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타워크레인노조원들이 경기도 풍동 재개발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타워크레인노조원들이 경기도 풍동 재개발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불법용역 소사장제 철폐·근로계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며 지난 달 28일부터 8일째 총파업에 들어간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이 5일 새벽 일제히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이하 크레인노조) 소속 조합원 500여명은 5일 새벽 1시경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지역에 흩어져 있는 각 건설현장에 설치된 80여 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단협안 이행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새벽 1시 농성에 돌입한 조합원들은 5일 낮 3시 현재 13시간째 버티며 경찰과 대치중이다.

"소사장제 철폐" 등 요구

이날 고공농성에 들어간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은 "그동안 불법하청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소사장제도'를 철폐하고 정상적인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연월차수당·퇴직금 지급 ▲임금 14.4% 인상안 수용 ▲건설현장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 ▲일요일 휴식 등도 요구하고 있다.

'소사장제'는 일종의 다단계 하청으로 그동안 건설현장 타워크레인노동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원성을 받아 온 제도다.

조합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타워크레인) 임대회사들은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은 뒤 계약직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재하청'을 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같은 구조로 인해 임금의 15∼65%까지 임대업체들이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세전 230만원 정도지만, 소사장제를 적용할 경우 80∼19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소사장제가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사장제에 따라 주로 현장에서 크레인을 작동하는 노동자들은 최근 파주에 신설된 크레인기사 연수원을 갓 수료한 '초보기사'들이라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이 초보기사들이 현장 경험이 전혀 없어 대형사고의 위험이 항상 따라다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석 크레인노조 정책국장은 "파주연수원에서는 3개월의 교육만 수료하면 노동부장관령으로 타워크레인을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며 "그런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또 "교육기간이 3개월이라고 하지만 공휴일과 주말을 다 쉬고, 현장에서 하는 것처럼 15층~20층 높이의 가설물을 쌓아놓고 실습을 할 수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며 "내가 알기로는 파주교육원에서 교육생들이 직접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시간은 5∼7분인데, 그렇게 해서 건설현장에 나오면 그게 바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소사장제는 "임대업체들이 초보기사들을 저임금에 부려먹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상암동 개발지구에서  5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노조원들이 요구안을 외치고 있다
서울시 상암동 개발지구에서 5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노조원들이 요구안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크레인노조가 '소사장제 철폐'와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은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크레인노조와 사용자단체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하 크레인협동조합)은 이미 지난해 6월 단체협상을 통해 ▲업계 최저임금 설정 ▲노사합의 없는 신규 및 대체기사 채용 금지 ▲불법용역 및 소사장제 근절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크레인노조는 이같은 단협 합의사항을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레인노조는 5일 고공투쟁에 돌입하며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타워기사 노동자들은 지난 2001년 노조설립 뒤 한달간의 파업 끝에 일요일 휴무를 비롯한 임단협을 체결하고 2003년 근로기준법 사항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단협을 체결했지만, 사용주들은 단협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실제 현장에서 단협 이행률은 17%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용자측은 "성실히 교섭에 임했으나 노조가 협상테이블을 이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지난 28일 조합 홈페이지에 '기사노조파업에 따른 알리는 글'을 게재해 그간 협상경과를 설명한 뒤 "지난 4월 27일 사용자측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파주교육원을 폐쇄하겠다는 큰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에서는 밤 9시 교섭장소 이탈 후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용자측에서는 28일 새벽 1시30분까지 기다린 끝에 자리를 떴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크레인협동조합은 당시 '소사장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파주교육원을 폐쇄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노조측에서 "즉각 폐쇄"를 요구한 반면, 협동조합은 남은 교육생들의 교육이 끝난 시점에 폐쇄하겠다고 맞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협동조합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임금단가가 30% 하락해 실질적으로 임금이 15% 인상한 효과가 있으므로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고공농성'을 불러왔다.

 60미터의 타워크레인에 걸린 무재해 깃발 너머로 동이 터오고 있다.
60미터의 타워크레인에 걸린 무재해 깃발 너머로 동이 터오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5일 낮 3시 현재 경찰과 대치중

5일 낮 3시 현재 크레인노조 조합원들은 계속해서 건설현장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장에는 '불법 용역 소사장제 철폐', '근로계약서 체결 단체협약 이행', '일요일은 쉬고 싶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으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는 중이다.

크레인노조 총파업 상황실에 집계된 바로는 5일 낮까지 모두 5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전기를 끊고 물과 먹을 것을 올려보내지 못하게 해 조합원들이 고립된 상태"라며 "오늘(5일) 오후 6시께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조합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흥분한 조합원들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사상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5일 낮 3시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건설현장.

<서울 지역>

염창동 한솔 솔파크 현장 /중계동 한화현장 /난곡동 주공 경남기업 현장 /도곡동 제1차 재개발 현장 /왕십리 정림 ENG 현장 /이수건설 (하계 전철역 부근 현장)/서교동 대우 현장 / 금호동 대우 재개발 현장 /대방동 이수건설 현장 /상암동 진흥기업 3공구 현장 /퇴계원 KD건설 /방화동 128번종점 한수건설 /청천동 옛군본부 현대산업개발 /강성교회 신축 오구건설/길음동 대우 /수유리 효성 /건대옆 건국대 /풍림동 이수건설

<경기도 고양파주, 용인 지역 등>

이천 현진 에버빌 /일산 가죄동 현장 /안산 고잔 대우 7차 8차 현장 /일산 대우 프르지오현장 /의정부 벽산 아파트 현장 /파주 금호동 아이론 아파트 현장 /파주시금촌 아이론 아파트 현장 /일산 두산건설 /일산 풍동 주공 /고양시 원당 주교동 삼우재개발 /남양주 도농 빙그레 앞 롯데아파트 /호평 동원건설 /평내 유진건설 /양주 LG 건설 /대우 안산 7차 /수원 매탄동 현대아파트 /신갈 면허시험장 KCC /오목천동 주공 세양건설 /수원 고색동 우림 /신갈면허 서희건설 /용인시 동백지구 남양건설 동백건설 /군포시 당동 대림현장 /군포시 당동 대림현장 /안산시 원곡동 한화현장 /안산시 고잔동 대우6차 /화성시 한승건설 /수원대 근처 신일2차 /안중 우림 /여주 제일건설 /이천 중일동 현대 /정자동 두산 /용인 동백 삼부토건

<인천 지역>

인천 논현지구 신일건설 /인천 삼산동 남양건설 /인천 불로동 대림산업 /시흥시 월곶 풍림 3차 /인천 삼산동 신성건설 /인천 삼산동 두산건설 /신도종합건설 홍진아파트 재건축현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