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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대학생 등 1000여명은 종묘공원에 모여 '114주년 세계노동절맞이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강제추방 중단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와 대학생 등 1000여명은 종묘공원에 모여 '114주년 세계노동절맞이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강제추방 중단을 촉구했다 ⓒ 석희열
이들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부의 강제추방 단속이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특히 출입국관리소 단속팀은 가스총을 쏘며 짐승을 사냥하듯 인간사냥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몇 천만원의 돈을 들여야 하는데, 한국대사관, 출입국사무소, 인력송출업체로 구성된 비리 커넥션 때문"이라며 "이들의 뿌리를 뽑아 입국 비용을 현실화시키고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먼저 바꾸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정부의 강제추방에 항의하며 명동성당에서 16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제추방 반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단' 투쟁국장 자히드(30·방글라데시)는 "한국정부가 고용허가제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선전해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요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자히드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노동을 착취당하고 폭행까지 당하면서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면서 "이는 현장에서 죽든지 불법체류자가 되라는 말이나 다를 게 없다"며 한국정부의 고용허가제를 강하게 비난했다.

민중노래패 젠(ZEN)의 이남가(26)씨는 "그동안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10년 넘게 온갖 폭력과 탄압에 시달리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노예처럼 살아왔다"며 "이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전면 합법화하고 그들에게 노동비자를 내주어 실질적인 노동3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구호구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각종 구호구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석희열
특히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국회 공간이나 현장이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며 17대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감을 쏟아놓기도 했다.

대학생 최아무개(성신여대 3)씨는 "다른 나라에서처럼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들도 국경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왕래가 허용돼야 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을 위해 현장의 힘을 받아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현 사무국장은 "돈이 없고 생김새가 다르다고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일반인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지금까지는 국회와 현장이 단절되어 왔는데 민주노동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국회에 진출시켰으니 이제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강제추방 즉각 중단 △강제연행된 이주노동자 전원 석방 △산업연수제도 즉각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실질적인 노동3권 보장 등을 한국정부에 요구했다.

경찰이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대의 행진을 가로막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정리집회 후 자진 해산하는 바람에 서로간에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경찰이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대의 행진을 가로막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정리집회 후 자진 해산하는 바람에 서로간에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 석희열
이들은 오후 늦게 집회를 마치고 종묘공원을 출발하여 1개 차선을 차지한 채 '철의 노동자', '동지가' 등을 부르며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이날 집회에는 114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대학생들과 장애인이동권연대 소속 회원들도 대거 참가하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시위대의 행진을 명동성당 앞에서 가로막아 저지했으나 시위대와의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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