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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고건 국무총리가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25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고건 국무총리가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혹시 정치는…?
"재수총리를 해봤으니 우선 산이나 바다에 가볼 작정이다."

고 건 총리는 25일 오후 5시30분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을 끝낸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고 총리가 1년3개월 동안의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월 20일 국무총리로 내정 된 뒤 491일만이다.

이임식 뒤 기자실로 자리를 옮긴 고 총리는 "5월 마지막주 사표를 내는 일정을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정해놓고 있었다"며 "사표를 제출하는 입장에서 제청권 행사를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쉬움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고 총리는 "졸업학기 지나서 재수를 마치게 되니까… 국무조정실에 기업애로해소센터를 발족시켰다"며 "지금까지 해온 규제개혁은 위에서 해주는 규제개혁이었는데 기업애로센터는 규제의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현안별로 각론으로 들어가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를 해소시켜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고 총리는 또 앞으로 거취에 대해 "기자분들과 상의하겠다"고 농담을 건낸 뒤 "명지대 석좌교수직을 갖고 있다, 의무적으로 강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이에 앞서 열린 이임식에서 참여정부 초기를 회상하며 국무총리로서 소임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국무위원과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임식에는 1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고 총리는 이임식 뒤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기념촬영을 마친 고건 총리가 식장을 떠나기전 장관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기념촬영을 마친 고건 총리가 식장을 떠나기전 장관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고 총리의 이임식사 전문이다.

자리를 함께 하신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 여러분!
친애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임사를 낭독하는 고건 총리.
이임사를 낭독하는 고건 총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늘 저는 참여정부의 첫번째 총리로서 그 역할과 임무를 마치고 여러분에게 작별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평소에 얘기했듯이 첫번째 총리로서 임기와 역할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관리한 후 새 국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저의 소임을 마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저의 이러한 뜻을 수락해 주셔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정한 총선거관리라는 저의 소임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여러분과 공직자 여러분에게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무위원 여러분과 공직자 여러분! 저는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국정 현안과제의 조정과 수행에 온 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는 출범초에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정환경이 대내외적으로 최악의 조건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북핵문제, 한미관계, 경제침체, 집단갈등과 같은 현안과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출범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우선 먼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관계를 복원시켰고 그 위에서 6자회담을 끌어냈습니다. 저도 국무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2사단을 방문한 것을 비롯하여 한미동맹관계를 강화시키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SARS 안전지대를 고수하면서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SK글로벌 사태와 금융시장의 충격을 진정시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한편, 새 정부 출범초에 해묵은 사회적 갈등이 동시다발적인 집단행동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정부내의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내각은 새로운 정책조정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 하순부터 총리주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시스템화해서 일관된 원칙으로 대처해온 것입니다. 그 결과, 많은 사회갈등과제를 해결했거나 안정국면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노사분규도 지난 1년 동안 전년대비로 불법분규 건수와 근로손실 일수 모두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결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국정연안 조정시스템을 구축했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사회환경의 변화에 못지않게 이른바 재신임정부와 신4당체제의 출현으로 정치적 환경도 급변했었습니다. 과거에는 총리가 고위당직협의만 하면 됐었지만 총리가 직접 국회를 상대하는 시대가 시작됐던 것입니다.

우리 내각은 신4당체제 이후 정부가 국회 그리고 원내 4당과 초당적인 국정운영협력을 해낼 수 있도록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원내 4당과 총리간의 주요정책협의회를 운용하는 것을 비롯하여 국회와 정권 간의 정책협의시스템을 구축해서 주요민생·경제입법을 차질 없이 처리한 것을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투명한 공무행정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행정정보공무를 획기적으로 우대하는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해서 시행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정부내 국정운용시스템과 국회와의 국정협의시스템, 그리고 투명한 행정공무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데 힘써 노력해 주시리라고 기대합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무엇보다도 우리는 국민들의 사려 깊은 협조와 지원 속에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국정혼란이나 경제불안이 없이 17대 총선을 역사상 가장 깨끗한 공명선거로 치러낸 것입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각자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없이 수행해 준 공직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과 공직자 여러분!

지금 나라 앞팎의 산적한 도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단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와 야, 노와 사, 국민과 참여정부가 한 마음이 되어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힘을 합쳐주시기를 여러분 모두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특히 국무위원 여러분과 공직자 여러분께서는 대통령께서 지금 역점을 두고 계신 민생안정과 경제회복, 그리고 국정과제의 추진에 노력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어디에 있든,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 동안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승과 행운을 기원해마지 않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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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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