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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학교 세미나실에서 '세계평화운동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순천대학교 세미나실에서 '세계평화운동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 오마이뉴스 안현주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이 12일 전남 순천시를 방문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의 순천방문은 12일~14일까지 비공식 방한 일정 중의 하나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지역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하이순천(이사장 이회숙)이 주최하는 '2004 순천 평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순천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순천시에 도착한 구스마오 대통령은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순천대학교로 향했다. 김재기 순천대학교 총장으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구스마오 대통령은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국회와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률을 공표하기 전에 법을 공부해야 하는데, 오늘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여러분 앞에 서있다"며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명예 학위 수여식후 구스마오 대통령은 '세계 평화운동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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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대통령이 순천에 오는 까닭


"평화를 향한 전 인류의 단결로 복수와 공포의 시대 극복해야"

세계적 인권인사인 구스마오 대통령의 특별강연을 듣기위해 세미나실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순천시민들은 오랜 독립운동 과정에서 체득한 구스마오 대통령의 평화관을 들으며 많은 공감을 표시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평화가 전쟁이나 적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정의된다면, 역사상 많은 곳에서 전쟁은 항상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누려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구스마오 대통령은 "평화는 현재의 평온함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정의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 인류는 새롭고 예상치 못한 위협에 직면했다"며 "세계는 지금 복수와 공포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보다 강한 잔인성으로 테러리즘에 맞서는 것이 세계평화를 지키는 논리로 등장했다"면서 최근 세계정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는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든 인류의 대동단결을 강조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건설하고 강화하는 신성한 목적으로 과거보다 강하게 뭉쳐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세계 시민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화해 없이는 평화 없어... DJ가 주도한 남북화해 과정에 가슴 벅차"

학위수여식이 끝난 후 학생회관에서 열린 여순사건에 대한 기록사진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
학위수여식이 끝난 후 학생회관에서 열린 여순사건에 대한 기록사진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날 특강에서 구스마오 대통령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요소로 '화해'를 들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우리 동포를 박해했던 인도네시아와의 화해, 그리고 1975년의 내전으로 인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동티모르 내부의 화해를 통해 공포와 테러로부터 자유로움을 보장받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경험담을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진실과 화해에 관한 위원회'를 구성한 동티모르는 1975년 내전에 연루된 인사들의 반성과 함께 국민적 용서를 합의한 계기를 만들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진실과 화해에 관한 위원회의 경험으로 "토론과 대화가 긴장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적절한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예로 들면서 토론과 대화가 화해를 불러와 평화를 이룬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남북관계가 뜨거워졌다"며 "그 분(김대중 전 대통령)을 월요일에 서울에서 뵙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여러분의 화해과정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며 "통일된 한국은 모든 한국인에게 이익이 될 것이며 세계와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스마오 대통령과 김재기 순천대 총장, 이회숙 하이순천 이사장, 권행근 31사단 등이 순천대 교정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구스마오 대통령과 김재기 순천대 총장, 이회숙 하이순천 이사장, 권행근 31사단 등이 순천대 교정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구스마오 대통령 순천 방문 이모저모

▲ 구스마오 대통령이 행사장을 떠나는 권행근 31사단장의 손을 굳게 잡은채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안현주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과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은 그의 순천 방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식장에 들어선 구스마오 대통령은 지정석에 바로 앉지않고 한 장군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그 장군을 포옹하며 각별한 정을 표했다.

동티모르 대통령이 포옹한 장성은 권행근 31사단장. 권 사단장은 지난 2000년 1월~12월까지 동티모르 평화유지군 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했다. 동티모르에서 평화정착을 위해 활동한 권 사단장과 정이 든 구스마오 대통령은 식장에서는 물론, 행사장을 떠나는 그를 붙잡고 악수를 하는 등 깊은 반가움을 나타냈다.

특별강연이 끝난 후 리셉션장으로 향한 구스마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 화해를 추진한 배경에 "동티모르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동티모르는 대부분의 필수품을 인도네시아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며 "우리가 인도네시아를 적대시하면 동티모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스마오 대통령은 "우리는 독립과정에서 과거를 돌아보게 됐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스마오 대통령의 마지막 일정은 한 병원장이 주최한 개인만찬에 참석하는 것. 구스마오 대통령이 박병환(55) 금당병원장을 찾은 이유는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비서인 주세파(35. 여)씨를 지난 1월 병원에 입원시켜 무료로 치료해줬기 때문. 박 병원장과 만찬을 함께한 구스마오 대통령은 박 병원장이 환영사를 할 때 마이크를 집어주는 등 친근함을 나타냈다.

한편, 구스마오 대통령의 비공식 방한에는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이 경호활동을 펼쳤다.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은 구스마오 대통령이 시민단체 주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감안한 듯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려 노력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 시민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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