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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쯤부터 해마다 1년에 가출은 몇 번, 결석은 6~70일쯤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적당한 결석은 학생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학생인데 의무의 폭이 너무 크다보니 그게 탈이다.

▲ 여유있게 학교에 올라오는 학생
ⓒ 이태욱
집에 자식이라곤 하나 밖에 없는 너무나 귀한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워낙 애를 먹이니 부모마저 포기한 지 오래다. 1학년 들어 벌써 두 번째 가출이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가 학교에 올라왔다. 어머니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 애는 학교 다니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니 퇴학을 시켜 달라. 중학교 졸업하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고등학교는 내가 지쳐서 도저히 못하겠다. 학교에 올라오는 것도 지쳤고 이제 부끄러워서 학교 근방에도 못 오겠으니, 제발 부탁이니 퇴학을 좀 시켜 달라.”

요약해 보면 이런 요지이다. 이럴 때는 교직경력이 제법 많은 나조차도 매우 당황스럽다. 내가 말하려고 준비해둔 말인데 어머니가 다해버리니 순간적으로 나의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한 어머니의 반격에 당황했는지 아니면 나 스스로 훌륭하다고 착각했는지 순간적으로 이렇게 말해 버렸다.

“S군 어머니, 어머니가 포기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은 뭐라 해도 어머니는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란 클 때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습니다.”
“애를 많이 먹이는 학생일수록 나중에 효자가 많습니다. 크는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용기를 가지십시오.”
“학교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해 볼 터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학생부터 찾으십시오.”

이런 말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런 말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얼떨결에 이런 말을 해 버렸지, 학생의 어머니는 그 말에 무척 감동을 받은 모양인데 물릴 수도 없고 이제부터 걱정이 앞선다. 우선 학생을 찾고 보아야 하니 학생에 관한 적당한 소스를 하나 주었더니 다행히 며칠 만에 학생을 찾아 학교로 데리고 왔다.

사실 가출한 학생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은 뛰어보았자 벼룩이고 날아보았자 부처님 손바닥이다. 학생들은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아서 행동 반경이 작다. 아무리 멀리 도망가도 친구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젊은 시절엔 친구가 그들 세계의 전부이다. 그들이 친구들에게 비밀유지를 아무리 부탁해도 친구들을 불러 적절히 회유, 협박(?)하면 어디로 갔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충 다 나온다.

처음 당한 부모들은 안절부절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섣불리 잡아오면 자기가 뭐 독립운동하다 잡혀 온 줄 착각한다. 그래서 잡아 놓으면 또 가출한다.

현재의 상황을 적당히 파악한 다음 여러 경로의 친구들에게 알려 담임선생님의 의지가 가출한 녀석들에게 충분히 들어가게 한다. 가출이나 출가나 다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니 먼저 어려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나갈 때는 쉽지만 학교로 돌아오기는 어렵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독립운동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들어오면 다리 하나는 부서질 각오는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것으로 학생과는 3년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전쟁에서 더러는 실패하기도 하고 더러는 성공하기도 한다. 이 학생은 아주 성공한 경우는 아니지만 무사히 학교를 마치고 졸업했다. 그건 다음 글에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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