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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망원경으로 촬영한 마타리키(플레이아데스 성단) 사진
천문 망원경으로 촬영한 마타리키(플레이아데스 성단) 사진 ⓒ 스타돔
고대 마오리인들은 밤 하늘에 다시 나타난 마타리키의 별빛이 환하고 똑똑하게 잘 보이면 따뜻한 날씨와 풍성한 수확이 기다리고 있으며, 반대로 흐릿하고 침침하게 보이면 추운 겨울과 보잘것없는 수확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먹을 것을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고대의 마오리인들에게 마타리키는 자신들의 삶과 생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별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마타리키를 매우 신성한 별들로 여겨 매년 이 별들이 밤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날을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타리키를 축하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시간을 통하여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교육과 돌아가신 조상들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으며, 또한 새로 나무를 심거나 작물을 파종하여 한 해의 출발을 기념하기도 했다.

이러한 축하 행사는 마타리키가 밤하늘에 다시 보이고 첫 초승달이 뜨고 나서 3일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마오리인들이 지금도 여러 부족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마타리키를 축하하는 시기도 부족별로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즉, 어떤 부족은 마타리키가 밤 하늘에 처음 나타나는 5월 말에, 또 어떤 부족은 마타리키가 밤 하늘에 보이고 나서 처음 맞는 보름날에, 또 어떤 부족은 마타리키의 등장 이후 새로 초승달이 돋는 6월 중순으로 하는 등 각각 달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공식적으로 마타리키, 즉 마오리의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은 지난 토요일인 6월 19일이었지만, 그 축하 행사는 벌써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절정에 달했다가 6월이 끝나가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는 등 6월 한달 동안 뉴질랜드에서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마타리키 축하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마타리키 축하 전시회에 나온 도예작품에 마타리키가 그려져 있다.
마타리키 축하 전시회에 나온 도예작품에 마타리키가 그려져 있다. ⓒ 정철용
예전에는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잔치를 열고, 조상들에 대한 추도를 하는 행사 등에 그쳤지만 지금은 무도회, 음악회, 전시회, 음식 및 포도주 축제, 세미나, 강연회, 식목행사, 천문관측, 스포츠 활동 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마오리의 새해맞이인 마타리키를 축하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만 해도 마타리키와 관련하여 모두 99개의 행사가 잡혀 있다. 여기에 뉴질랜드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행사들까지 모두 합친다면 그 수는 200개의 행사에 육박한다. 뉴질랜드의 6월 한 달은 정말 마타리키의 달이라 하겠다.

지금은 이처럼 마타리키가 모든 뉴질랜드인들이 축하하고 즐기는 특별한 새해맞이 행사가 되었지만,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마타리키는 마오리인들에게조차 생소한 말이었다고 한다.

마오리 여성으로서, 방송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리비 하카라이아가 최근 마타리키에 관한 책을 펴내면서 고백한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러한 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언제나 밤 하늘에 매혹 당했지요. 그러나 내가 마타리키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불과 2년 전이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플레이아데스 성단 이야기

마오리인들이 ‘마타리키’라 부르고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황도 12궁의 제2궁인 황소자리의 어깨 부분에 있는 작은 별들의 무리로, 한국에서는 11월 중순경에 동쪽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지구로부터 400광년 떨어져 있는 수백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성단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일곱 개의 아름다운 별들이 밀집해 있다고 해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를 ‘일곱자매 별(seven sisters)’이라고 불렀다. 즉,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공주들 ―마이아, 타이게타, 켈라에노, 아스테로페, 알키오네, 엘렉트라, 메로페- 을 상징하는 별들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이 일곱 개의 별들 중 지금은 여섯 개의 별들만이 잘 보이는 까닭은 하나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사라진 공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바로는 엘렉트라라고 한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보면 물기를 띤 듯 약간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남은 여섯 자매가 떠나간 그 형제를 그리며 슬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오리인들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일곱 개의 별은 엄마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여섯 딸들로 여기고 있다. / 정철용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많은 기업체들조차도 마타리키를 이용하여 판촉 활동을 벌일 정도로 마타리키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은 2001년에 마오리언어위원회가 교육부와 함께 마타리키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면서부터 이룩한 성취이다.

그러나 마오리언어위원회의 하미 피리피 의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뉴질랜드가 국경일로 삼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탄신기념일(매년 6월 첫째 월요일)을 이제는 마타리키로 대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영연방의 일원으로 영국 여왕을 국가의 수반으로 삼고 있는 뉴질랜드의 정체(政體)를 생각해 볼 때, 그의 말이 실현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다.

하지만 뉴질랜드 내에서 점점 널리 확산되고 있는 마타리키의 인지도와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는 마오리덤(Maoridom)을 고려한다면, 그날도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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