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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안에 홍어가 들어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구요? 옆구리도 터지지 않았답니다. 아이들은 자꾸 맵다고 하지만 먹을 만합니다.
여기 안에 홍어가 들어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구요? 옆구리도 터지지 않았답니다. 아이들은 자꾸 맵다고 하지만 먹을 만합니다. ⓒ 김규환
삭인 것은 아니로되 홍어 썩힌 것인가? 삭힌 것인가?

사람들이 ‘썩혔다’고 잘못 말하고 있는 홍어는 엄밀히 표현하면 ‘삭힌 것’이다. 발효(醱酵)한 것이다. ‘삭이는 것’과 ‘썩힌 것’과는 다르기도 하고 홍어에는 쓰면 틀리다. 간혹 발효를 제멋대로해서 썩힌 홍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썩히는 것’은 먹기 위함이 아니며 방치하여 버리는 행위이다. 또한 ‘삭이는 건’ 수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니 쓰질 않는다. ‘삭임’은 속을 ‘썩이는’ 대상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안에 생기는 응어리,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꾹 눌러 삼키고 내색도 못하여 화병이 되게 하는 것에 대해 마냥 ‘삭이고만’ 있는 참는 과정이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분을 ‘삭이는 것’이리라.

결론을 말하면 홍어를 ‘삭히다’가 맞다. 퇴비를 두엄으로 만드는 과정인 ‘썩히다’는 그래도 낫다. 대개는 아무 쓰임새 없이 영구적으로 결별하기 위한 수순이 ‘썩힘’이다. 속 ‘썩이는’ 사람을 두고 속을 ‘삭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 ‘삭이는’ 일이다.

잘 ‘삭힌 홍어’는 박하향이 나고 뒷맛이 깔끔한 최고의 음식이다. ‘썩힌 것’은 상해서 먹을 수 없는 쓰레기이며 속 ‘썩이는’ 사람과는 더 이상 속을 ‘삭이지’ 말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그래야 속이 문드러지지 않는 비결이다.

원산지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여 전통을 고집하여 계절의 변화를 극복하면 칠레산도 국산이나 흑산도산 못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즐겨 주문해서 먹고 있는 목포 <남도홍어> 숙성실을 찍은 것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눈도 뜰 수 없는 정돕니다.
원산지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여 전통을 고집하여 계절의 변화를 극복하면 칠레산도 국산이나 흑산도산 못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즐겨 주문해서 먹고 있는 목포 <남도홍어> 숙성실을 찍은 것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눈도 뜰 수 없는 정돕니다. ⓒ 김규환
‘삭이는’ 건 단지 마음에 병을 담고 있는 것만 해당하지 않는다. 몸속에 적당량 있으면 필수 영양소가 되어 이롭게 하지만 과다하면 기름기가 끼어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을 가져오는 인류의 적이다.

여기에도 홍어가 몸에 이롭다. 몸속에 잔뜩 낀 응어리-지방질은 독이 되어 결국 몸을 해치는데 홍어로 기름때를 제거하여 좁아진 내장을 청소하면 비만 없는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막힌 혈관을 뻥 뚫어 주면 고혈압 등 혈관계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자연스레 가벼워진 몸에 요통은 줄고 막혔던 기도(氣道)가 청량한 음색을 띠게 된다. 홍어 연골을 먹으면 관절염과 류머티즘 치료에 탁월하다.

덤으로 여성 평균 수명이 10여 년 오래인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혹자는 몸에 결코 이롭지 않은 담배와 과다 섭취하면 담배에 결코 뒤지지 않을 술을 덜 마신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이 더 오래 사는 건 비단 여기에만 있지 않다.

출산 과정에서 태아와 함께 대부분의 노폐물이 밖으로 모두 빠져 나오는 경험을 한두번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가임기가 되어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병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산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삼칠일(21일) 동안 산후 조리를 하는데 서양의학에 길들여진 양의 처지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출산 즉시 샤워를 하는 서양인의 모습은 우리네 상식과는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산후 조리에 특효인 음식이 바로 홍어다. 홍어는 공기와 볏짚 속에 있는 발효균을 활용하여 자신을 먼저 ‘삭힌다’. ‘삭혀진 홍어’는 섭취된 뒤에 또 한번 혁명을 하는데 몸에 아직도 찌꺼기로 남아 있는 잔존물을 또 한번 ‘삭혀’ 어머니의 오장에 든 막힘의 원인을 말끔히 분해하여 쏟아내는 탁월하고 오묘한 조화를 부린다.

