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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위원
이상철 위원 ⓒ 김민식
기자가 이상철 위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이 위원은 당시에는 매우 빠른 나이인 30대에 대기업 이사를, 그리고 40대에는 전무를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직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가 교육 관련 직업에 몸담게 된 것은 대기업 퇴직 후, 한 대학의 사무처장직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그 대학이라는 것이 이 위원이 애초에 생각했던 그런 대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 등록금으로 어음을 막는 등, 이 위원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반복했던 것이다. 결국 이 위원은 6개월만에 사표를 냈다.

이 위원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퇴직 후 참여연대에서 시민로비단장을 맡아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개혁입법을 위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공익로비스트 역할이었다.

그리고는 지난 2000년 9월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가 발족하면서 유일하게 개인 자격으로 가입해 활동을 하게 되었다. 대학 사무처장직을 맡으면서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음을 물론이다.

이 위원 이전에 사립대학의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이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뛰어든 예는 없었다. 그의 이력이 남다른 만큼, 대학 사무처장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전도사로 나선 그의 열정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초, 사립학교 개정운동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 온 그를 만나 한국 사회에서 왜 사립학교법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지 들어보았다.

"대학 사무처장 맡은 지 6개월만에 사표 썼다"

- 대기업의 전문경영인에서 어떻게 재단 사무국장 겸 전문대학 사무처장이란 자리로 가게 되었나요?
"제가 재계순위 30위 내에 드는 대기업에서 30대에 이사, 40대에 전무를 했습니다. 그때가 70년대이니 보통 50대가 이사를 할 때지요."

이렇게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1978, 79년경 대기업의 전무이사 시절(당시 44세) 유신반대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된 일, 초대 전교조위원장인 윤영규 선생이 중등교사협의회를 운영하며 전국교사협의회 발족을 준비하던 1987년경 윤 선생을 후원하던 일, 한완상 박사와 평신도교회인 새길교회를 만들어 선교부장으로서 사회참여 및 연대활동을 담당하여 백기완 선생, 이문옥 감사관, KNCC 및 해직교사후원회 등을 돕던 일로 이어졌다. 새길교회의 선교부장직은 일반교회와 달리 여러 진보단체를 후원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고 한다.

사립대학과의 인연은 예순이 넘어서 이씨가 다니던 교회에 C학원 이사장(정00, 전 국회의원)이 장로로 오면서 우연히 맺어졌다. 이 위원은 당시 "자신이 퇴직 후에 교회 일을 맡아 성심껏 하는 모습과 30대에 대기업 이사를 지낸 경력이 (정 이사장에게) 충성심 강한 인물로 보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그때 당시에는 "나름대로 삶의 황혼을 교육사업으로 뜻 깊게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뜻은 무참히 깨졌다.

- 사립대학의 요직에 계셨던 분이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96년 9월에 대학 사무처장으로 가서 6개월만에 사표를 냈습니다. 광주의 모 대학과 경인지역의 모 대학 등 처지가 비슷한 대학들의 사무처장들은 거의가 설립자의 2세였어요. 재단 기본재산은 유용하고, 학생들 등록금으로 돌아온 어음을 막는 등 학교의 재정상태는 엉망인데, 30대 초반의 2세들은 그와 무관하게 외제차 타고 비밀요정을 드나들고, 지갑에는 100만원짜리 수표가 수 십장씩 들어 있더군요. 제가 생각한 교육사업과 다르데요."

당시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설립 당시 C대학의 재단은 교육부에 약정한 100억 중 30여억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였으나 잔고증명서만 발급받아 교육부에 보고하고 재단장부에는 입금기장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단에 돈이 없어 교직원 월급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사무처장 개인명의로 돈을 빌려서 메우게 하기도 했다. 학교건물 공사대금이 없어 재단 계열회사에서 자금을 차입한 뒤 기부금으로 바꿔치기해 부채계정과 자산계정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말 끝에 "사학은 두세 명만 공모하면 얼마든지 공금횡령과 유용이 가능해요. 사립학교에 더 있으면 나도 비리의 공범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빨리 관둬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리 막으려면 이사회 1/3 이상 공익이사로 선임해야"

- 사립대학에도 감사가 있을 텐데요?
"아니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동해대처럼 몇 년에 걸친 비리가 어떻게 가능합니까?"

