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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 회장
김충현 회장 ⓒ 권윤영
“어느새 10주년 행사를 맞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잔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많은 사람과 작품을 나누고 싶은데 시간이 짧아서 아쉽습니다.”

최근 대전 중앙병원 강당이 많은 방문객들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붓사랑 서우회 김충현(53) 회장의 얼굴이 흥분과 기대로 물들고 있다.

지난 16일부터‘창립 10주년 기념 붓사랑 장애인 부채, 붓글씨, 그림전’과 ‘제8회 대전시 대덕구 장애인 미술 작품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중앙병원은 산재 의료기관입니다. 산재로 입원에 있는 사람만 300여명이 되고 일반 환우들도 800명 정도 입원해 있는데, 병원 생활이 얼마나 무료하겠습니까. 갖은 역경을 겪고 이겨낸 친구들의 작품을 와서 봐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91년 4월 5일, 김 회장은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날을. 대기업 모 부엌가구의 관리부 차장으로 근무 중이던 그는 업무협의차 건설현장에 갔다가 안전설비 부실시공으로 인해 추락 사고를 당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웃음을 잃었다. 3년간 병원에서의 투병 생활. 그리고 93년 8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
그의 작품들 ⓒ 권윤영
ⓒ 권윤영













그는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다시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걸어보려고 시도했고 좋다는 민간치료는 다 해봤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그의 방황은 1년간 계속됐다. 절망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죽으려고 한 것도 여러 번.

그런 그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 바로‘붓’이었다. 그는 지난 94년 붓사랑 서우회를 만들었다. 국전초대작가에게 서예를 배우기 시작해 한국장애인미술대전, 기독 서예대전, 대한민국통일서예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을 하기도 수십 차례였다

지난 96년부터는 한국산업안전공단, 현대, 삼성, 포스코에서 산업현장 재해예방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붓사랑장애인문화원을 열어 작품 활동을 하며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그는 현재 방송대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서예를 시작하고부터 다시금 정서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에게 힘을 주는 아내 정귀순씨
그에게 힘을 주는 아내 정귀순씨 ⓒ 권윤영
음지에서의 그의 삶은 서서히 양지로 다시 나왔다.‘붓’이 그에게 희망을 가져다 줬다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그의 아내 정귀순(50)씨는 대전 대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 그의 딸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그의 아들은 서예를 전공하고 있으니 가족 모두 그의 영향을 받은 셈. 그는 여전히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다.

이날 행사를 돕느라 분주하던 딸 김옥화(24)씨는 “아버지가 많이 노력을 한 이유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버지의 장애가 느껴지지 않아요. 여느 아버지와 다른 점이 없답니다. 가족들하고 외식도 잘 가고 영화도 잘 보고 어디든 다니고 있어요”라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다.

장애인 미술협회에서도 활동 중인 그는 앞으로 붓사랑장애인문화원을 활성화시켜 장애인의 자활을 돕고 싶다. 장애인 단체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그는 강조한다.

“힘들게 살지 말고 자신 있게 살아야 합니다. 전국의 450만 명 장애인들에게 말합니다.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니 움츠려들지 마십시오.”

붓사랑장애인 부채, 붓글씨, 그림전

ⓒ 권윤영

기간 : 2004년 4월 21일까지
장소 : 대전 중앙병원 강당
주최 : 붓사랑 장애인 서우회
문의 : (042)672-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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