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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앳된 모습의 병문이
아직 앳된 모습의 병문이
소변 인공 배출로 담석이 쌓이고, 소변이 역류해 간, 심장, 콩팥, 위 등 장기에 상해를 주고 있다. 게다가 오랜 항생제 투여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고통으로 하루에 2~3시간 밖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신체적인 고통 외에 한창 예민한 나이의 병문이는 친구들에게 행여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왕따의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사고 후 얼마간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15세. 웃음 많고 꿈 많은 나이 열다섯 살 병문이는 10년 가까이 병마와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얼마 전 상태가 좋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병문이는 암담한 선고를 받았다. "인공 요도 연결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2년여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 병문이의 어머니 선영심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였지만, 병문이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용기를 가져다 주었다. 담담히 자신의 처지를 공개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병문이의 이러한 결심은 지역 내 극빈자와 난치병의 도우미 이해석 목사(익산 만남의 교회)와 임성한 사회복지사(익산 삼성동사무소)의 영향이 컸다. 그들은 병문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큰 힘이 되어 주며 여러 번 병문이의 병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병문이의 반대로 활발한 모금을 펼 수 없어 항상 안타까워했다. 이분들을 위해 병문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창피함을 무릅쓰는 것이었다.

"만약 살 수 있다면 어려운 이웃 위해 봉사하고파"

병문이의 부모는 현재 별거 중이며, 부친과는 13년 전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 병문의 모친 선영심씨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 병문이의 병 간호에 전념하기 위해 사직한 상태다. 현재는 익산 삼성동사무소 자활근로사업으로 인근 부송종합사회복지관 물리치료실에서 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해 물리치료를 하고 있다.

병문이네는 2003년 9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보호를 받고 있다. 보증금 천만원에 27만5천원의 월세를 살고 있으나 보증금마저도 차용하여 마련한 돈이라 최근 원금 상환 독촉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태에 있다. 정부 지원금이 매달 35만원 지급되고 있으나 월세와 부채 상환 외에 의료약품 구입에 매달 들어가는 금액만 30여만 원. 생계조차 막막한 상태다.

임성한 사회복지사는 "가장 급한 것은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이고, 더 바란다면 몸 편히 누울 주거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병문이에게는 작은 소망 하나와 큰 소망 하나가 있다. "빨리 병이 나아 친구들과 수련회에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작은 소망. '만약 새로운 삶을 주어진다면'이라는 조건이 붙는 큰 소망은 "목사가 되어 주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병문이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지는 것은, 병문이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요,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주변에서 조금의 정성만 모아준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 나라는 현재 86개 질환만이 난치성·희귀성 질환으로 판명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너무도 많다. 돈이 없어 생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병문이의 경우도 교통사고로 인한 희귀성질환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병문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이해석 목사의 설명이다.

이 목사는 "병문이의 경우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나, 외국에서 개발된 신소재 인공 요도의 수입이 통관되면서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며 "그동안 소변을 인공 배출하면서 얻은 후유증으로 새 인공 요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2년여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은 병문이에게는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병문이의 수술비는 3천만원. 수술 전 검사 비용 1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검사조차 할 수 없었던 병문이에겐 너무도 무거운 짐이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사전 검사는 마친 상태이며 앞으로 수술을 받아야 할 일만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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