삭히지 않은 흑산홍어 한 접시. 붉은 빛에 가깝지요? 위에 몇 점 올려진 것은 홍어애(간)입니다. 이 사진은 장안동 <흑산수협회센터>에서 찍었습니다.
삭히지 않은 흑산홍어 한 접시. 붉은 빛에 가깝지요? 위에 몇 점 올려진 것은 홍어애(간)입니다. 이 사진은 장안동 <흑산수협회센터>에서 찍었습니다. ⓒ 김규환
회, 무침, 찜, 탕, 앳국, 간 등 빤한 차림표

지루할 만치 삭힘과 썩힘, 삭임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하루 몇 번을 먹어도 탈이 없는 음식 홍어. 우리는 홍어하면 홍어회, 홍탁삼합,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탕, 홍어앳국이 다인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리 생각하며 이 대여섯 가지 먹는 걸로 만족하며 승냥이나 하이에나가 되어 막걸리를 마시며 2~3년을 살았다. 그렇게도 잘 살아 왔다. 내 옷과 온 몸,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작은 승용차(프라이드)와 세살 아들 녀석 팬티마저 홍어에 절게 했다.

홍익인간 정신은 홍어의 쓰임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신을 반쯤 썩히는 삭힘 발효 과정을 겪고 나면 대한사람, 대한국민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어가 탄생한다. 생물 홍어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 된다.

그런데 홍어가 마치 박제된 듯하다. 이유는 2~30년 사라졌다가 칠레산 홍어가 수입되어 명맥을 유지하다가 최근 3~4년 사이 다시 우리에게 뚜벅뚜벅 다가와 미식가들 입을 즐겁게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어떤 사람은 홍어가 비싸서 못 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냄새가 싫다고도 한다. 약도 질끈 눈을 감고도 먹으면서 냄새가 좀 나기로 천시했던 서럽던 시절. 그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이다. 결정적인 이유 한 가지가 있다. 대중화에 실패한 때문이다.

홍어의 대중화? 이거 참 환장할 일인데 홍어의 ‘홍’자도 모르는 사람 앞에 대중화를 논하면 이건 누구에게 테러당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전도 행위다. 그래도 근래 3년 사이에 3배나 매장이 늘었고 마니아가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두 소에 홍어를 얇게 잘라 넣고 다른 만두와 똑같이 찌면 됩니다. 일반 육고기보다 금방 익는데 고기가 없어 동태포도 조금 곁들였습니다.
만두 소에 홍어를 얇게 잘라 넣고 다른 만두와 똑같이 찌면 됩니다. 일반 육고기보다 금방 익는데 고기가 없어 동태포도 조금 곁들였습니다. ⓒ 김규환
홍어 대중화의 네 가지 길-첫째 표준화, 규격화

대중화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첫째 표준화 및 규격화이다. 둘째 다양한 메뉴의 개발이 시급하다. 셋째, 이를 위해 즐기는 사람들과 업자가 한뜻이 되어 실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넷째, 홍어의 유통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첫째, 표준화 및 규격화는 홍어 품평회를 열어 솜씨를 뽐내는 과정에서 맛있는 간, 회, 무침, 찜, 탕, 앳국, 삼합의 발효 방법과 주재료인 홍어 쓰임과 부재료인 미나리, 소금, 곁들여지는 양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돼지삼겹살 1인분이 200g 내외에서 결정되듯 양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회 하면 ‘아! 그 정도 두께에 은근히 씹히면서 톡 쏘는 맛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오묘한 그 생선회’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각자 자신이 최고라는 외고집내지 똥고집으로는 몇 사람 밥 먹고 사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차차 사라져가는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전통과 소비자의 욕구 사이에서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한개를 담가보았는데 속까지 익으려면 약 40초 정도는 오래 담가야 되더군요.
한개를 담가보았는데 속까지 익으려면 약 40초 정도는 오래 담가야 되더군요. ⓒ 김규환
다양한 차림상 불가능할까 고민하다 만들어본 홍어만두와 샤브샤브

다양한 메뉴의 개발에 앞서 홍어 전문점에 중국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일식, 한식에 분식까지 뒤섞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홍어에 국한하여 사고하고 고민하자. 홍어 전문점에 차려질 메뉴가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하면 답이 나올 법도 하다. 소위 횟집에서 나오는 ‘스키다시’로 주된 음식 맛을 버릴 필요마저 없으면서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근사한 차림표 하나 없을까?

