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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가족사진 ⓒ 이임숙
귀완이네는 아들만 넷이다. 귀완, 민영, 기범, 근범. 돌림자 이름이 아니고 이름이 다 각각인데 아래로 두 아들만 끝자가 같다. 이 두 아이는 쌍둥이다. 이제 네 살배기인 두 아이는 얼굴 생김새도 약간 다르고 성격도 좀 다르다. 쌍둥이 중에 형인 기범이는 딴에는 형이라고 하는 짓도 우직하고 꼭 형노릇을 하려고 든다.

아이들 엄마는 큰아들을 낳고 둘째도 아들을 낳게 되자 딸아이 있는 집이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셋째를 낳을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심의 배경에는 '설마 이번에도 아들을 낳으랴, 딸 낳을 확률이 더 크겠지' 싶었단다. 큰 아이가 열두 살, 둘째가 아홉 살, 셋째, 넷째가 네 살(32개월)이니까 셋째를 낳을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는 4년이 걸린 셈이다.

요즘 아이들 기르기가 좀 어려운가. 학비며 사교육비며 보육비 때문에 집집마다 하나나 둘만 낳아 잘 길러보자는게 요즘 세태다. 베이비 붐 세대가 한창 자라나던 60-70년대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전봇대며 골목 담벼락에 흔하게 나붙어 있었다.

그 표어을 보면서 자라난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일 것이다. 자라서 그 표어를 꼭 실천(?)해 보겠다고 다짐한 것도 아닌데 다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하나나 둘만 낳아서 기르고 있는 가정이 많다.

기완이네도 그렇다. 물론 많이 낳아서 잘 기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집 가정 형편들이 너나없이 둘 이상의 자녀를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기르기가 어려운 것이 사회 여건이 된 지 오래다.

"셋째 아이들을 가졌을 때는 경제적 여건을 생각하니 두려웠어요. 하지만 막상 낳아놓고 이만큼 길러 놓으니 든든하네요. 이 아이들을 앞으로 중고등학교나 대학에 보내려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그냥 있는 대로 살아야지요. 사회에서 육아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쌍둥이 아이들을 기르느라 제가 꼼짝을 못하거든요. 취미생활이나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요."

4형제의 어머니인 박종옥씨의 표정은 사뭇 밝기만 하다.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든든하고 대견스러운 까닭이다. 그는 한때 미용실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다.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 딸아이를 얻었으면 싶은 바람을 가진 그는 8-9개월 무렵 배가 너무 불러오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성별을 일러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병원에 갈 때마다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출산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의사선생님에게서 아들 쌍둥이라는 말을 듣고는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한참 웃었어요. 우리집은 아마 아들 복이 터졌나봐요. 성별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딸이 없기 때문에 좀 서운하기는 해요."

"형,  나도 같이 한 판 두자!"
"형, 나도 같이 한 판 두자!" ⓒ 이임숙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잘 논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의지하며 형제애가 두텁다. 이제 한참 말을 배워 떠드는 쌍둥이 형제에게는 두 형이 있어 든든하다. 쌍둥이는 뭐든 같이 하려 든다. 옷을 사더라도 두 벌을 사야 하고 신발을 사더라도 두 켤레를 같이 사야 한다. 위로 두 아이들 것까지 챙기려면 좀 버겁긴 할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골목 시장에 나서면 다들 예뻐해 주셔요. 두 아이들 때문에 집이 곧잘 어수선해지긴 하지만 요즘 한창 예쁜짓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어요."

5월 어린이 날을 필두로 줄줄이 엮여 있는 가정의 달답게 하늘도 푸르고 나무도 푸르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의 우애로 얽혀 있는 귀완이네 가정의 떠들썩함이 신록의 푸르름처럼 건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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