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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마포 기동수사대 현관에서 수십명의 경찰들에 에워싸인 채 유씨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18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마포 기동수사대 현관에서 수십명의 경찰들에 에워싸인 채 유씨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씨 사건과 관련, 시민이 잡은 유씨를 경찰이 체포한 것으로 공을 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경찰측은 "관련 사실은 당초 발표한 그대로"라면서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2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2일 임씨의 동거남과 잘 알고 지낸다는 K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K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사망한 임씨가 행방불명되기 전까지 함께 있었다는 임씨의 친구 L씨의 증언을 소개했다. L씨는 사망 당시 시점인 12일 전후 조모상을 당해 문상한 뒤, 친구인 임씨를 만나러 의정부로 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곧바로 L씨의 집인 서울 삼성동으로 향했다. 상을 치르는 과정에서 피곤했던 L씨는 쉬려고 했지만 임씨는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L씨의 차를 빌려 타고 나갔다. 이 시점이 13일 새벽이고 이후 임씨는 연락이 두절 됐다.

"경찰 발표 살해시점 이후 세 차례 더 통화 기록 있어"

K씨는 자신이 입수한 임씨의 통화기록에 경찰이 발표한 13일 새벽 1시 42 분 이후에도 임씨가 누군가와 통화한 기록이 나와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경찰이 밝힌 살해시점, 이게 대단히 중요한데요. 13일 새벽 1시 42분, 이게 마지막 희생자 임씨가 살해당한 시점인데 그 후에도 통화한 기록이 있다면서요?(손석희)
"예, 이후에도 통화한 기록이 세 건이나 나와있습니다.(중략) 제가 본 바로는 019로 시작하는 번호의 사람과 12일 새벽부터 한 7차례 통화한 걸로 있거든요. 범인 유씨하고 만나기 전과 후로 각각 합쳐서 7차례입니다."

- 마지막 통화가 019였단 말이죠?
"예, 맞습니다. 시점은 새벽 3시 18분입니다."

- 범인 유씨, 그건 몇 시로 나와 있습니까?
"제가 여기서 보니까 1시 37분, 1시 42분에…(중략) 유씨하고 통화한 마지막 시점은 1시 42분이라고 돼 있는데요."

K씨의 말에 의하면 임씨는 살해 시점에 유씨와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해 시점 이후 통화했다는 019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K씨는 용의자 유씨의 또다른 번호가 아닐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경찰이 시민이 잡은 용의자를 함께 잡은 것처럼 하자고 회유"

이날 인터뷰에서는 용의자 유씨를 L씨와 그의 후배들이 잡았지만 경찰에서 회유 끝에 함께 잡은 것처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K씨에 따르면 L씨는 후배로부터 '임씨가 몰고간 L씨의 차가 견인차량보관소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L씨는 곧바로 보관소에 갔는데 '차 안은 청소한 것처럼 깨끗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L씨는 후배들과 견인된 장소 주변을 뒤지다가 용의자 유씨를 잡았다는 게 K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임씨와의 연락이 두절된 뒤, 용의자 유씨가 보도방에 다시 전화를 해 다른 여성을 보내 유인한 뒤 잡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K씨는 임씨의 동거남인 후배의 증언을 설명했다. 17일 서울시경 기동수사대에 갔는데 L씨와 다른 여성 1명, 그리고 3명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경찰관이 건장한 남자 세 명과 아가씨 두 명(이 중 한 명은 L씨)을 복도 끝으로 데리고 갔답니다. 경찰관이 남자 세 명한테 신문하듯이 '이번에 잡은 거, 같이 잡은 걸로 해달라'고 흥정 비슷하게 하고 있었답니다."

K씨는 이밖에 살해된 임씨가 보도방의 알선으로 용의자 유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친구 L씨가 함께 자고 있다가 나간 것으로 얘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련 사실은 당초 발표한 그대로"

이날 시선집중의 보도에 대해 서울시경 기동수사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에 나왔던 제보자는) 현장에 있던 사람도 아니고 피해자 남자친구의 친구로 알고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토막말만 듣고 인터뷰한 것 같다"며 "처음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유영철씨를 누가 잡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유씨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조사해야 하는데 언론은 그런 본질적인 이야기는 뒷전이고 '방송에 나간 게 맞는가' '현장에 있었냐'는 껍데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경찰 관계자와 나눈 대화 전문이다.

- 오늘 아침 방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에 나왔던 제보자는) 현장에 있던 사람도 아니고 피해자 남자친구의 친구로 알고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토막말만 듣고 인터뷰 한 것 같다. 처음 발표한 내용이 맞다."

- 그렇다면 '경찰의 회유'는 어떻게 나온 말인가?
"내가 당사자다. 현장출동도 내가 했다. 사실 당시 현장에서는 큰 사건인지 몰랐다. 단순 납치-인신매매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큰 사건인지 알고 '우리가 당신들이 도와줘 범인을 잡은 것 같다. 피해자를 더 찾아야 하는데 피해자 찾으려면 당신들이 수소문하는 게 나을 것 같으니 앞으로도 도와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생각해봐라. 여러 사람들이 나와 있는 경찰서 복도에서 나도 경찰관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달라."

- 처음 체포 현장에서 검거는 누가 했나? 구체적으로 말해줬으면 한다.
"먼저 내게 첩보를 준 사람(아래 A씨)에게 파출소로 가서 경찰에게 사복을 입고 나오도록 주문을 했다. 파출소 직원은 형사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으면 도와줄 수 있게 돼 있다. 112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를 하면 경찰차가 올 것이고 범인은 도망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A씨와 사복을 입은 파출소 직원 그리고 내가 현장으로 갔다. 범인 검거 당시 A씨와 함께 온 민간인 4명도 함께 있었다."

- 경찰 발표 사망시점 뒤 통화기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유영철이 수사방향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누른 것이다. 대상이 누군지는 모르다. 지금 수사 중이다. 유씨를 누가 잡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유씨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조사해야 하는데 언론은 그런 본질적인 이야기는 뒷전이고 '방송에 나간 게 맞는가' '현장에 있었냐'는 껍데기만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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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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