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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씨
신재민씨 ⓒ 권윤영
"지금 다이어트 하세요? 다이어트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하거나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거기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 아니겠어요."

키 167cm, 몸무게 133kg의 주인공, 신재민(대전 한남대 1학년)씨. 그는 어디를 가나 쉽게 주목을 받는다.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학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다른 사람보다 큰 체격 때문에 받는 관심과 집중에 대해 그는 "학기초부터 교수님이 저를 기억하는 바람에 대리출석은 꿈도 못 꾼다"고 귀여운 투정을 할 뿐이다. 그에겐 요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나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듯하다. 이제 스무 살, 제 나이에 맞게 여전히 밝고 당당하다.

"저라고 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없었겠어요. 비만이 어린 시절의 큰 고민거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개성 아니겠어요."

그가 살이 찐 사연인즉 이러하다. 그는 몸무게 4kg의 우량아로 세상에 태어났다. 어느 날 엉덩이에 근(根. 부스럼 속에 곪아 단단하게 된 망울)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는 병원에 가서 그것을 빼냈다. 그러자 차츰 말라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가 야위어 가는 아들을 위해 보약을 먹였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약을 먹자 다시 살이 쪘고 초등학교 1학년 시절에는 몸무게 32kg를 자랑(?)할 정도였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한테 놀림도 받았지만 어린 나이였기 때문인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중학생이 되자 그는 말도 없어지고 내성적이 되어갔다. 여기에는 점점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이유가 한 몫했다.

그러던 그가 마음을 달리 먹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자기소개서를 쓰는 수업시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기재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지만 단점만 수두룩할 뿐 장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단점도 좋게 생각하면 장점이 되고, 장점도 다르게 생각하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요. 다시 한번 저의 장점을 생각해 보게 됐죠."

체격의 영향도 있겠지만,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자신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자신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기대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축구선수를 꿈꿨다"는 그는 친구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면서 다시금 밝은 성격을 되찾았다.

물론 지금도 옷 살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렸을 때는 어른 옷을 사서 세탁소를 하는 아버지가 줄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려운 일. 옷은 이태원에서 외국인의 옷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옷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자연과학부에 입학한 그는 실험시간이 많았다. 당연히 실험복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에게는 맞는 옷이 없었다. 매점 아주머니는 특수제작을 해준다는 희소식을 들려줬지만, “올해부터는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해준다”고 말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 조교가 실험복을 구해줬지만 그것마저도 너무나 작았다. 결국 아버지가 작은 실험복에 천을 대줬고 친구들로부터 "바람구멍을 달았냐"며 놀림을 받기도 했다.

"대학 들어오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살을 빼자고 생각했어요. 7kg까지 뺏었는데 다시 쪘어요. 잘 안됐거든요.”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헉’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선에도 많이 둔해졌다.

“대인관계에서는 이런 상태가 좋다고 생각해요. 눈에 쉬이 띄고 기억하기도 편하잖아요. 저는 누군지 잘 모르는데 누구든 저를 알고 기억하거든요. 지금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만큼 모범적으로 생활해야 하지만,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모 탓에 만화 캐릭터 토토로, 곰인형 등의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는 그의 꿈은 과학교사.

“수업도 잘 하고 아이들의 장점을 개발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어떤 목표든지 학생들한테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교사 말이에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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