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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50만을 육박하는 시대.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는 넘쳐나지만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인원을 늘리는 기업도 많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 나이가 많거나 졸업한 지 오래된 구직자들은 입사지원 자격조차 제한받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여성이라면? 여성 구직자들이 느끼는 취업의 문은 더욱 좁다. 어렵게 면접 기회를 잡아도 면접에서부터 차별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용 면접 질문 따로 있나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조아무개(여·26)씨.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몇 번의 면접을 보면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한 외국계 외식업체의 기획직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조씨를 비롯한 여성 지원자들에게 "얼굴이 예쁜데 서빙 하면 좋겠다"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면접관은 "내가 성차별적인 질문을 하려는 건 아닌데…"라는 단서를 붙인 후 "여자들은 경영학과를 왜 가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씨는 "같이 면접을 봤던 남자 지원자도 경영학과였지만 그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서 "여자 지원자들에게만 이 질문을 던졌는데 이것이 바로 성차별적인 질문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조씨와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여성 지원자는 "여자들은 남자들과 다른 이유로 경영학과를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질문한 건지 의도가 궁금하다"며 답답해했다.

두 사람은 이어서 면접관들이 여자 지원자들에게 "기획을 하다보면 밤샘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좀 힘들다고 말했다"면서, 이 질문을 받고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힘들어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남자들과 똑같이 우리도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기업 취업에 실패하고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조씨는 "여성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며 "사회적 환경이 여성들이 일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 구직자는 영업에 관심이 있어 주로 해외영업직을 지원했다. 그런데 면접을 볼 때마다 “(얼굴이) 이런 일 못하게 생겼다”는 말과 “이제 곧 결혼해야 할 텐데 해외영업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이 여성은 “물론 결혼과 일을 병행하기가 힘이야 들겠지만 개인적인 문제(결혼)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20대 중반은 곧 결혼하니까 채용 안하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했으니까 채용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여성을 뽑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이처럼 면접에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도 많이 있다.

채용과정에서 성차별 여전

지난 3월 인재 파견회사 보보스가 남녀 직장인 900명을 대상으로 ‘구직과정에서의 남녀 차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직장인의 62.2%가 ‘면접 과정에서 남녀 차별적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남녀 차별적 질문으로는 ‘결혼 뒤 근무가능성 여부’가 38.0%로 가장 많았으며, ‘외모나 연령에 대한 언급’(19.0%), ‘야근이나 지방출장 가능성’(14.1%), ‘커피나 복사 같은 잡무 가능 여부’(11.4%) 등을 꼽았다.

지난 4월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을 맞아 노동부와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347명을 대상으로 벌인 ‘고용차별 인식 실태조사’에서도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은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면접시 여성들은 결혼 및 출산유무와 계획(여성 10.9%, 남성 4.4%), 결혼·출산이후 취업여부(여성9.9%, 남성 0.5%), 커피심부름 외 가사관련 업무수행 가능여부(여성6.3%, 남성 1.1%) 등의 질문을 남성들보다 훨씬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차별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채용회사측은 "이는 소위 '압박 면접'의 한 방식이며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는 여성 취업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의 관계자는 "면접에서의 남녀 차별적 질문은 그 회사의 인사권한 범위로만 볼 수 없다"면서 “결혼이나 임신과 같이 업무 능력이 아닌 성에 관련된 사항을 채용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설명했다.

고용과정에서의 남녀평등을 위한 법률 중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의한 남녀차별금지기준'에서는 고용에서의 남녀차별 행위의 유형을 몇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응모자 개인의 능력에 기초한 선발이 아닌, 그 개인이 속한 성별 집단에 대한 일반적인 속성에 근거하여 채용기회·조건·방법 등을 달리하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실제 채용은 기업고유의 권한처럼 인식돼, 채용과정에서의 기준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법률의 실효성과 관련해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고용과정에서의 남녀평등을 위한 법률들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책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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