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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광주민중항쟁 2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금남로 전야제 현장에는 시민, 학생 등 2만여명이 참여해 오월항쟁의 정신을 되새겼다.
5·18 광주민중항쟁 2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금남로 전야제 현장에는 시민, 학생 등 2만여명이 참여해 오월항쟁의 정신을 되새겼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금남로 곳곳에는 80년 광주항쟁 체험마당이 펼쳐져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수부대원들이 차량시위를 벌이는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재현현장.
금남로 곳곳에는 80년 광주항쟁 체험마당이 펼쳐져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수부대원들이 차량시위를 벌이는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재현현장. ⓒ 사진동아리 고무신

5·18 광주민중항쟁 24주기를 하루 앞둔 전야제는 시민과 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거대한 대동한마당이었다. '평화와 연대'라는 주제로 오후 6시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펼쳐진 전야제는 24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연이어졌다.

시민들은 80년 오월 생사를 넘나들던 항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열기 속에도 질서정연하게 대동마당을 연출했다. 전야제 행사는 5·18묘역에서 출발한 혼불맞이를 시작으로 모두 5개 마당으로 구성됐다. 시민들은 이어 80년 오월 대동단결의 정신을 되살리는 줄다리기를 펼치며 다시 한번 광주공동체의 정신을 연출했다.

'5월 그날의 함성으로'를 주제로 진행된 4번째 마당은 금남로 전역에서 펼쳐진 다양한 체험행사와 함께했다. 시민들은 5·18시민군의 버스와 트럭에 직접 올라 차량시위에 함께 하고, 대구함께 사는 세상과 청주 예술공장 '두레'가 펼치는 길거리 예술난장 공연장에도 발길은 연이어졌다.

삼삼오오 모인 추모의 발길 '대동한마당' 펼쳐

50대 후반의 한 중년은 친일인물전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고려대를 졸업했다는 그는 김성수를 가리키며 "그때는 의식 없이 배우다 보니 잘 몰랐는데, 잘못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서정주·모육숙 시인이 빠져 있던데, 시(時) 한 두 편으로 역사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는 백년설 노래를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전시전은 참 잘한 일이다. 많이 의식을 깨우쳐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특히 이라크 참상과 80년 오월 광주학살을 담은 사진전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군의 노근리 학살 장면을 보여주는 청주 예술공장 '두레'의 공연현장.
미군의 노근리 학살 장면을 보여주는 청주 예술공장 '두레'의 공연현장. ⓒ 오마이뉴스 이국언
이날 전야제는 과거에 보였던 시민·사회단체의 조직적 참가는 다소 줄어든 반면, 항쟁의 거리를 되새기려는 가족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항쟁의 거리를 찾은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 새겨진 그 날의 의미를 찾아 금남로를 더 없는 살아있는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라크 파병 철회의 목소리는 이날 전야제에서 더 한층 거세게 타올랐다. 시민들은 이라크 참상과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 두 여중생의 영상이 상영되자, 80년 광주학살의 기억에 다시 한번 치를 떨었다. 한편 시민들은 북한 용천동포 돕기 모금운동에도 성금을 보태며 80년 그 날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판소리 '안중근 열사가' 공연에는 마디마디 이어지는 사설과 추임새에 탄식과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40여명의 일본 노래패 순례단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시민들은 손을 높게 치켜들며 감동의 물결을 이어가기도 했다.

광주민중항쟁 24주년를 전야제는 '평화를 위하여'란 주제로 펼쳐진 다섯째 마당을 마지막으로 장엄한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80년 5·18항쟁의 뜻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겼다.

 시민들이 차량시위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금남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속에 평화와 연대의 난장이 펼쳐졌다.
시민들이 차량시위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금남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속에 평화와 연대의 난장이 펼쳐졌다. ⓒ 사진동아리 고무신
"80년 광주,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항쟁의 금남로를 다시 찾은 사람들


"총격전이 벌어진 가운데 시민을 눞혀 놓고 방패막이 했다. 월산동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후배가 죽었는데 머리가 없더라. 금남로 얘기만 나오는데 변두리는 더 심했다. 그때 공수부대원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박영종·45·월산동·정비업)

시민군 차량시위 체험장에서 만난 박영종씨는 시종 핏발이 곤두서 있었다. 체험장은 버스에 올라 탄 시민군을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 새삼 80년의 기억이 휘몰아친 것이다. 시민들은 80년 항쟁을 떠 올리며 저마다 한마디씩 핏대를 세웠다.

