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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신 원장
고석신 원장 ⓒ 권윤영

'의사 같지 않은 의사'

우리는 흔히 의사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의사들은 권위적이고 부를 좇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나통증클리닉(대전 장대동) 고석신 원장은 주변사람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의사 같지 않은 의사로 통한다.

10년째 타고 있는 오래된 자동차와 20년 전 옷을 입고 다니며 배어 있는 검소함과 소박한 삶도 그렇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그의 인간성을 존경해서 병원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그는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환자만을 생각하는 참 의료인이다. 그의 병원은 다른 병원과 다르게 오전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그가 공주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고 원장의 하루는 꽤 일찍 시작되는 셈이다.

이유인즉 통증클리닉인 병원 특성상 그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밤새 끙끙 앓고 있던 사람들이 아침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가 방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의 병원은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진료를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서 서둘러 점심을 먹고 진료에 나서는 것이다.

그가 의사 같지 않은 의사라고 평가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그는 지난 99년에 사회복지법인 우리하나재단을 설립했다. 모든 법인 설립자본금을 100% 출자했지만 지난 2002년 재가복지센터 한우리쉼터에 증여했다.

(왼쪽부터) 김만호, 이난희, 고석신, 윤진자, 전주옥, 김정여씨.
(왼쪽부터) 김만호, 이난희, 고석신, 윤진자, 전주옥, 김정여씨. ⓒ 권윤영
"법인이 설립되면 이미 개인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운영되는 것이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기는 건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병원을 하면서 계속 법인을 운영한다는 게 힘에 부쳤습니다.”

그는 뜻이 있는 사람을 찾다가 법인화가 되지 못해 힘들게 일하고 있는 복지가를 만난 후 재단을 무상 제공했다. 어느 순간 욕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 자리도 마다하고 고문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설립했던 사람으로서 법인이 잘 커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립병원에서 결핵환자들을 진료하다 지난 97년 병원을 개원한 그는 의사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환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장애인, 희귀질병 환자를 접하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레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관심의 끝자락에 우리하나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그는 재가복지사업을 하면서 수시로 행사를 개최했다. 봄나들이 행사나 장애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대부분 장애인을 위한 음악회하면 후원금을 모으고 장애인은 참석하지 못하는 풍경이 연출되지만 그가 주최한 음악회는 달랐다. 장애인들도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고 음악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말 그대로 장애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행사가 끝나고 많은 장애인들이 “내년에 또 해주세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환자를 진료중인 고 원장.
환자를 진료중인 고 원장. ⓒ 권윤영
그는 사회복지 대학에 들어가 뒤늦은 공부까지 할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길은 험난했다.

“사회법인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뜻을 동의해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자원봉사자 구하기도 힘들었고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병원 진료까지 하면서 계속 지원을 하고 인력을 구하고 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그는 재단에 대해 일절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단지 고문역할에 만족할 뿐이다. “하나복지재단이 이 사회에 필요한 재단으로 커나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그다.

그의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만성통증환자들이 대부분. 그래서 치료가 더없이 힘들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무료진료도 허용한다. 몇 번의 통증치료만으로 차도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치료비를 받지만 어떤 치료를 해도 기대할 수 없는 난치성 환자에게는 무료진료를 해주기도 한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병원이 되고 싶고 하나밖에 없는 꼭 필요한 병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한 저를 포함해 병원, 직원, 환자들이 하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이름도 하나로 정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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