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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만 열리는 홍대 앞 프리마켓 전경.
토요일에만 열리는 홍대 앞 프리마켓 전경. ⓒ 유성호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가 되면 홍익대학교 건너편의 작은 쌈지공원이 시끌벅적 해진다. 예술가들의 작은 자생 시장인 '프리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이곳의 독특함은 손수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팔린다는 점이다.

프리마켓에 좌판을 깔려면 일단 프리마켓 사무국에 '작가'로 등록해야 한다. 그래서 제품도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사온 물건이나 오래된 구제 물건을 슬쩍 팔다가는 퇴짜 맞기 십상이다.

미술의 요람, 홍대 앞 특성 만끽

가족의 달인 5월에는 각종 문화 행사가 풍성하다.
가족의 달인 5월에는 각종 문화 행사가 풍성하다. ⓒ 유성호
프리마켓은 미술로 유명한 홍익대학교를 끼고 있어서 더욱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프리마켓에서는 금속, 도예, 비즈, 나염, 보석, 직물 등 온갖 공예품을 죄다 만날 수 있다. 마치 한편의 종합예술 전시회를 보는 듯하다.

주말이면 약 3천여 명이 찾는 이곳은 판매 공간 뿐 아니라 공연과 놀이터 공간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공연을 하는 곳으로 가 편하게 앉아서 인디밴드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꽤나 유명세 있는 연주가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왔다면 아이들은 아담한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부부가 함께 시장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대학가 앞이라 각종 근린 상업 시설이 잘 발달돼 있어 가족 단위는 물론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함께 많이 찾고 있다.

행사 풍성…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인기

프리마켓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프리마켓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 유성호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프리마켓에서는 어버이날 카네이션 접기, 가족에게 엽서 그려 보내기, 재활용품 콜라주 만들기, 가족 티셔츠 그리기 등 각종 이벤트를 매주 열고 있다.

이 곳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특히 도예 작품은 독특한 한국의 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인사동과 다른 점은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붕어빵'이 아닌 작품 하나 하나에 작가들의 정성이 담긴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반지, 귀걸이, 목걸이, 시계줄 등 금속 공예 작품도 똑같은 것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개성을 중요시 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소년들이 즐겨 구매하곤 한다. 이밖에도 직접 디자인하고 화려한 나염으로 치장한 옷, 각종 수제 팬시용품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작품성 있는 제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판매만 목적이 아닌 작품을 알리는 기회"

프리마켓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결 같이 표정이 느긋하다. 판매만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한 공간으로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작품까지 잘 팔리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많이 팔릴 때라고 해봐야 하루 2∼30만원이다. 안 팔릴 때는 '손가락을 빨아야 할 정도'기 때문에 애초에 매상에는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절대로 만지세요.' 프리마켓 작가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절대로 만지세요.' 프리마켓 작가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 유성호
다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예쁘다" "잘 만들었다"라고 말해 주는 손님이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고. 이렇듯 프리마켓에는 이름 그대로 자유로움이 넘쳐나고 있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작가와 소비자는 물건이 아닌 작품을 놓고 흐뭇한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사무국 운영…자율 통제 및 정화 기능

보고 만지고 듣고. 프리마켓은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보고 만지고 듣고. 프리마켓은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 유성호
프리마켓은 작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작가 등록, 판매대 설치 규칙 등 최소한의 약속 만들고 실천하기 위해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국은 작가 관리와 공연자 섭외, 시장 운영, 행사 진행, 각종 이벤트 등을 주관한다. 사무국에서는 프리마켓을 '예술시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지난 2002년 6월 월드컵 개최와 발 맞춰 관할 구청의 문화 행사 일환으로 시장 모양새를 갖춘 프리마켓은 올해에는 문화관광부 예산까지 지원 받는 등 공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무국은 프리마켓의 발전을 위해 일본의 디자인페스타 등 외국의 예술 시장을 둘러보고 국내 접목을 위해 노력하는 등 시장 발전을 꾀하고 있다.

프리마켓 사무국 김미정씨는 "프리마켓은 시장이라기보다 자유스러운 종합 문화 공간 개념"이라며 "참여 작가 분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좋은 작품을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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