당시 전남대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는 안선호(43·매곡동)씨는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며 "두부 2모 사오라는 고등학생을 두들겨 패, 평생 병신으로 살고 있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남편과 함께 재현 현장을 지켜 본 나순애(53·두암동)씨는 "그때는 청바지만 입으면 대학생인줄 알고 허리를 쳐, 트럭으로 싣고 갔다"며 "여학생들의 옷까지 벗겨 바닥에 꿇려 끌고 갔다"며 마치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냥 울분을 토했다.

당시 예비군이었다는 남편 김형호(56)씨는 "나도 공수부대 출신이지만 차마 할 말이 없다"며 "나도 시민군 따라다니기도 했지만 그때 우리는 실탄이 없어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마다 금남로를 찾는다는 이들. 24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이들의 뇌리에는 80년 그 날이 '악몽'처럼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80년 광주,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1신 : 17일 오전 10시]
24주년 앞두고 전남도청앞 광장 뜨거운 추모열기


5·18 24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에서는 이라크 파병 철회가 주요 사회 이슈로 등장했음을 보여줬다.
5·18 24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에서는 이라크 파병 철회가 주요 사회 이슈로 등장했음을 보여줬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오늘 우리는 비록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윤상원 열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5·18 24주년을 맞아 그날의 정신을 기리는 각종 행사와 대회가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오후 2시에는 전남도청앞 광장에서는 광주시민과 전국에서 온 순례단 등 3천여명이 모여 '24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전국민중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이라크 파병'을 집중 규탄했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지금도 5·18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라크에서는 석유 강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는 초국적 자본의 세계화가 벌어지고 있다"며 파병철회와 민중생존권 보장을 주장했다.

"파병철회 임무, 노 대통령한테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은 "광주는 학살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어떤 자리 어떤 명분으로도 학살에 동참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를 돌파했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잘해서 탄핵반대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다"며 "이제 정신차리고, 이라크 파병을 철회할 임무가 그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소속 사업장 60만 조합원을 중심으로 파병철회 범국민 청원 서명운동을 전개중이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참가자들은 금남로를 해방공간으로 만들며 오월 그날의 정신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금남로를 해방공간으로 만들며 오월 그날의 정신을 이어갔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의장은 환영사에서 "5·18은 단순히 기념하고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서민과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펄펄 살아 움직이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의장은 "80년 광주는 공수부대에 고립돼 쌀과 물이 떨어졌어도 주먹밥 하나를 나눠 먹고도 행복했다"며 "광주 공동체의 실천자로, 광주정신의 계승자로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의장은 "6·15 공동선언은 단죄하면서, 왜 헌법 5조1항을 어기고 저 더러운 전쟁에 파병하느냐"고 노 대통령을 성토했고, 김혜경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가 개원되자 마자 이라크 파병 철회안을 최우선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적 학대와 인권유린이 폭로된 데 겹쳐 이라크 파병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봇물을 이뤘다. '시도민 대동한마당' 등 금남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행사장에는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사진전과 파병철회 서명운동이 벌어 졌고, 전쟁반대와 평화를 염원하는 퍼포먼스와 각종 공연도 줄을 이었다.

파병철회를 주장하는 분수령은 17일 오후 1시부터 전개되는 '삼보일배'. 이라크파병반대광주전남비상국민행동은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을 출발해 5·18 묘역까지 이어지는 삼보일배를 통해 18일 24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파병 철회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시민들이 팽이치기에 흠뻑 젖어있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시민들이 팽이치기에 흠뻑 젖어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금남로는 '소통과 난장'의 바다
시·도민 대동한마당, '평화·연대·나눔'의 정신 이어가

광주 민중항쟁 24주년을 맞아 그 날의 정신을 기리는 각종 행사와 대회가 본격화되면서 추모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6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시·도민 '대동한마당'이 펼쳐져 80년 5월 광주의 정신을 되새겼다.

평화·연대·나눔의 3마당으로 나눠진 행사장에는 40개 단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이 펼쳐져 80년 오월의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되새겼다.

평화마당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 사진 전시회 등 각종 전시와 공연, 체험행사 등이 이어졌으며, 연대의 마당에는 외국인노동자 단체, 여성, 비정규직, 양심수, 실업자 문제를 같이 나누는 각종 전시와 공연이 펼쳐졌다.

나눔의 마당에는 장애인휠체어 체험과 주먹밥 나누기 등의 체험행사 등이 펼쳐졌으며, 특히 노인의 전화에서 운영하는 수지침 봉사 부스에는 종일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부스를 옮겨가며 오월 광주의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농민단체 회원들은 모처럼 열린 공간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5·18 24주년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는 광주 금남로와 전남도청 앞을 비롯, 서구 상무지구 5·18기념공원과 자유공원, 5·18기념문화관, 국립 5·18묘역 등에서 오는 30일까지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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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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