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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만길씨
전만길씨 ⓒ 권윤영
"농촌 총각에게 시집온 외국인 주부들이 한국에 살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을 뿐더러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한국어 교육은 다른 지역에서도 누군가가 꼭 해줘야 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9일 충북 옥천에 한국어학당(운영자 전만길. 47)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한국어학당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말과 문화 등 모든 것을 배우는 곳으로 벌써 이름이 높다. 학생(?)들은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타국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한국어학당이 한국생활의 길잡이이다.

한국어학당을 운영하는 전만길씨는 청주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1월 가족과 함께 고향인 옥천으로 낙향했다. 고향에 온 그녀는 청주 YMCA에서 6년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오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어느 날 찾은 5일장에서 쉬이 눈에 띄는 외국인 주부들을 보고 '저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가는지'그녀는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한국문화를 모르는 상황에서 시집와서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어요. 그러니 부딪히는 문제도 많고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래. 이거다!" 외국인 주부들을 위한 한국어학당을 운영하기로 결심이 선 그녀는 장날이면 눈에 띄는 외국인 주부들을 찾아가 전단지를 돌리고, 아는 사람을 찾아가서 취지를 알렸다. 교실은 옥천 노인 장애인 복지관에서 제공을 해줬다. 그렇게 10여명의 외국인 주부들을 모아 지난달 한국어학당을 개설할 수 있었다.

10여명으로 시작한 인원은 현재 15명으로 늘었고 매주 시어머니, 신랑의 손을 잡고 한국어학당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처음 수업을 할 때는 매주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주부들은 그동안 이야기하지 못했던 외롭고 힘든 한국생활을 털어놓으며 울음을 쏟아냈다. 한국생활의 길잡이 역할에 이어 외국인 주부들만의 사랑방 역할도 하는 셈이다.

그런 사람들을 다독이고 이해시키고 상담자 역할을 해주는 것도 그녀의 몫. 그녀는 “아내가 한결 밝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하는 수업이 아쉽기만 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값비싼 보람을 느낀다.

월, 금요일은 충북 옥천 노인 장애인 복지관에서 어머니 한글 교실, 화요일은 외국인 한국어학당, 수요일과 목요일은 천안 선문대 한국어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 그녀는 주말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그녀가 한글 교육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8년부터. 마흔 살의 나이로 청주 YMCA에서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결국엔 아이들의 영향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유아 교육을 공부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청소년 심리 상담을 공부했거든요. 그러다가 언젠가 아이들이 유학을 간다고 하면 저도 함께 외국에 가서 한글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글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들었죠.”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과를 전공하면서까지 열성을 보이던 그녀는 평범한 주부에서 한글 선생님으로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았다. 그녀가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데에는 시어머니와 자녀들의 이해, 그리고 남편의 외조가 가장 크다.

지금의 삶이 “즐겁고 신나요”라며 밝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목표는 또 있다. 언젠가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학당을 운영하고, 이 모든 것을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낼 수 있는 열린가정연구소를 개설하는 것.

“옥천 외 타 지역에서도 외국인 주부를 위한 한글 교실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들도 한국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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