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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부장판사
김용균 부장판사
"송두율 교수 사건은 개인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화두였다. 기록도 방대하고 워낙 국민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판결과 결론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어 모두가 재판관이었다. 어떻게 부담을 안 갖겠나. 이번 판결이 시의 부적절한 이념을 해소하는 데 단초가 됐으면….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김용균 서울고법 형사6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선고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심리가 거의 끝난 뒤 3주 동안 다시 검토할 때는 매주 산행을 하면서 고민했다"며 "사실관계에 대해 수시로 토론하면서 윤곽을 잡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남는 유죄 사실을 어떻게 해서 형량을 정해야 할지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김 부장판사는 10년 전 사안인 송 교수 사건을 판단하는데 있어 현재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와 안보상황 등을 정상 참작하는 등 나라 안팎의 변화를 고려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결국 "최종적으로 '끌어안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자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한편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선고했다"고 밝혔다.

선고를 내리고 퇴장할 때 잠시 멈춰선 판사... 국기에 대한 경례

김 부장판사는 국민들이 이번 판결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다소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 판결이 저로서는 남달랐는데, 내 나름대로 여론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지 하는 충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를 내리고 퇴장할 때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왜 멈춰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일부러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모든 국민들에게 다 잘 전달되고 수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답변했다.

김 부장판사는 심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연적인 사실인정의 문제 ▲저술활동에 대한 평가가 국가보안법으로 어떻게 해석·적용해야 할지 및 '지도적 임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의 문제 ▲양형의 문제 등 3가지 부분이라고 했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사실인정' 부분을 평가하면서 생기는 의심들에 대해 형사소송법 원칙을 엄격히 적용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심리를 하면서 갖는 의심이 합리적인 것인지 고민했다"며 "형사소송 원칙으로 들어가 보니까 첫번째 결론을 내리는데 큰 진통없이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에서 제시한 유죄 증거는 40%가 확신이고, 60%가 심증이기 때문에 유죄를 인정한 상태에서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재판은 한 사람을 최고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를 낮춰 볼 수는 없었고, 일반 사건과 똑같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 저술,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친 부분 없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송 교수의 저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친 부분을 적용해 법조에 따라 검토했다"며 "그렇게 보니까 저술의 내용이 우리 체제에 위해를 가하는 내용이 아니고, 일간지나 출판물 등을 통해 충분히 비판을 거쳐 여과되는 성질의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송 교수가 제기한 이론들은 우리나라의 유명 학자들의 학술토론을 거치면서 나온 것들이란 점을 고려했다"며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칠 명백한 표현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법이 지닌 '자유정신'과 역사적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의 문제'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전했다.

"법은 사회의 통제기능이 아니라 통합기능 하는 것 바람직"

특히 김 부장판사는 "우리 내부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법이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고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고 후에 인터넷을 통해 보도된 기사의 리플을 보니 벌써 '빨갱이 판사'라고 달려 있었다"며 "이제는 결론에 대해 잘잘못을 떠나 충분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법률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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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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