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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 구비 걷는 재미가 있는 신동재 아카시아꽃길
구비 구비 걷는 재미가 있는 신동재 아카시아꽃길 ⓒ 칠곡군
오월에는 유달리 흰 꽃들이 산과 들을 수놓는다. 고픈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이팝나무와 밥풀같이 주렁주렁 달려 어린 시절 우리의 속을 태우던 아카시아꽃이 그 중심에 있다.

보릿고개를 넘던 지난 시절에 풍성하니 하얗게 핀 꽃들은 비운 속을 달래며 산과 들로 뛰어다녔을 아이들에게는 군침을 삼키며 넋 놓고 바라보는 꽃이었으리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는 5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향긋하고 달콤한 향기로 우리들의 어린 시절 배고픔의 추억을 되살리는 대표적인 장소다.

이곳에는 40∼50년생의 아카시아가 1500㏊에 걸쳐 분포돼 있다. 아카시아 꿀을 따는 아카시아 밀원지로서는 전국에서 최대 면적으로 알고 있다.

꿀을 따는 채밀과정으로 축제기간동안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꿀을 따는 채밀과정으로 축제기간동안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 칠곡군
신동재를 중심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칠곡군내 양봉농가만도 495호에 이르며 벌통은 모두 1만6880군(벌통의 단위는 1군이며 1통당 벌 약 2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으로 여기에서 생산되는 아카시아 꿀이 연간 253t이라고 하는데 약 31억6200만원 정도 소득을 얻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하얀 밥으로 보였던 아카시아 꽃이 진짜 귀한 자본이 되는 것이다.

축제를 통해 알려진 아카시나무의 진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많은 지역들이 지역을 내세울 축제를 앞다투어 개최했다. 칠곡군도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벌꿀을 내세운 특색있는 축제를 지난 1999년부터 마련했다.

처음엔 양봉농가를 살리고 군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으나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아카시아 꽃에 대한 추억이 축제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동안 좋지 않은 나무로만 인식되었던 아카시아의 이미지를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나무로 바꿔놓았다.

1897년 중국에서 건너와 인천의 월미도에 처음 식재된 이래 일제의 잔재이자 다른 나무의 씨를 말린다는 이미지는 매년 아카시아벌꿀축제 행사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아카시연구회의 아카시나무 학술연구 전시회를 계기로 변화되었다.

아카시아의 학명은 '아카시'이며 벌꿀을 채취하는 농가에는 귀중한 경제수다. 또 아카시아는 강한 번식력으로 여름철 홍수를 막아주는 홍수조절기능을 하며, 산성비와 공기를 정화해 주고 맑은 공기를 제조해주는 환경수로서 우리들에게 유익한 나무임이 학술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로써 그동안 아카시아가 다른 나무들의 생육을 저하시켜 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셔진 것이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아카시아벌꿀축제

칠곡군이 펼치는 아카시아벌꿀축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2년에 한번씩 열리다 올해부터 매년 열리게 됐다고 한다).

신동재 구간은 약 5.2km의 고갯길로 되어있는데 구비구비 모두 아카시아로 뒤덮여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서 맡는 아카시아향기가 기막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인파로 인해 다소 짜증도 나겠지만 늦은 저녁이나 아침에 오르는 신동재는 그야말로 숲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축제기간에는 특히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흰 아카시아 꽃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사뭇 기대도 된다.

축제 프로그램에도 아카시아 꽃길 걷기대회(5월 8일)가 마련돼 있다고 하니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카시아벌꿀축제 중 독특한 것은 프로그램명이다.

아카시아벌꿀축제 행사장은 사진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아카시아벌꿀축제 행사장은 사진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 칠곡군
벌이 무리지어 날아다닐 때 나는 소리를 그대로 명칭에 도입한 것이다. 지역민들의 노래자랑인 윙윙가요제(5월 8일 1시), 지역의 사회단체 회원들이 합창, 에어로빅, 사물놀이, 한국무용 등으로 꾸미는 윙윙투게더(5월 8, 9, 11, 12일) 기예단공연을 비롯해 복고댄스, 이미테이션가수들의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윙윙쇼(5월 9일 1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윙윙즉석노래방(5월 10일 오후 6시) 등등 그 이름이 재미있고 기발하다.

지역문인들의 시화전도 열린다
지역문인들의 시화전도 열린다 ⓒ 칠곡군
아카시아벌꿀축제는 주로 주민들이 출연하고 만드는 행사가 많은 주민참여형 행사로 진행되는데 이 점이 지역축제로서 좋은 사례임을 강조하고 싶다.

