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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좀 달라졌으면 좋겠네요"고 말하는 허광훈씨
"이젠 좀 달라졌으면 좋겠네요"고 말하는 허광훈씨 ⓒ 김용한
"10년이란 세월동안 어느 누구 하나 불평없이 당연한 것처럼 지내온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지난 19일 기자는 국가인권위에 교육에서 장애인 이용 차별 문제를 제기한 허광훈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평소 수업을 받고 있는 현장인 질라라비 장애인 공동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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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허씨가 수능시험 포기한 까닭


지난해 11월 5일 대구사대부고에서 수능시험을 보던 뇌병변 1급 장애인인 허광훈(37)씨는 2교시 종료 후 시험을 포기했다. 허씨는 대학진학의 꿈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섰지만 휠체어를 타고 좁은 책상에서 시험을 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시험 장소가 협소하고 화장실도 멀리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시설도 없어 더는 시험을 치를 필요성을 못 느꼈다.지난 10년 동안 시험 장소로 쓰였는데도 대구시교육청을 비롯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허씨는 수능 이후 대구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허씨의 진정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차별행위조정위원회에 접수되어 관련 단체와 허씨가 조정 합의를 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허광훈씨가 제출한 진정서 내용

1. 피해자는 뇌병변1급 장애인으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시와 관련하여 피진정인 1이 시험장에 장애인화장실과 장애인인 피해자의 특수체위에 맞는 책상을 마련하지 않고 시험을 보게 하였다.

2. 뇌병변장애인들은 손떨림이 심해 OMR 답안지를 작성할 수 없어 시험 종료 후 수험생이 없는 상태에서 별도의 이기요원이 답안지를 작성하는데 수험생을 입회시킨 상태에서 하여 줄 것과 손떨림이 있는 장애인들은 수리영역 등 계산을 요하는 문제의 경우 시험지 여백에 글씨를 작게 쓸 수 없으므로 별도의 연습장 지급이 필요하다.

3. 장애인 수험생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고사장에는 별도의 의자를 배치하고, 장애인 수험생들이 쉴 수 있도록 침대 등 편의시설이 구비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4. 시각장애 수험생들의 경우 그림이 포함된 문제는 인지하기가 어려우므로 시험문제를 모두 문자로 대체하여 출제해야 할 것이다.
"제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용인대 보치아학과다. 다시 처음부터 독학을 하고 과외(무료)를 해가면서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허광훈씨는 이번 결정으로 장애인에 대한 교육시설 이용에 대한 차별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허씨를 대리해 진정서를 접수한 윤삼호 대구장애인연맹 정책부장은 "국가인권위에서 차별시정이나 권고 쪽으로 결정할 줄 알았는데 당사자 간의 합의로 조정하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다소 미흡하지만 개선의 여지를 담았다는 것과 허광훈씨가 이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마련된 곳에서 마음 놓고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평가했다.

피진정인인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대구장애인연맹과 조정안이 잘 해결되어 시험장을 마련했다"며 "우리 교육청에서도 장애인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역시 피진정인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올 6월부터 16개 시도에 장애인과 관련한 미비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며 OMR표기에서도 이기표기 담당자가 제대로 장애인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허광훈씨는 "왜 내가 이런 문제로 개선을 해달라고 호소를 하고 불평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인도 다른 비장애인처럼 마음 놓고 교육받고 이동권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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