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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 오마이뉴스 김태형
낙관적이지만 않은 언론개혁 전망.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포지티브 언론개혁 운동으로 분류되는 '참언론 운동'에 보낸 조언이다.

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공동대표 최경진, 이하 참언모) 주최로 31일 저녁 6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홍 위원은 시민의식에 기반한 언론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그들보다 더 집요·성실·일사분란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에 앞서 진보언론진영의 성실성을 홍 위원이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홍 위원은 "친일부역부터 시작해 그들은 이미 독재 권력에 이용당한 대가로 수많은 특혜와 특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에는 스스로 신문권력을 구축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문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왜곡된 신문시장 구조의 개혁과 함께, 공익과 진실을 향한 진보매체의 부단하고도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홍 위원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홍 위원은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에 앞서 진보언론·시민사회 진영의 냉철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홍 위원은 "우리가 바라는 우리가 바라는 정치·언론·사회 환경을 누군가 대신 마련해 준다고 보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이 마련해 나간다고 보는 것이 시민의식의 출발점'이라며 진보진영에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동여맬 것을 주문했다.

명계남, "조선일보 강고함은 무서울 정도"

사실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의 '집요한 성실성'을 강조하는 발언은 홍 위원의 지적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24일 민언련 주최로 열린 '안티조선과 진보진영' 토론회에 참석한 명계남씨는 조선일보를 "무지막지한 성실성과 지식·학식을 가진 400여명의 엘리트가 단일한 스펙트럼으로 모여 있는 굉장히 무서운 집단"이라고 평한 바 있다.

명씨는 "이른바 진보진영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민주화의 성과물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혹시 우리는 싸우다가 찢어지고 깨지고 힘이 약화될지 모른다"며 언론개혁운동의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날 발제를 맡은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도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대해 범개혁진보진영이 그동안 어떠한 태도를 취해왔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때가 됐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언론개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표현과 평가의 정도는 다르지만 보수언론이 지닌 집요함에 가까운 성실함"을 언급하며 언론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조선일보 '품질론' 발언으로 한 차례 큰 내홍을 겪었던 언론개혁 진영에서 최근 보수언론의 '집요한 성실성'을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17대 국회 개원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언론개혁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언론개혁이 이뤄지더라도 보수언론의 '집요한 성실성'에 맞설 수 있는 적극적인 논리개발과 성실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7대 국회 언론개혁 관련, 팽팽한 신경전 예상

최민희 사무총장은 24일 토론회에서 "조선일보가 유포하는 수구담론에 대항해 이에 맞서는 개혁 혹은 진보담론을 적극적으로 대중과 공유해 수구담론을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진보진영의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0일 민언련 주최 언론개혁 연속토론회(3차)에 참석한 이재국 전국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은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권 독립, 독자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신문법의 제정은 언론 개혁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필요충분조건을 될 수 없다"며 언론계 내부의 자율 규제 및 매체 상호 비평 활성화 방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시작은 우선 지금까지 진행됐던 언론운동 진영의 자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언련을 중심으로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대한 성찰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 ▲매체·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재고 등의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방송과 종이신문, 인터넷매체와 종이신문 간의 상호 견제와 경쟁도 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곡·편파 보도에 대한 매체 상호간 감시 활동과 같은 네거티브 접근은 물론, 각 사의 취재·기획력에 바탕한 우열경쟁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 기자는 27일 열린 제4회 가톨릭 포럼에서 "서로 다른 이념적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상황 속에서 언론 본연의 기능인 정밀·객관·기획·탐사 저널리즘으로 승부를 보자"는 공식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전에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언론개혁'을 둘러싼 각 진영의 '샅바싸움'은 당분간 더욱 팽팽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참언론상' 수상
경향신문은 '우수언론상' 받아

한편 참언론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참언모) 주최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한겨레신문이 '참언론상'을, 경향신문이 '우수언론상'을 각각 수상했다. '곡필상' 대상에는 조선일보가 선정됐으나, 참언론과 대안언론 지원에 주력한다는 단체의 취지에 맞춰 시상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종적으로 정했다.

주요 10개 일간지의 최근 1년치(2003년 5월1일~2004년 4월30일)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심사 결과에서 "한겨레신문은 서민과 소수자의 문제를 반영하며,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 있고 이에 충실하고자 한다는 점" 그리고 "반공주의·지역주의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 문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에 자주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평화·인권·환경 등에 대한 노력이 뚜렷한 점" 등이 높게 평가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장회익 녹색대학 교수,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 고문, 김재홍·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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