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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상 회장
권영상 회장 ⓒ 전영준
- 삽량문학회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양산에 살고 있거나 연고를 둔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방 문학 발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문학적 식견을 공유하고 정진시키려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문학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향토 문학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려 합니다.”

이제 겨우 다섯 해를 넘겼지만, 그동안 이들이 해 온 일을 보면 삽량문학회의 내공이 만만찮겠다 싶다. 지난 2001년에 창간호를 낸 문학지 <삽량문학>이 지난해까지 모두 3권이 나왔고, 오는 5월에 4호가 나온다.

문학기행을 통한 작품발표회, 인근 지역의 문학회(김해, 밀양, 포항 등)와 교류 시 낭송회, 독자와 함께 하는 문학인 송년의 밤 등의 문학행사를 해마다 가졌고, 달마다 정기 시 낭송회 및 토론회를 열고 있다.

문학지 <삽량문학>도 단순한 회원작품집의 틀을 벗어나, '기인/예인을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고려분청사기의 재현자 신정희선생, 문인화가 월천 진강백 선생, 서예가 묵선자 박지명 선생, 사찰학춤의 명인 학산 김덕명 선생 등 내로라하는 양산의 기인 예인들을 발굴 소개함으로써 양산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양산의 전설과 야화>도 소설적 기법을 빌려 맛깔스럽게 차려 놓았다. 회원은 시, 소설, 희곡, 수필, 동화 등 각 장르를 망라해 모두 스무 명이 넘는다고.

어려서부터 문재(文才)가 뛰어났던 권 회장. 경북 고령이 고향인 그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일찍이 양산 통도사 영취산 자락에 삶의 둥지를 튼 세월이 어느새 30여 년.

그는 양산에서 줄곧 공무원 생활을 하다 지난 99년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문협 양산지부장을 3대째 역임했고, 계간 <주변의 시> 동인 초대 회장을 지냈다. 삽량문학회 회장 말고도 경남문협 회원과 <월간 문학21>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63년에 <문예춘추>를 통해 첫 등단을 했지만, 세상살이에 바빠 한동안 작품 발표를 소홀히 하던 중 93년 <월간문학21> 신인상으로 다시 등단했다.

"문학은 내 영혼이 잠시 쉬어 가는 집"

지금은 공직에서 물러나기도 했고 슬하의 딸, 아들 남매도 다 장성하였으니 애오라지 시 쓰는 일과 '삽량문학회' 식구들 건사하는 일만이 그의 일상사다. 그동안 첫 시집 <산처럼 물처럼>에 이어 5권의 시집을 냈다.

-그렇다면 권 회장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심성을 문자라는 도구로 옷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극대화시키는 촉매제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문학인이라면, 자연과 사물의 형상을 정점으로 끌어올려 보다 나은 삶의 가치관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지요.”

문학지 ‘삽량문학’ 3호(2003년 출간)
문학지 ‘삽량문학’ 3호(2003년 출간) ⓒ 전영준
그는 또 달리 문학을 “내 영혼이 잠시 쉬어 가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 회장을 만난 첫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 농군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시에서는 해묵은 장맛이 난다.

밤새껏 홀로 울어 외로운 그대
환한 둥근 달 미소에 담아 둔 내 그림자
몸짓도 아니며
손짓도 아닌
모가지 비틀어 바라보는 그대 미소 앞에
서쪽으로 기울어야 할 달이지만
잠시만이라도 길을 잃었다

-권영상의 시 <달맞이꽃> 일부


서쪽으로 예정된 길을 가야 할 달이지만, 달을 따라 목을 틀고 있는 달맞이꽃을 바라보면서 잠시 길을 잃어버리는 달…. 시인의 눈썰미가 아니고는 볼 수 없는 것을 시인은 우리들에게도 보게 하니 이것 또한 시 감상이 주는 기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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