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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일보
“서울시의회가 제대로 된 역할로 거듭나는데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주춧돌이 되겠습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실현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는 늦어도 내년 전반기 중에는 지방사무와 관련, 상당 부분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기 위한 마무리작업에 들어갔다.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그만큼 비대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를 견제하고 감독해야할 지방의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역량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더구나 서울시의회의 경우 서울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적 비율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의회와 집행부가 ‘한통속’이라는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와 전국광역의회의장단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임동규(한나라당 소속) 의장은 할 말이 많았다.

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여건조차도 집행부의 견제로 좌절되고 있는 상황, 비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서울시를 제대로 견제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의회 구조로 기껏해야 서울시 행사의 들러리 정도에 그치고 마는 서울시의회의 현주소가 임 의장의 의욕을 좌절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래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임 의장은 “언론도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임동규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서울시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안사업은.
"의원보좌관제도 도입, 정책연구실 설치, 그리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국제간 교류를 위한 의원연맹 결성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의원 보좌관제 도입이다. 보좌관제도는 의회가 집행부를 감시 감독 견제하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예산 절감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제도다."

-의원 보좌관제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명색이 13만 시민을 대표하고 18조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원이라고 해도 지역의 경조사, 자기직업, 지역민원 등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시정을 제대로 감독 할 수 있기에는 우선 시간적 여유부터 가질 수 없다.

갖가지 자문기구를 갖추고 보좌를 받으며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변변한 자문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회의 경우 도서관만 해도 직원 300명이 배치돼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고 있는데 지방의회의 경우, 의장조차도 시민 단위의 토론회 하나 나가려해도 누구하나 자료 챙겨주고 자문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전문성을 갖춘 보좌관이 있다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의정활동에 활용한다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는가."

-의원 보좌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예산’이라는 현실적 문턱이 있지 않은가?
"예산이 증액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인당 연봉 4000만원으로 의원보좌관제도를 도입할 경우 필요한 전체 비용은 약 40억 정도다. 그러나 40억 비용을 써서 5000억 정도의 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면 이는 한번 해볼만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서울시가 현재 85% 이상으로 규정해놓은 입찰 공사의 낙찰가를 2, 3년 공기는 최저 낙찰제도를 적용하고, 또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면 중간의 설계변경을 막을 수 있다. 설계 변경하면 공사가격 10%, 20% 올라가는 것은 잠깐이다.

상암경기장만 해도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된 상태에서의 문제점을 연구 보완했기 때문에 도중 설계변경이 필요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1%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면 연간 1800억이고 10%면 1조8000억이다. 이래도 의원 보좌관제 도입에 예산문제가 걸림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책연구실 설치에 대해.
"현재 의회 내에 예결산위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정 계획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파악이 안돼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구청장실에 배정된 예산이 표면적으로 책정돼있지만 각국과에 편법으로 편성된 것을 합하면 실제로 구청장이 쓸 수 있는 금액은 30배 정도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의회가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견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 정책연구실이나 보좌관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무조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견을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

시의회에 의원발의 실적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의원 발의로 나가는 것도 실상은 집행부가 거의 만들어 준 내용이다."

-시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시청 앞 광장 조례안이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 4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또 조례가 확정되기도 전에 1일 하이서울 페스티벌 장소 이용은 물론 단체 사용허가도 접수된 상태라는데. 이를 두고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청 앞 광장 조례안과 관련, 문제점이 지적돼서 사실 상임위에 상정을 미루자고 제안했었다. 그랬더니 집행부에서 난리가 났다. 각 의원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나서 로비를 하고 뜻대로 안되면 개인사를 꺼내 압박도 한다. 당초 의회는 시청 앞 광장 조성 자체를 반대했다.

그런데도 서울시장이 하겠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의장이 이렇게 힘이 없나 무력감을 느낄 정도다. 앞만 보고 혼자서 밀어붙이면 따라오겠지 하는 식의 시정운영은 안된다."

-서울시에 비해 취약한 여건을 가진 의회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의원보좌관제도나 정책연구소 설치는 사심이 있는 게 아니라 의회의 자질을 제고시켜 실질적인 집행부 견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법이 안돼 있다며 이를 제지하려고만 한다.

말로만 의회가 서울시와 양 수레바퀴라고 하지 말고 단순한 법 논리에 앞서 의회를 배려하고자 하는 의식이 우선됐으면 좋겠다. 의회가 시정의 전체적인 맥을 짚어 이를 시정에 반영한다면 이 시장 개인에게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의장 취임 이후 언론을 상대로 정례간담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시의 경우 상당부분의 예산을 들여 언론을 관리하고 있는데 비해 의회의 경우 공보실자료 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우리가 직접 언론과 접촉하면서 의회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의회가 서울시의 들러리 역할로 전락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하는 창구를 마련했다. 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장으로서 의회발전을 위한 각오를 밝힌다면.
"지난 91년부터 서울시의원으로 14년째 의정활동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욕심은 없다. 단지 의회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주춧돌이 되고 싶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당장 결과를 얻지 못한다해도 10년 뒤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면 과거 뜻있는 인사들이 감옥을 드나들며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의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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