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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요. 내 폼 어때요?”

대뜸 기자를 보자마자 한마디 던지는 김근용씨(38·정신지체1급). 시합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열심히 연습 중이다.

▲ "제 폼 어때요? 분명히 스트라이크야!"
ⓒ 김현철
볼링시합 1시간 전부터 자리를 빼곡하게 메운 정신지체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흥겨움이 가득하다. 볼링시합이라기보다 장애인들의 잔치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제2회 정신지체장애인볼링대회’가 지난해에 이어 지난 8일 제주 한 볼링장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이 대회는 혜정원 직업재활시설이라는 작은 복지시설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운영위원 8명이 주관했다. 때문에 여느 장애인 행사에 비해 규모도 작고 지원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끈끈한 정이 돋보이는 실속 있는 행사였다.

▲ 대회 시작에 앞서 장애인 대표들이 공을 던지고 있다
ⓒ 김현철
그렇게 작은 행사인 만큼 직업재활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와 운영위원 8명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인다.

볼링대회의 실무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강대선(38·혜정원 직업재활시설장)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돼 기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뛰어 넘어 사랑의 화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앗! 제대로 던졌나?
ⓒ 김현철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여 여가권을 확보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을 위해 열린 이번 대회는 장애인 1명과 비장애인 1명이 한 조인데 두 개의 조가 한 팀이 돼 게임을 펼쳤다. 장애인이 먼저 공을 던지고 비장애인이 나머지를 처리하는 게임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인들은 볼링핀을 하나도 맞추지 못해도 “화이팅”을 외치며 비장애인과 손을 맞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 서로 대화하며 위로해 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모습
ⓒ 김현철
오히려 장애인이 볼링핀 9개를 넘어뜨리고 비장애인이 나머지 한 개의 핀을 처리하지 못하자 손을 맞추며 비장애인을 위로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 그 자체였다.

이날 대회의 우승자는 참가자 모두였다. 숫자로 나타난 볼링 점수는 하나의 기록일 뿐, 오늘 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는 점수란 숫자에 불과한 것이었다.

▲ 혜정원 직업재활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도예소품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대상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 김현철
이 대회를 주관한 한 운영위원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며 “하지만 대회가 돈으로 메워질수록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하고 되도록이면 힘을 모아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또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자원봉사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회를 주관한 한 복지시설과 이렇다할 기념품 하나 없지만 기쁘게 참석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정책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됐다”며 “형식과 겉치레에 치우치는 장애인 행사의 현실 속에서 오늘의 대회는 많은 부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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