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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본사
SK텔레콤 본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25일 오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을 2005년 말까지 합병 당시와 같은 52.3%로 유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김 사장은 "SK텔레콤이 업체간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다른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 WCDMA나 위성DMB 등 신규사업이나 해외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통시장 조기안정화와 이통사들의 수익성 제고, 신규 투자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5월 25일 오후에는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과 신세기 통신의 합병을 인가하면서 내걸었던 합병인가조건 3항 단말기 보조금 금지를 SK텔레콤이 위반했는지, 또 SK텔레콤에 대해 독점규제를 해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동안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던 SK텔레콤이 스스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심의위에서 SK텔레콤의 불법보조금 지급 등에 대해 영업정지와 같은 고강도 처방이 나오는 것을 무마하려는 목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스스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겠다고 한 이유

김 사장도 "이번 발표가 심의위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심의위에서 우리의 의지를 그대로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오후에 열린 심의위에서는 SK텔레콤의 발표를 심의위원들이 따로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당시 박수일 심위위원장은 심의결과를 발표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SK텔레콤의 선언이 심의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심의위에서는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고 SK텔레콤은 119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 정도면 SK텔레콤으로서는 선방한 셈이었다.

심의위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을 피했지만 정통부 통신위원회에서는 별도로 6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반복되는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단말기보조금 지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6월 24일 함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통통신 3사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클린 마케팅' 선언을 했다.

클린마케팅 선언에 대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는 업계의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당시 선언의 주요 내용은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와 방문판매를 통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위, 대학, 기업 등 법인에 각종 지원금 형태의 우회적인 보조금 지급행위와 직원을 동원한 인적 판매 형태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를 중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7월 1일, KTF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옮길 수 있는 양방향 번호이동성제가 시작되자 불법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SK텔레콤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클린마케팅' 선언 1주일 후 다시 보조금 지급 재개

SK텔레콤 대리점
SK텔레콤 대리점 ⓒ 오마이뉴스 이승훈
이미 통신위로부터 40일의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상태였고 통신위가 다시 불법 행위가 반복될 경우 가중처벌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음에도 7월 1일이 되자 일부 SK텔레콤 대리점에는 다시 '공짜'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SK텔레콤은 또 다시 대리점, 가판이나 법인 특판 등을 통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 기간 동안 KTF에서 SK텔레콤으로 넘어간 고객들 중 상당수는 공짜폰을 받았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7월초 번호이동 초기에 일부 대리점에서 단말기의 출고가 이하 판매행위가 빚어진 것은 본사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일부 대리점들의 지나친 판촉활동 등 번호이동 초기 운영 미숙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공짜 단말기 판매에는 SK텔레콤 직원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SK텔레콤 직원들은 일반 대리점에서 30만~40만원에 판매되는 최신형 핸드폰을 공짜로 주위의 KTF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이들을 SK텔레콤으로 옮겨오게 했다.

KTF가입자 대학원생 A(27)씨는 SK텔레콤에 다니는 친구를 둔 덕에 초기 가입비 5만원에 공짜 단말기를 받고 SK텔레콤으로 옮길 수 있었다. A씨는 "이번에 SK텔레콤으로 옮긴 이유는 돈 들이지 않고 단말기를 새 것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직원들도 '공짜폰' 판매 나서

이처럼 SK텔레콤이 약속을 어기자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통신위가 SK텔레콤에 대한 강력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SK텔레콤은 뒤늦게 방문판매, 특별판매(특판), 가두판매(가판) 등 정규 유통망을 통하지 않는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불법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또 출고가보다 너무 낮은 가격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는 대리점에 대해 7일간 영업전산 차단조치를 취하고 40여개 대리점에 경고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김신배 사장도 임원회의에서 "가입자를 10만~20만명 늘리려다 추가제재를 받게 되면 책임을 묻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SK텔레콤의 노력은 때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이미 보조금 지급이라는 불법행위는 SK텔레콤 대리점이나 직원들에 의해 저질러졌고, 이동통신시장에서 불법행위 엄단을 천명했던 통신위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오는 26일 통신위는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날 안건으로는 SK텔레콤의 불법 보조금 지급이 단독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통신위는 SK텔레콤만 단독 안건으로 상정된 이유에 대해 "조사된 위반 사례의 90%가 SK텔레콤의 위반 사례다"며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도 일부 위반사례가 적발됐지만, SK텔레콤에 위반 사례가 특히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열린 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통신위는 이날 이통3사와 KT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7일 열린 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통신위는 이날 이통3사와 KT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26일 통신위, SK텔레콤 불법 보조금지급 단독 안건 상정

26일 통신위에서 어떤 수준의 제재조치가 내려질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6월 통신위는 이통3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또 다시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적발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연장이나 대표이사 형사고발 등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한 업체의 의해 먼저 시작될 경우 경쟁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기존 가입자나 신규 고객을 빼앗길 수 없기 때문에 함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고 시장은 혼탁경쟁양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불법 보조금 지급은 이를 유발한 사업자에게 엄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또 땅에 떨어진 통신위의 권위를 회복하고 이동통신 시장의 안정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 특히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신규투자에 문제가 생긴다고 외면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단말기보조금 지급 등 불법 마케팅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통신위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SK텔레콤도 "우리나라는 규제백화점"이라고 볼멘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보조금 지급 않겠다고 스스로 한 약속만은 지키고 몸집에 걸맞는 공정경쟁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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