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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리스 미국무부 부차관보
ⓒ 시민의신문 양계탁
9차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미국측 대표단으로 온 롤리스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언행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입국해 한국정부와 언론을 따돌린 것과 협상 내용에 대한 불만을 조선일보에 털어놓은 것 등 롤리스의 언행에 대해 사회단체와 진보적인 언론들은 크게 비판하고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지난 8일 밤 서울의 모 호텔에서 조선일보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다음날(9일자) 조선일보는 "50년 동맹이 30만 평 때문에 갈등 빚어 좌절감"이라는 제목으로 미 협상대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인터뷰를 1면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평통사 등 사회단체, 롤리스 부차관보 규탄

이에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가 롤리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통사 등은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굴욕적인 용산 이전 조건을 강요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전방위 압력을 가했다"며 "심지어 회의가 끝난 바로 그 날 터무니없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우리 국민을 상대로 노골적인 협박에 나서고 있다"고 롤리스 부차관보를 규탄했다.

사회단체와 언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롤리스의 발언은 "7∼8일 열렸던 9차 포타회의 결렬 이유가 30만 평을 더 내주지 않은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파주시만 하더라도, 다그마노스 전차훈련장 175만평, 바로 인근 민통선 북방 DMZ 코 앞 215만평 규모의 미8군 스토리사격장 등 30만평의 백 배 이상이나 되는 땅이 미군에 공여되었거나 공여 중이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문제삼은 30만평이 우리 정부에게 문제되는 것은 평택 시민 등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토지수용작전도 진척이 안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정부로서는 30만평을 더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롤리스 부차관보, '이중적 언론플레이'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롤리스 부차관보의 이중적인 언론플레이다.

포타 9차 회의에 참석한 미국 고위관리들은 8일 익명을 전제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조중동 등의 메이저 언론과 방송, 외신을 중심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때문에 이날 참석한 롤리스 부차관보의 사진촬영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롤리스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계기로 언론들은 이 익명의 고위관리가 롤리스라고 밝혔다.

8일 기자간담회에서 롤리스는 "용산기지이전 협상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 개정을 타결하지 못했다"며 "GPR(해외주둔미군재배치)에 따른 주한미군 배치를 위해서는 충분한 땅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롤리스 등 미 대표단은 이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 사이에 논의를 할 것이며 앞으로 수주 내 또는 수개월간의 협상이 중요하다고 못박았다. 미 대표단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미군재배치에 따른 안보불안은 없으며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한국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익명을 요구했던 롤리스 부차관보는 이날 밤 조선일보와 단독회견을 통해 "그런데 지금 양측간에 이전될 용산기지가 360만 평이니, 330만 평이니 하고 있는데, 이 근소한 차이가 쟁점화 되는 것이 무척 혼란스럽고 안타깝다. 50년 동맹의 한미관계에서 30만 평의 차이가 쟁점화 돼 좌절감을 느낀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한미군 재편을 연구한 후, 합리적인 선에서 필요한 토지를 요구했는데, 이런 것이 정치적인 이슈가 된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 군사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치적인 것으로 발전된다면 우리는 타협책을 찾기 힘들 것이다"는 등 미국대사관에서의 기자간담회보다 더 강렬한 어조로 포타 9차 회의가 결렬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물론 미 대사관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불만은 일부 표현됐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한국민은 안보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한국은 미국에 가장 중요한 나라중의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기에 롤리스의 이중적 언론플레이는 사전에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사진촬영도 안되는 기자간담회를 해 놓고, 불과 몇 시간 뒤에 호텔에서 조선일보와 단독회견을 하면서 한국정부를 성토했기 때문이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앞으로는 '한미동맹, 한국측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해 놓고서 뒤로는 '한국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흘린 것이다.

롤리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크레이지 발언' 전하기도

특히 8일 기자간담회에서 롤리스 부차관보는 '1.5기지'를 한국말로 직접 하면서 조선-동아 등 일부 언론의 안보상업주의에 대해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한국언론에 대해서) '미치광이 같다(crazy)'라고 조영길 국방장관에게 분개하면서 말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5기지, 2.0기지론'을 보도한 바 있다.

결국 유력한 한국 언론인 조선-동아 등의 보도가 미국의 의도에 벗어났다고 판단한 미 고위관리들이 럼스펠드 장관이 말을 빌어 기자간담회에서 조선-동아 등에 공개적으로 야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국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관련
기사
미 고위관리, <조선> <동아> 등 '1.5기지론' 비난

하지만 럼스펠드의 한국언론 비난 발언을 소개한 뒤 불과 몇 시간도 안 지나서 롤리스 부차관보는 호텔에서 조선일보를 단독으로 만나 사진촬영도 허용해 주면서 한국정부를 성토하는 직격탄(?)을 선물한 셈이다.

조선일보 인터뷰, 현장에서 결정?

특히 8일 오후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제한적 범위에서 극히 일부 기자에게만 허용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미 대사관은 사전에 조선일보와 롤리스 부차관보 회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롤리스의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와 관련, 10일 <한겨레>는 "주한미대사관 쪽은 이에 대해 '브리핑이 끝난 뒤 <조선일보>쪽에서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해 현장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주한 미대사관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9일 롤리스 인터뷰 기사를 내보면서 "수 개월 전부터 롤리스 인터뷰를 요청해 성사됐다"고 밝혔다. 실제 통역, 시간, 공식입장 표명 여부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기에 미 고위관리와 현장에서 인터뷰를 확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 고위관리의 중대 인터뷰를 현장에서 결정했다는 미 대사관측의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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