어떤 메뉴가 있을까. 대중화할 방법을 쭈욱 고민하다가 지난 6월 중순 시흥동 <남도홍어> 개업 첫돌 잔치에 방문하였을 당시 불량 만두 소 사건으로 빚어진 믿지 못할 음식을 보고 열불이 났던 바 “홍어를 만두소 재료로 쓰면 어떻겠냐?”고 그날 참석한 회원들께 얘기한 적이 있다. 이렇게 새로운 음식은 탄생한다.

그런데 막상 그 실험은 줄곧 미뤄지다가 이번 주말에 그 옥동자를 생산하였다. 막상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홍어를 넣으면 하도 독한 놈이라 만두피가 터지지 않을까, 과연 어울릴까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실제 만들어 보니 터지지 않고 그대로다.

이도 우연한 기회에 그리 된 것이다. 제 엄마와 목욕 갔다 오는 길에 “아빠가 수제비 만들어 줄게” 했다. 그 말을 듣고 딸 아이 해강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두를 몇 번 먹어 보았는지 우리밀가루와 쥐눈이콩 가루를 섞고 감자를 갈아서 반죽을 하고 있던 중에 “아빠 만두 만들어 주세요” 한다.

내가 지금껏 만두를 몇 개밖에 먹지 않았던 건 속에 찬 내용물이 아니라 딱딱한 밀가루 씹는 맛이 내 입맛에 맞지도 않거니와 밀가루를 보면 화가 나서 입에 대지 않았던 때문인데 마침 우리 밀가루로 반죽을 끝냈으니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제비 반죽 한 덩어리를 떼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넘기니 다들 즐거워라 갖고 논다. 그 사이 나는 묵은 김치를 씻고 동태포를 양념하였다. 홍어는 살만 약간 잘게 썰었다. 간드러지게 썰어 넣어 푹푹 찌니 한 입에 쏘옥, "화~"하는 느낌의 만두다. 네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보통 먹던 만두에서 느끼는 느끼함이 없어 좋다. 아내도 좋다고 한다.

하나 먹어 보고 다음부터는 귀찮아서 통째 담가서 꺼냈는데 흐물흐물하지 않게 하려면 껍질을 벗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나리와 버섯도 같이 먹으면 좋을 듯하고 오래 넣고 있으면 물이 끓어 넘치는 걸 막아 줘야겠네요.
하나 먹어 보고 다음부터는 귀찮아서 통째 담가서 꺼냈는데 흐물흐물하지 않게 하려면 껍질을 벗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나리와 버섯도 같이 먹으면 좋을 듯하고 오래 넣고 있으면 물이 끓어 넘치는 걸 막아 줘야겠네요. ⓒ 김규환
내친 김에 홍어를 큼지막하게 썰어 홍어 ‘샤브샤브’를 준비하였다. 따로 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나리와 실고추만 있었다. 미나리를 먼저 넣었다가 꺼내두고 홍어가 쪼그라들자 꺼내서 함께 먹으니 죽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하련다. 그게 있었으면 정말로 죽이는 건데 아쉽다.

추가하여 만두피를 믿을 수 없는 밀가루 사용을 지양하여 쌀가루로 만들 방법과 ‘메생이’나 생김에 시큼한 노각으로 홍어냉국을 만들어 보자. 홍어젓갈은 또 어떤가. 생선 중 젓갈이 되지 않은 게 없으니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 홍어전은 전라도에선 제사상에도 올랐던 기억이 있고 홍어 튀김도 빠져서는 섭섭하다. 여기에 매운 고추장으로 양념한 숯불구이는 어떨까. 마지막으로 여름철엔 홍어아욱된장국이나 싸라기 넣고 끓인 죽도 괜찮겠다.

이건 어디 것인지 알아맞춰 보세요.
이건 어디 것인지 알아맞춰 보세요. ⓒ 김규환
즐기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공히 도전과 발상의 전환 필요

셋째, 즐기는 사람들과 업자가 한뜻이 되어 실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간 즐기는 사람들과 식당 운영자, 도매업자 등 관련자들 모두 게을렀다는 점을 시인해야 한다.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조상들이 물려준 '안주'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홍탁삼합의 음식 궁합과 지혜 이후는 없는 건가?

도전과 실험, 발상의 전환 그리고 응용력을 발휘하면 쌔고 쌨는데 ‘그 나물에 그 밥상’이었다는 생각을 떨치지를 못하겠다. 맥주 안주로도 어울릴 수 있고 20대나 10대도 떡볶이 먹듯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홍어는 왜 없는가? 천편일률적인 차림으로 대물림이나 가업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건 안일한 정신이다.