위에서 예를 든 윙윙투게더도 그렇지만 지역 주부들과 문인들이 함께 하는 시낭송회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시낭송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열심히 작품을 쓰고 연습하면서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새로 맛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것이다.

그저 대형가수와 엄청난 자본이 투자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행사.

처음엔 다소 어설프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민들의 문화적인 소양도 키워가고 지역의 친화력도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방자치단체가 지녀야 할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벌사나이 안상규씨가 10만마리의 벌을 몸에 붙이는 '벌수염붙이기' 시연을 하고 있다.
벌사나이 안상규씨가 10만마리의 벌을 몸에 붙이는 '벌수염붙이기' 시연을 하고 있다. ⓒ 칠곡군
10만마리 벌수염붙이기로 세계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아카시아벌꿀축제가 배출해낸 스타 안상규씨도 이번 행사에서 볼 수 있다. 벌사나이 안상규씨는 아카시아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 앞에서 '벌수염붙이기 시연' 을 펼친다(5월 10일 오후 3시).

맨몸에 10만 마리라는 엄청난 벌을 온몸에 붙이고 물구나무서기 등 묘기를 선보일 안씨의 벌수염 붙이기는 한번쯤 볼만하다.

아카시아꽃으로 만든 요리
아카시아꽃으로 만든 요리 ⓒ 칠곡군
이외에도 칠곡군생활개선회 주부들이 마련한 아카시아벌꿀을 이용한 요리전시회와 꿀타레만들기 시연, 꿀따기 등 관람객들이 직접 벌꿀작업을 해볼 수 있는 양봉체험장, 아카시아 및 양봉자료 전시회 등도 축제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벌꿀을 이용한 요리들이 전시된다
벌꿀을 이용한 요리들이 전시된다 ⓒ 칠곡군
세계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우리 나라의 아카시아벌꿀은 비타민, 단백질, 아미노산, 포도당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종합영양식품이며 완전식품이다.

최근 웰빙의 물결이 인간생활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아카시아벌꿀이야말로 웰빙식품의 최고 극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벌꿀을 축제기간동안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단다. 칠곡군봉우회에서 나오는 '칠봉밀원-꿀이네'와 '안상규벌꿀', '황학산토종꿀' 등 지역의 브랜드를 단 꿀들이 염가에 판매된다고 한다.

아카시아벌꿀축제에 대한 제고

축제기간 중에는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이벤트행사도 펼쳐진다.
축제기간 중에는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이벤트행사도 펼쳐진다. ⓒ 칠곡군
요즘 축제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의 경제활성화와 이미지 제고, 지역민의 정주의식 및 자긍심 고취 등의 부가가치를 준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바로 축제를 앞다퉈 여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나친 이벤트성과 상업성만 가진 채 축제의 당초의 목적과 올바른 취지 등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축제가 끝나면 정체성을 잃고 관람객들에게 외면당하는 축제도 허다하다.

꽃향기 그윽한 꽃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오월의 여왕이 되고
꽃향기 그윽한 꽃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오월의 여왕이 되고 ⓒ 칠곡군
그런 측면에서 칠곡군의 아카시아벌꿀축제는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천천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올바른 지역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신동재의 역사성을 축제와 접목시켰으면 하는 거다. 신동재는 한국전쟁 당시 좌익정치범들을 처형했던 장소로 지난 2000년 AP통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아카시아 꽃은 유난히 희다.

아픈 역사를 가지고 축제에 접목시킨다는 단순한 발상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의 그늘에서 희생당한 넋들을 진실로 위로하는 진혼제를 열고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의 상생으로 축제의 서막을 연다면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칠곡군은 호국의 고장이다. 과거의 아픔을 진혼제로 치유하고 그 의미를 상생과 평화로 풀어간다면 어떨까? 호국의 고장에서 평화의 고장으로 거듭나는 칠곡군의 축제. 2000년 낙동강세계평화제전을 열었던 그 열기를 아카시아벌꿀축제와 접목시켜서 말이다.

그러면 서럽도록 흰 아카시아는 어느새 환한 아카시아 꽃으로 피어나 축제의 주인공으로 더욱 그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카시아벌꿀축제는 오는 5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 일원에서 열린다. 칠곡군에서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동재 입구 양쪽에 1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3곳이 마련돼 있으며 이곳에서 14대의 셔틀버스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시 운영한다.

※문의 : 칠곡군 산업과 축산담당 (054)979-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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