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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4·15총선에서 진보정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전 국회의원들과는 전혀 닮지 않은 사람들, 그러나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가장 닮은 사람들, 아니 자신들이 노동자요 농민이요 민중인 사람 10명이 그 문으로 국회로 들어왔다. 국민 277만3천769명이 지지한 민주노동당, 당당히 제3당이다. 전국 어디서나 고른 지지를 얻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다.

이들은 부자에게 돈 받지 않고 진성당원 5만명의 당비로만 정치하는 사람들, 부자에게 세금 제대로 걷어 서민에게 복지를 누리게 하는 걸 최고의 정치목표로 삼는 사람들, 자신이 받는 의원 세비조차 노동자 평균 임금을 빼고는 당에 반납하겠다는 사람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다. 방송출구 조사 결과 발표 후 첫 소감을 “민주노동당 앞장서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구호로 응답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민주노동당 사람들, 그들이 국회로 들어온다.

재벌과 부자와 미국에게 정치자금과 앞날을 보장받고 그들 뜻대로 손 들어온 거수기국회, 부패국회, 특권국회, 그 50년 역사에 결코 작지 않은 구멍을 뚫고 당당히 걸어 들어온 사람들, 그들은 바로 이 땅의 노동자 농민 빈민 바로 민중 자신들이다.

낡고 낡은 보수수구세력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려앉힌 사람들, 대통령과 행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장악해 거대 여당으로 떠오른 보수개혁세력을 견제할 민주노동당을 제3당으로 우뚝 세운 사람들, 바로 이 땅의 위대한 민중들이다.

진보정당 원내진출, 얼마나 기다려온 일인가. 1956년 진보당 이래 50여년, 1960년 4·19 직후 싹튼 혁신정당을 5.16쿠데타가 짓밟은 지 40여년 만에 마침내 한국 국회, 한국 정치는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분단 반공주의로 얼룩진 개발독재와 군사독재를 지나 신자유주의정권에 맞서온 지난 세월, 우리는 국회 때문에, 정치 때문에 얼마나 울어야 했던가.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외눈박이 국회 시대를 끝냈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비대한 오른 쪽 날개에 균형을 맞추려 고개를 내민 작은 그러나 소중한 왼쪽 날개를 갖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오늘 하루만은 흐르는 기쁨의 눈물을 닦지도 말고 돼지고기에 막걸리도 한 잔 해도 좋으리라. ‘이 뜨거운 지지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밤잠이 오지 않는다’는 선거 운동 기간의 고뇌도 잠시 뒤로 하고 오늘만은 맘껏 축하해도 좋으리라. 비록 내일부터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의 길, 고난의 가시밭길을 가야할지라도 오늘만은 민중의 새 역사 창조를 한껏 자랑해도 좋으리라.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돌아보면 언제 여기까지 왔나 싶으나 내다보면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어찌 한시라도 잊으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뒤떨어지고 낡고 썩은 정치를 바꾸는 무기가 되라는 민중의 지상명령을.

과반여당으로 떠오른 보수개혁세력은 냉정하게 말해 수구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신자유주의체제라는 것이 민주노동당 판단이다. 그들의 신자유주의정책을 견제하고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 지난 1년 동안 노무현 정권은 출범 당시 내건 개혁정책을 포기하고 외국투기자본과 거대재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 농민 서민을 울려왔다. 자칫 총선결과는 노무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과 과반여당의 독주를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활동범위와 시야를 국회 안으로 좁혀서는 3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소수정당이란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리라.

그러나 스스로를 얽매는 고통의 사슬을 끊으려 몸부림치는 민중투쟁의 하나로 의정활동을 자리매김하고 민중과 함께 싸워나간다면 부패정치를 감시하는 민중의 눈이 될 것이요, 거대여당을 견제하는 진보야당의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으리라.

병든 홀어머니와 두 동생을 부양하다 그들이 먹을 밥 한 솥을 지어놓고 목을 맨 15살 소녀 가장, 온갖 차별과 절망에 찌들어 가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아이 울음소리 그친 지 오래인 농촌, 빈곤과 단속에 울부짖는 도시빈민들, 국가보안법의 낡은 칼에 상처 입는 사람들, 바로 이곳에서 이들의 눈이 되고 이들의 무기가 되어야 하리라. 또 부유세를 더 강력히 밀어붙이고,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의제를 꼭 실현해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리라.

4·15 총선 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철회시키는 것이다. 이 중대한 일을 모든 사회운동세력의 힘과 민주노동당이 앞장선 의정활동의 힘을 모아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에게 씌워진 미국의 침략전쟁 공범이란 멍에도 벗을 수 있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미국의 총알받이로 내모는 참극을 막을 수 있다.

진보야당과 의원들은 마땅히 실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겠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도덕성이다. 국회의원 기준이 아니라 진보운동가 기준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갈고 닦아서 국회가 감히 타락할 수 없는 거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때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때로는 보석 같은 구실을 하면서 진보야당의 진가를 입증하는 만큼 전진할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민주노동당의 구상대로 이 땅의 정치판을 보수와 진보의 진검승부시대로 판갈이 하는 대전진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진보야당이 민중을 대변하며 발전할수록 보수여당은 개혁색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개혁여당과 진보야당이 아름답게 경쟁하는 민생정치가 될수록 노동자 농민 서민의 행복지수도 달라질 수 있으리라.

그래서 이제 우리 민중도 국회 때문에 정치 때문에 힘겨워하는 게 아니라, 민생국회 민생정치 때문에 행복할 줄 아는 시대에 살아볼 수 있으리라. 그날을 그리며 오늘은 마침내 시작된 진보야당시대를 한껏 축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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