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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언론의 편파성 시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중앙일보 김택환 기자,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서울대 이준웅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진중권 문화비평가, KBS 이재강 기자
28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언론의 편파성 시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왼쪽부터 중앙일보 김택환 기자,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서울대 이준웅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진중권 문화비평가, KBS 이재강 기자 ⓒ 이정은

미디어포럼 '언론광장'(대표 김중배 전 MBC 사장)이 주최한 '언론의 편파성 시비, 어떻게 볼 것인가-한국 정치에서 미디어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는 언론의 편파성 논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70여명의 청중들로 가득 찼다.

이날 토론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 교수, 문화비평가 진중권씨,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담당 기자,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가 참석했다.

이준웅 교수 "한국언론 이념적 비탄력성이 공정성 시비 원인"

이준웅 교수는 <'공정성 시비'와 한국언론: 비판적 담론 공중의 등장에 따른 언론비평의 변화>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지난 5년 사이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비판적 담론 공중(critical discursive publics)'의 본질은 '공정성에 대한 요구'이며 이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공중의 불만이 폭발한 것에서 일부 비롯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언론에 대한 공중의 비판적 담론은 언론의 객관성, 편파성, 공정성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말하고, "객관성은 사회에서 구성된 규범·의식·전략이므로 언론 수행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편파성은 평형점 적용이나 합의할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공정성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언론은 그 내용이 다양한 계층, 지역, 직업, 이념 집단, 이해 집단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 미치고 있지만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은 담론의 대상이 되는 사회 집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우리 언론은 보수나 진보나 할 것 없이 이념적으로 비탄력적이고 동시에 폭이 좁은데 이 역시 언론에 대한 공정성 시비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이다.

<중앙일보> 김택환 기자: "근대적·권력 지향적·상업주의적이라고 특징 지을 수 있는 현 한국 시점은 언론 역할 규정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17대 총선을 계기로 네티즌들의 글쓰기·시각 수준은 저널리스트 이상으로 매우 탁월해졌는데, 이는 매우 건강한 현상이다.

현재 한국 저널리즘의 두 가지 특징은 저널리스트 되는 과정이 힘들고, 저널리스트들은 엘리트집단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현 한국 사회에는 정치적 변화만이 아닌 사회·문화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는데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저널리즘에 내적·외적인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적 위기는 국민 국가적 가치보다 우선되는 시대적인 담론에 대한 논의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고, 외적 위기는 뉴스 소재 개발 경쟁은 세계적 추세인데, 한국 언론은 이 경쟁에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 언론은 질적 경쟁을 해야 한다. 탈근대·탈정치에 대한 논의까지도 해야 한다."

KBS 이재강 기자: "언론의 편파성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현상을 긍정적·희망적으로 보고 싶다. 과거 한국 언론제도의 정당성은 결코 정당하지 않은데 정당한 것으로 비춰진 '가장된 정당성'이었다. 현 현상은 가장된 정당성을 정당성이라 하는 언론과 이를 규명하려는 언론과의 경쟁이라 본다.

과거에는 일탈의 영역에 있던 문제들이 논쟁영역으로, 과거 논쟁영역에 있던 문제들이 이제는 일탈영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현재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일부 언론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여기에서 공정·편파성 시비가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KBS <미디어포커스>의 목적은 다수의 비판적 수용자가 생겨나도록 해서 비판적 담론세력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현 상황이 지나면 제대로 된 언론 환경이 올 것이다. 현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진통이다. 현재는 일부 신문 중심으로 팩트(fact)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 팩트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는 언론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조선>과 <한겨레>의 편파성을 어떻게 동일 차원에서 놓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하는 문제다.

비정상적 언론의 정상화와 한국언론의 정치적 경향성의 근대적 분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정상적 언론의 정상화가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이 언론의 공정성을 제기하게 됐는가?

87년 6월 항쟁 이후 '권력의 자유 민주적 정상화 과정'이 생기면서 민주주의 시대정신이 확산됐다. '민주적 주체화'가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가 동일하게 보도했다고 해도 이를 보는 독자의 시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즉 언론 수용자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겨레>, KBS <미디어포커스> 등의 보도가 친권력적 경향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이는 과거 <조선일보>의 행태다.

이제 언론은 권력의지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언론의 공정·객관·편파성 논란을 정리하고 담론규칙 확립이 진행된다면,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편파성을 동일 차원에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진중권 문화비평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당파·편파성 문제에 대해 언론은 정치적 입장 갖되 동시에 객관성도 가질 수 있다. 정치적 입장과 객관성의 양립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곡보도의 기준은 팩트(fact)의 왜곡, 해석의 과정, 의제설정이다. '팩트(fact)'에는 '데이터(data)'라는 의미 외에 '만들어짐'이라는 의미도 있다. '무엇을 보도하고 안 하나' 이것은 충분한 기자의 권력이다.

요즘 언론운동은 조·중·동 비판만 한다. 문제가 있으면 <한겨레>, MBC 등 다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언론운동에서 미리 선을 긋는다. 조·중·동이 한나라당 편들기라면 <한겨레>는 좀 그렇지만, <오마이뉴스>는 더 심하다.

내가 최근 <동아일보>에 칼럼 기고했더니 또 비판 들어오더라. 결국 자연스레 보수언론 칼럼 기고를 꺼리게 되고, 보수언론들은 더 보수화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저널리즘끼리 합리적 타협과 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토론회가 게임의 규칙을 위한 자리가 돼야 한다."

한편 이 날 청중으로 참여한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는 토론회 말미에 "지금 한국언론 상황이 공정성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는 너무 한가한 주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대표는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때에 따라 말 바꾸는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면서 "토론자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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