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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만든 공예품을 선보이는 깨비예술시장의 모습
손수만든 공예품을 선보이는 깨비예술시장의 모습 ⓒ 깨비예술시장
손수 만든 인형과 귀걸이, 손지갑, 수첩, 가방 등 알록달록한 수공예품이 바닥의 돗자리 위에 펼쳐지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다채로운 볼거리 앞에서 발을 멈춘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깨비예술시장’.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최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색적인 시장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깨비예술시장'은 대구 유일의 아마추어 수공예 작가 모임이다. 이 작가들은 이곳에서 손수 만든 수공예 작품을 선보이며 자유롭게 값을 매겨 파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문화를 만들고 있다. 서울과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는 ‘프리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구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똑같은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공장 제품은 이들의 모임에 낄 수 없다.

깨비예술시장에서는 문화활동과 소비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데, 구성원들 모두가 작가이자 상인이 되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작품을 보는 관객이자 손님이 된다.

깨비예술시장은 처음 5명으로 시작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30여 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작가로 등록한 사람만 해도 9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작가'는 순수 아마추어로 회사원과 학원강사부터 주부와 대학생,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작가라는 명칭 때문에 전문성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한 번이라도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귀걸이와 목걸이, 가방, 수첩, 손지갑, 인형 등 알록달록 다양한 작품들.
귀걸이와 목걸이, 가방, 수첩, 손지갑, 인형 등 알록달록 다양한 작품들. ⓒ 깨비예술시장
이렇게 깨비예술시장이 성장하기까지 그동안 깨비 식구들 사이에서도 마찰과 고민이 많았다. 특히 대부분 나이가 젊고, 아마추어들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고민과 다양한 장르가 부족한 것이 제일 큰 문제다. 또 실외라는 공간의 한계성과 지원체계 때문에 활동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깨비 식구들은 이것들이 모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고, 내실을 다져 고정적으로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오는 30일 시장에 깨비 식구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깨비예술시장이 단순히 좌판을 늘어놓는 정도로 인식된다”는 지적이 많아, 우선 깨비예술시장을 문화 행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 그 첫 번째로 이번 시장은 ‘깨비의 탄생설화’라는 주제로 열린다.

깨비예술시장 운영을 맡고 있는 박영진씨.
깨비예술시장 운영을 맡고 있는 박영진씨. ⓒ 배선희
운영자 중의 한 명인 박영진(28)씨는 “비록 깨비의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이번 30일 행사는 '탄생설화'라는 이름을 붙여 그동안 깨비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사람들에게 깨비예술시장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깨비예술시장이 전시와 감상에 초점을 맞춘 자리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깨비예술시장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힘써왔다. 우연히 ‘대구프리마켓'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난 박씨는 기존의 대구청소년문화아케이드 우주인에서 운영하던 봄밤마켓과 합쳐 지금의 '깨비예술시장'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집안 사정으로 미술에 대한 꿈을 중간에 접어야 했기에 깨비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남다르다.

“학교 미술시간에 내 작품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칭찬을 받으면 자신감과 활기가 생겼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의 작품을 보면서 그 친구의 숨은 끼를 알 수도 있었죠. 깨비예술시장은 저에게 그때와 똑같은 기쁨과 희망을 줍니다.”

깨비 활동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씨는 6년 동안 했던 일을 접고, 디자인학과에 편입해 미술에 대한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사람은 굳이 손으로 만들어보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쯤은 있어야 훨씬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작가들의 꿈이 묻어있는 ‘깨비예술시장’. 오는 30일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그 꿈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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