기자는 그래도 형식으로나마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궁금했고 무엇 무엇을 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이 위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사회가 선임한 감사는 재단 측이 제시한 서류에 서명만 하는 일이 많다. 사립학교법과 그 시행령에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이 2000명 이상이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입학정원 2000명 이하인 경우 현저히 부당한 회계처리를 했을 때에만 감사증명서 제출을 하도록 되어 있어 비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사립학교에는 교육부의 감사가 실시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문대학은 입학정원과 관계없이 비리가 적발될 때에만 교육부 감사가 실시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계속해서 비리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면 얼마든지 횡령과 유용이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고 있고, 현재도 드러나지 않은 부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교비회계와 법인회계의 문제

교비회계는 학생등록금과 재단전입금, 국고보조금으로 이루어지며 거의 대부분 등록금으로 조성된다.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에서 학교시설자산은 재단이 부담하도록 하였으므로 교비회계를 이용해 학교시설을 짓는 것은 위법이지만 교육부가 마련한 시행령, 재무회계규칙, 재무회계 특례규칙 등에서 4년제의 경우 등록금의 10% 정도는 시설투자에 허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전문대는 지침도 없어 마음껏 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회계는 재단의 출연금으로서, 수익사업 통해 그 이익을 재단전입금으로 교비회계를 살찌우는 데 써야 하나 실상은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재단이 부담할 법정전입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 김민식
- 그렇다면 비리를 예방하는 내부 감시장치로 감사가 자리 매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운영주체 즉, 교수협의회, 학생회, 대학노조, 동문회 등이 참여하여 감사 1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에요. 특히 전문대에는 거의 없는 교수협의회가 법제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문대의 경우 정관에 학생회장이 학과장의 추천을 받도록 되어 있는 학교가 많아 학생회가 내부감시는커녕 비판기능조차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밖에 비리예방을 위해 사립학교법이 바뀌어야 할 부분을 지적한다면요?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길은 이사회 구성원의 1/3 이상을 공익이사로 선임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비리에 관여한 이사의 복귀금지 조항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며, 교비회계와 법인회계의 명확한 분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립학교법 개정하지 않으면 공교육 망가진다"

- 사립학교법과 함께 고쳐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죠.
"사학재단이 사학 관련법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익구조도 없는 사학이 기본재산을 유용하고 교비를 횡령하기를 반복하면서 5~6년만에 전문대 이상의 대학 4~5개를 포함한 7~8개의 학교를 설립하는 기가 막힌 비리로 고발되어도 법원이 교육사업에 재투자했다며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기 때문이며, 대학을 공익법인이 아닌 사익법인으로 인정하는 등 사법부와 교육부가 시대착오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지요.

또한 몇몇 사학은 인가부터 설립, 운영의 과정 과정이 불법으로 점철되는데, 그것은 교육 관료의 묵인, 방조, 또는 금품수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립학교법이 바뀌어도 교육부가 시행령을 잘못 만들면 그것도 문제지요. 그리고 교육부의 현재 사학 관련 부서의 인원으로는 정책입안 정도나 가능하지 사학을 관리하는 것엔 역부족입니다. 정리하자면 사법부의 시각, 교육 관료의 정화 및 관점 변화, 교육부의 체계정비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제 경문대학의 경우에는 학교를 매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 공보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사립학교의 경영권 인계·인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힌 적도 있다.

사립학교법 등에 해산 시 국가에 귀속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사립학교는 공익법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공익법인을 매매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나, 우리나라 사법부는 사립학교에 대해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 마지막으로 17대 국회에 바라는 점과 앞으로의 사학법개정운동에 관한 계획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인 공교육이 망가집니다. 여러 사학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교육철학도 없는 설립자와 그의 자식들에 의해 2~3대만 세습되면 거의 온전한 학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건실한 사학들 중엔 지금의 모습을 개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곳도 있고, 스스로 견제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도 엿보입니다. 이럴 때 국회가 화답을 해야지요. 17대 국회는 열린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이 사립학교법개정에 적극적이며, 한나라당도 16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전체적으로 개정을 이룰 수 있는 호기라 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해봐야 별 새로운 것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제 삶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리사학과 그에 연루된 설립자, 친인척 및 관련 공무원 등 법개정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와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자료수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는 날까지 그 일들을 계속해야지요. 그게 계획입니다."


이 위원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특히 교육 관료가 사립학교의 제자리 찾기에 올바른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며, 사법부가 사립학교를 공익법인으로 인정하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법부 스스로도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가 이 이야기만 하면 흥분을 해요"라며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시간 동안, 이상철 위원은 칠순의 노인이 아니라 열정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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