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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를 다졌던 석회덩어리
묘를 다졌던 석회덩어리 ⓒ 이재완
윤달은 흔히 군달, 공달(空月), 덤달, 여벌달이라 불린다. <동국세시기>에는 ‘윤달에는 혼례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데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옛 사람들은 윤달에는 부정이나 액이 없다고 믿어 혼례, 집수리, 이사, 선묘(先墓)단장, 호상옷(수의) 만들기 등 평소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집안 일들을 마음놓고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올해처럼 윤2월은 ‘장을 담그는 데도 그만이다’라는 말이 있으며,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나지 않는다’, ‘윤달에 수의를 지어두면 오래 산다’라는 속설이 있다. 이것은 바로 윤달이 거리낌없는 달임을 반영하며, 동티가 나지 않는 비일상적인 달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통사람들은 윤달을 기해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였으며, 이러한 풍습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장으로 파헤쳐진 묘 주위
이장으로 파헤쳐진 묘 주위 ⓒ 이재완
올해엔 윤2월이 들어있는 윤년이다. 양력으로 3월 21일부터 4월 18일까지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선묘를 이장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난다. 이장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포크레인을 불러 선묘를 파헤치며 선묘의 시신들을 이장한다. 때로 이들은 납골당을 만들어 선산에 있는 선조들을 한 군데 안치시킨다. 이것은 장묘 문화의 새로운 변화이며 윤회인 것이다.

화장은 불교가 도입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장법으로서 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의 자료를 통해 잘 나타난다.

납골당
납골당 ⓒ 이재완
사대부들은 골호를 만들어 화장 후 뼈를 담아 매장하는 이른바 2중장법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장묘문화는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일부 절에서 시행되었다. 이렇듯 장법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윤회하듯 변동하는 것이다.

화장도 하나의 문화이다. 화장이 좋다, 매장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화장을 하기 위해 묘지를 훼손할 때에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예부터 많은 석물을 세워왔던 지배층들의 묘자리에는 그 시대의 문화가 담겨있다. 이른바 그 시대의 장묘 문화이다.

하지만 현재에는 선묘들을 이장하는 문중에서는 선조의 주검을 화장하여 납골당을 세우는 사례도 많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조의 묘자리는 흔적 없이 사라지며, 그 안에 부장품 또한 사라진다. 이것은 그 묘 주인이 살았던 시대의 다양한 풍습이 녹아있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장으로 방치된 문인석
이장으로 방치된 문인석 ⓒ 이재완
이러한 이장법은 옳지 않다. 먼저 이장을 하는 단체에서 어떻게 이장을 할까라는 논의 속에서 다양한 석물들과 족보 수정(대체로 30년마다 수정하지만), 석물 등의 논의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좀처럼 이러한 논의에서는 이장이 우선이며, 다른 사항들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먼저 이러한 일들을 사전 문화재 단체에 알려 석물의 처리와 보존 등을 협상하고, 나아가 그들에게 올바른 장묘문화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장으로 방치된 묘석
이장으로 방치된 묘석 ⓒ 이재완
또한 이장을 할 때에는 과거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두며, 이장을 하는 전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이장을 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과거의 문화를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함이며, 곁들여 그 세세한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놓음으로써 이장의 문화를 담는 두 가지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다양한 장법에서 현대의 장법은 몇 가지의 장법으로 고정되어 간다. 과거에 있었던 세골장, 풍장, 수장, 굴장 등은 거의 사라졌으며, 현재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초분이 전부이다. 또한 현대 도시인들은 병원에서 치러지는 장법에 익숙해져 있다. 이렇듯 점점 바뀌어가고 고정되어가는 장법에서 우리는 과거의 묘제를 이해하고 윤달의 이장철을 맞아 좀더 세밀한 계획과 논의를 통하여, 보다 나은 장묘 문화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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