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아이들은 덩달아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파, 마늘과 고춧가루, 멸치 액젓, 생강에 찹쌀풀을 넣어 골고루 섞는 아내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후면 김치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김치가 완성되기 전에 한가지 통과 의례가 있지요. 김치의 맛을 보라며 아이들 입에 넣어주는 것입니다. 아내가 김치를 담글 때면 아이들이 주변에 빙빙 도는 것도 그렇게 얻어 먹는 김치의 맛에 길들여진 탓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광수를 불렀습니다. 김치 맛이 어떤가 먹어 보라는 겁니다. 광수 녀석은 신이 나서 엄마 옆에 서서 입을 쩌억 벌렸습니다. 아내가 녀석의 입에 열무 김치 한조각을 넣어줍니다. 나도 달라며 준수 녀석도 입을 벌리고 달려듭니다. 그런 모습이 꼭 제비가 먹이를 물고 오면 어미를 향해 노란 부리 쩍쩍 벌리며 재재대던 새끼 제비들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싱겁지 않니?"
"아니, 싱겁지 않은데."
"그럼, 짜지 않아?"
"아냐, 맛있어."

아이들 차례가 지나고 나도 김치 한조각을 먹어 보았습니다. 매콤한 김치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갑니다. 우리 마누라 김치 맛이 최고라고 하니 아내는 아이처럼 좋아합니다. 오늘 아침은 햇김치 덕에 밥맛이 절로 날 겉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맞는 아침이 즐겁기만 합니다. 이 즐거움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아내가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