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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피서를 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공간에서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을 얻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하여 마냥 기분 좋은 마음으로 떠나기에는 준비해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저것 구입하고 길을 나서면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비, 여행 경비 등등 소요되는 비용이 그리 만만치 않다. 게다가 몰려드는 휴가객들로 짜증나는 교통 정체와 바가지 요금, 북적대는 사람들로 인한 피곤함 등 무작정 떠나기엔 감수해야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이럴 때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귀차니스트라면, 수도권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대충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수박을 까먹고 뒹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고 하여 황금 같은 휴가 기간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영화 보기나 수박 먹기로 소일하기엔 너무 아깝다.

새로운 공기를 맛보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것이 목적이라면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좋은 특별 전시들이 많이 열리고 있어 외국을 가지 않고도 유명 외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가볼 만한 외국 작가의 전시회들은 7월 15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 전>과 현재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달리 전>이 있다.

7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 3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색채의 마술사 - 마르크 샤갈 전>은 '도시 위에서'와 같은 그의 대표적인 유화 작품을 비롯하여 12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3개월의 긴 기간동안 전시되는 만큼 여름 내내 더위를 피하고 싶은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리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순회전 <살바도르 달리 전>은 현재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9월 5일까지 개최된다. 이 순회전에는 형이상학적인 감각을 표현한 달리의 천재적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조각, 회화, 가구, 패션, 영화 등 38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서울의 달리 전시회에서는 선구적인 초현실주의 영화로 평가받는 달리와 브뉘엘의 합작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가 상영되며 그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은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그리고 '꿈과 환상'이란 주제로 그림, 사진, 감상문 공모전까지 부대 행사로 펼쳐진다.

입장료는 각각 성인 1만원(샤갈), 1만2천원(달리), 청소년 8천원, 어린이 6천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전시들을 보면서 같은 공간에서 전시되는 다른 작품들도 관람한다면 입장료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 수 있다.

<샤갈 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본관 1층에서 <공간(空間)전>이라는 이름으로 조각과 설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선(線)적인 구성을 통해 공간과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와 같은 작품 구성은 우리의 인식 속에 상투적으로 잡혀있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보도록 해 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철을 구부리거나 용접해 만드는 <지혜의 문> 시리즈 작품들을 통해 생명력과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는 신옥주나 철판과 철사 등으로 군집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의 상호 소통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영하, 철사그물 등의 재료를 이용해 벽면을 쌓거나 피라미드를 구축하여 닫힌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김순희 등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시립미술관에는 천경자의 기증 작품을 비롯한 상설 전시가 있다. 이들을 고려한다면 샤갈전의 입장료가 조금 비싸도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예술의 전당 또한 마찬가지이다. <달리전>이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프라하의 빛 - 보헤미아 크리스탈 대전>이 이곳 한가람 미술관에서 9월 5일까지 열린다. <보헤미아 크리스탈 대전>은 시원한 느낌의 크리스탈 제품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또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5시마다 야외 문화광장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다. 공연장이 아닌 탁 트인 광장에서 시원하게 뿜어나오는 음악 분수를 감상하다가 재즈나 타악 그룹, 민속 예술단 등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공연은 무료이고 시원한 파라솔과 의자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굳이 야외에서 즐기고 싶다면 예술의 전당 뒤편에 있는 자그마한 절을 올라가 본다든가 우면산 기슭 산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모두 예술의 전당 뒤편으로 올라가는 길과 안내판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은 예술의 전당 것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야외 공간은 비좁은 편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덕수궁 나들이를 하면 즐거운 야외 나들이가 된다. 덕수궁 내에 위치한 덕수궁 미술관은 궁내 입장료만으로 해결되는데 현재 <2004 올해의 작가 - 정점식 전>과 <아카데미즘과 그 너머 전>이 열리고 있다.

특히 자연과 함께 전시를 즐기기 좋은 곳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추천한다. 야외의 조각 공원을 비롯하여 청계산과 관악산으로 둘러싸인 현대미술관은 자연과 함께 미술품을 감상하기에 적절하다.

현재 이곳의 전시들은 상설 전시를 비롯하여 제 5전시실의 소장품 특별전 <나의 가족, 나의 친구> 전시와 제 6전시실의 <잊혀진 질곡의 유민사 - 신순남의 진혼곡(鎭魂曲)>전이 있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전은 미술가들이 가족, 친구, 주변 인물들을 다룬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신순남 전>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 이주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내팽개쳐진 17만 카레이스키의 고통과 애환의 삶을 기록한 유민 화가 신순남 화백의 기증 작품 특별 전시이다.

두 전시 모두 미술관 입장권(700원)만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 현대 미술관은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여 많은 미술 관람객의 편의와 만족을 제공하고 있다. 7월 22일부터 25일까지는 <나흘 간의 여름 축제>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페스티발 앙상블의 연주회가 열린다.

매주 토요일 현대 미술관의 대강당에서 열리는 토요영화감상회 또한 볼만하다. 매월 프로그램이 바뀌는데 7월의 프로그램은 "미술가의 삶을 그린 영화들"로 진행된다. 8월에는 야외 조각공원에서 야외영화감상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같은 대형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인사동이나 사간동, 평창동 등에 산재된 작은 미술관들도 여름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시원한 냉방기 바람을 맞으며 멋진 작품들에 동화되어 보고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 미술관 마당에 서 보자.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시원한 바람이 어디선가 솔솔 불어 올 듯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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