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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주민이자 경북대 미생물학과 교수 김사열씨
수성구 주민이자 경북대 미생물학과 교수 김사열씨 ⓒ 허미옥
한편 글 말미에는 “인간적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여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대구의 발전과 매일신문의 발전을 위하여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는 이유도 밝히고 있었다.

수암 칼럼은 매주 월요일 <매일신문>에 게재되고 있으며 이 칼럼을 작성하는 김정길씨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매일신문 부사장을 거쳐 지금은 명예주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매일신문> 게시판에 글을 남긴 김사열씨는 현재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경북대학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 국립대 교수로서 실명으로 특정 칼럼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려울 텐데, '수암칼럼 이제 그만!'이란 글을 <매일신문> 게시판에 남긴 이유는?
"게시판에 글을 등록할 때 경북대 교수 김사열이 아니라, 수성구 범어동 독자라고 밝혔다, 이번에 쓴 글은 <매일신문> 독자인 시민으로써 느끼는 '수암 칼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사실 지역신문이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수암 칼럼'의 경우 비판의 방법이 지역정서를 교묘하게 자극하면서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 일색인 의회, 지방정부, 정치권들이 주장하는 '정부 비판' 논리를 그대로 칼럼내용에 담고 있었다.

시대도 많이 변했다. 신문이 독자도 확대하고 자기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시각을 가진 매일신문 기자들이 다양한 주장의 칼럼을 게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 '제대로 된 비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대구의 경우 행정부 권력뿐만 아니라 의회 기능을 담당하는 모든 선출직 공무원이 한나라당 일색이다. 이들 간에 비판과 견제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기능은 정말 중요하다. 그들만의 주장과 논리의 타당성을 검증해주고 제대로 된 정보를 지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매일신문> '수암 칼럼'은 한나라당 주장에 편승해서, 이를 토대로 비판 논리만을 펴고 있다.

대구지역 경제가 최악이다. 대구를 이런 상황으로 만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매일신문>의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수십 년간 지역정치를 주물렀던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구지역 경제를 어떻게 망쳐왔는지에 대한 분석 없이, 무조건 정부 정책만을 비판하는 것이 어느 만큼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밀라노 프로젝트다. 현재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조성한 대구종합유통단지만 보더라도, '섬유관'쪽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쪽 방향의 버스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대구지역의 현실이다. 중앙정부로부터 거액의 자금만 유치하면 무엇하는가? 이 자금이 제대로 운용되는지 꾸준하게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매일신문>의 시각은 이런 쪽에 집중하지 않는다."

- 결국 <매일신문>의 비판방식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기 보다는 지역현안에 대해 '한나라당 편들기'라는 것인가?
"맞다. 지역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논리, 그것을 그대로 신문 지면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지역정치권,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서 중앙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 방식도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하면서.

지난 해 12월 집에서 구독하던 <매일신문>을 가족회의를 통해 끊기로 했다. 신문 논조에 문제가 있다면 '안보면 되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계속 신문을 구독하고 있어서 가끔 <매일신문>을 보면서, '더 이상 외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다."

- 지식인들의 언론개혁운동 즉 언론비평, 제도개선 요구보다는 지역주민, 신문 독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던 이유는?
수암칼럼 리스트
수암칼럼 리스트 ⓒ 매일신문
"앞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대학교수의 지위보다는 수성구에 살고 있는 독자로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는데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시민들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매일신문>이 가진 문제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신문을 끊게끔 한다. 언론개혁운동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은 신문 영향력의 한 축은 독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자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면, 신문 즉 언론은 그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 <매일신문>을 끊고 새롭게 선택한 매체가 있다면?
"일단 대구지역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영남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남일보>는 주요한 정치사안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논조도 들쭉날쭉하고, 지역사회에서 <매일신문>의 여론주도력을 견제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영남일보>의 경우 <한겨레신문>의 성공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한겨레신문>이 성공한 데는 <조선일보>와 다른 세상 읽기, 사회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분명하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만일 <한겨레신문>이 <조선일보>와 비슷한 신문을 만들고자 했다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구에서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고, 건강한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남일보>가 좀 더 변해야 한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어렵지만 미약하게 지역에서 언론개혁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메타비평도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참언론대구시민연대측에서 발표하는 글 중에 가끔은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인해 본연의 문제의식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매일신문> 논조를 지적하는 글에 대해서, 설득 대상자는 <매일신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너무 자극적인 용어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표현방식은 의도하지 않은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지역에서 어려운 운동을 전개하는 만큼 좀더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 뿌리를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암칼럼 이제 그만!"
<매일신문> 자유게시판에 김사열씨가 올린 글 전문

매일신문사 사장님께:

저는 수성구 범어4동에 사는 40대 후반의 매일신문 독자입니다. 솔직히 특정인을 거론하여 이런 얘기를 게시판에 쓴다는 것이 참 마뜩치 않아 오랫동안 망설여 오다가 이렇게 의견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후 계속해서 직장과 집에서 어릴 때부터 읽었던 매일신문을 구독해 왔습니다. 그런데 근년에 이르러 매일신문에 흐르는 부정적이고 퇴행적인 논조가 저한테 점차 부담을 주어 왔습니다. 특별히 작년 한 해 동안 김정길씨가 쓰는 '수암칼럼'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너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수구적 입장을 지나치게 표방하는 부정적인 그의 글을 제가 보기도 부담스러웠고, 자라는 제 아이들이 읽을까봐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결국 집에서 보던 매일신문을 지난해 말에 끊기에 이르렀습니다(직장에서는 아직 구독 중).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제 시대도 바뀌었고, 다른 젊은 유능한 기자가 칼럼을 쓰도록 김정길씨가 자진 용퇴하길 바랍니다. 제 주변에서도 그 수암칼럼 때문에 신문 구독을 끊고 있는 사람이 하나 ,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에 그 수구적 논조 때문에 매일신문이 어려움에 처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신문은 그 지역의 여론을 선도하는 기관인데, 칼럼을 쓰는 중요한 역할은 가능하면 수구적이지 않고, 지역 감정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길 사장님께 건의 드리는 바입니다.

장차 이 지역에 다원적인 정치세력이 대표성을 가지게 되도록 열린 사고의 시각을 가진 기자가 매일신문을 대표하여 칼럼을 쓰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인간적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여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대구의 발전과 매일신문의 발전을 위하여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저는 여겼기 때문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수성구 범어4동 장원아파트에 사는 김사열 드림. / 김사열(200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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