홍어를 즐기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단골집 주인에게 가끔 색다른 차림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남용하지는 말되 책임을 방기한다면 제 잇속 챙기는 속 좁은 밴댕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한 건강에 좋다는 유기농 원료에 1%의 질 나쁜 오염된 재료가 들어갔다면 그게 유기농이 아니라는 것에 근거한다면 홍어 요리를 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홍어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원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것을 권하고 싶다.

신선하게 무친 홍어무침과 홍어찜
신선하게 무친 홍어무침과 홍어찜 ⓒ 김규환
홍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적정한 선에서 가격을 결정하라

넷째, 홍어의 유통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가끔은 소문으로 들리는 이야기지만 일부 공급자가 삭힐 때 카바이트(탄화칼슘)를 넣어 부도덕한 상행위를 일삼는다는 진상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한 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드는 일은 퇴출되어 마땅하다.

또한, 흑산도 현지 몇몇 중매인이 운영하는 전문점과 서울 장안동 ‘흑산수협회센터’, 목포의 금메달, 덕인주점, 광주 금호동 ‘흑산홍어마을’, 파래스호텔 등 몇 안 되는 흑산도 산(産) 홍어를 취급하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곳저곳에 가서 먹어 보면 ‘분명 저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어 주인장에게 물어봐도 흑산도 산이 맞노라고 한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라고 일갈하고 싶지만 참는다.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2002년 가을이 되기 전까지 근 20여년 동안은 ‘쌍끌이’, 저인망, 중국 어선의 출몰로 홍어 씨가 마를 지경이었고 그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던 홍어잡이 배 한척마저 놀고 있었는데 무슨 억지를 쓴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흑산홍어 30년!”이라고 버젓이 광고를 써 붙이기까지 하면 정말이지 장사꾼의 말은 절대 믿지 말라는 세간의 말의 떠올라 쓴웃음이 나온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부 이후 조업 방식 변경과 서해안에 배타적경제수역(EEZ) 발효로 홍어가 풍어여서 많이 잡힌다고는 하나 몇 몇 개인에게 택배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그 억지는 자신을 더욱 궁색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흑산 홍어도 아닌 중국산이나 일본산을 속여 팔면 용인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희멀건 홍어나 칠레산을 한 접시에 7, 8만원은 예사고 10만원이 넘게 팔고 있다면 폭리가 아닌 자본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악덕업주라 아니할 수 없다. 흑산도산이고, 지도산, 군산앞바다산, 서해5도산 등 국내산을 엄격히 구분하라.

그 다음 국산으로 둔갑하는 중국산을 명확히 하라. 내가 먹어 보기로는 흑산도산 다음으로 육질이 좋은 홍어는 칠레산이지만 이것만 먹어도 감지덕지한데 무슨 심보와 저의가 꿈틀거리는 것인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거늘 거짓을 밥 먹듯 하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 마니아들은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는다.

적정한 선인지, 어떻게 며칠이나 삭혔는지 그리고 원가 공개는 아닐 지라도 소비자들이 상식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라. 한 접시 기준으로 흑산도산은 10만원 내외, 국산과 중국산은 6~7만 원선, 칠레산은 3~5만 원대, 우루과이, 호주, 알래스카 산은 2~3만 원 대가 맞지 않을까. 많게 잡아야 3~4만원이면 될 것을 10만원에 근접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불매 운동까지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제아무리 맛이 좋아도 가격이 적당해야하고 아무리 싸도 맛없으면 음식이 아니다.

또한 위생 상태도 과감히 점검하여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때라고 본다. 재래시장에 가보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모습은 더 이상 상상하기 싫다. 이젠 청결한 홍어, 깔끔한 홍어를 먹고 싶다.

지금까지의 내 제안은 다양한 방식으로 홍어를 대중들이 접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 쓴 소리로 듣기를 바란다.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빤한 음식으로는 이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힘들다.

칠레산과 지도산 그리고 홍어애입니다. 흑산홍어는 아직 꺼내지 않았죠. 4월 목포에서 호남지역모임에 참석하고...
칠레산과 지도산 그리고 홍어애입니다. 흑산홍어는 아직 꺼내지 않았죠. 4월 목포에서 호남지역모임에 참석하고... ⓒ 김규환
적어도 20대가 먹을 수 있는 차림표 개발과 표준화, 도전 정신 그리고 정보의 공개는 향후 홍어 음식의 발전에 적지 않는 기여와 전통음식을 지켜나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찜 하나 올리는 데 멋대가리 없이 홍어만 쪄서 내오지 말고 실고추와 참깨 조금 뿌리고 싱싱한 미나리 곁들이고 표고 잘게 잘라 올리면 얼마나 먹음직스러울까. 우리 집은 어느새 홍어 연구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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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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