 아저씨는 결혼을 하고도 몇 년이 지났는데 기다리던 아기를 낳지 못해서 애를 태웠습니다. 그런 고민을 알고 있던 제가 지난 해 한라산의 정기를 받아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지난 여름 성경학교를 마치고는 새벽같이 정말로 백록담까지 올라갔다 오더군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옥동자를 낳았죠. 그래서 제가 올해 아들 턱을 내라고 했더니 이렇게 바리바리 준비를 해서 제주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여름성경학교 시간표
여름성경학교 시간표 ⓒ 김민수

뜨거운 햇살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그늘진 실내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하지만 놀이라는 것이 재미있다고 자꾸만 하면 싫증이 나는 법이고, 가장 재미있을 때 끝내야 다음 활동이 기대되는 법이니 내일을 기약합니다.

뽀빠이 아저씨가 워낙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니 정작 목사인 나는 낄 자리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어린이부 교사들한테 자꾸만 내 인기를 침식당하고 있던 차라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뽀빠이 아저씨까지 가세하니 아이들은 이제 제가 없어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면서도 종교적인 색채를 가급적이면 내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냥 모든 어린이들이 다 와서 즐겁게 놀면 되고, 그런 즐거운 놀이와 추억들을 종달교회에서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당근송과 우유송이 쾅쾅 울려대고, 간혹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들이 울려 퍼지지만 그것 가지고 문제 삼지 않는 교인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뽀빠이아저씨가 찍어주었습니다. 덕분에 필자(뒷줄 왼쪽 세번째)도 사진에 찍혔습니다.
뽀빠이아저씨가 찍어주었습니다. 덕분에 필자(뒷줄 왼쪽 세번째)도 사진에 찍혔습니다. ⓒ 신기철

하루 활동을 마치고 참석한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이제 오늘 참석한 아이들이 친구들을 만나면 작년에 왔던 뽀빠이 아저씨가 또 왔다며 소문을 낼 것입니다.

여름휴가를 매일 하는 일과 거의 유사한 일을 하면서 봉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휴가라고 하면 평상시에 하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것인데 서울에서도 한창 캠프를 진행하다가 짬을 낸 휴가기간에 또 땀을 흘리며 아이들과 지내는 일을 즐겁게 하는 뽀빠이 아저씨는 휴가를 진정 즐길 줄 아는 비법을 터득한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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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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