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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희수
지난 1969년 창립,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새 대표로 40대 젊은 회장을 선택하며 ‘제2의 창립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회원들에게 강제했던 ‘정치적 중립의무’ 조항을 개정해 ‘정당 가입’이 가능하도록 임시로 정관을 고친 것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뚜렷이 나타난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연주 신임 회장을 만났다. 지난 6일 15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현재 연세대 대학원 ‘여성최고위자 과정’ 교수로 재직중이며 2001년부터 연맹의 부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정치중립 조항 개정...차기선거 회원 정계진출 지원

“그동안 유권자연맹은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독려와 교육, 정책 비판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십년 간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다보니 우리 회원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정계로 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새로 회원을 영입하는 데도 애로가 많았습니다. 우선 2006년 치러질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통해 회원들이 정계로 대거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요즘 회원들 사이에서도 NGO로서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완책 중 하나는 연맹의 모든 사업을 결정하는 중앙회장단 임원은 정당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지금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진출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춘 준비된 여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제가 회장으로 일하는 3년 동안 ‘여성의 정치세력 저변 확대’와 더불어 ‘여성정치지도자’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젊은층 영입 총력...대학에 ‘영 여성유권자연맹’ 추진

이 회장은 자신의 임기 중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주요 사업으로 ‘젊은층 영입’을 꼽았다. 이미 ‘386세대’에 해당하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구성된 젊은 교수 12명을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젊은 피 수혈’에 적극 나서고 있다.

“1만5000여명의 회원 가운데 대다수가 50대 이상입니다. 젊은층의 참여 유도를 위해 청년부를 두고 각 대학에 동아리 형식으로 영(Young) 여성유권자연맹을 만들어 지원할 계획입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여성계가 벌여온 여성정치참여 운동에 대해 이 회장은 “대단한 성과가 있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여성유권자연맹도 321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총선여성연대의 회원으로 가입해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목소리를 같이했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때만 해도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은 ‘꿈’인줄 알았습니다. 이런 기세로 가면 2006년 지방선거에선 프랑스처럼 정당에서 공천할 때 여성, 남성 동수 공천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을 ‘취업난’이란 말로 대신했다.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이 회장은 졸업 당시 취업이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우리 학과 79학번 중에서 여학생은 제가 유일했습니다. 성적도 좋았는데 취업이 안 되더군요. 여성이기에 겪는 차별임을 절감했습니다.”

마침 청와대 영부인 비서실에서 일할 행정사무관을 특채한다는 공문을 보았고, 이에 응시해 합격한 이 회장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이순자 여사의 비서로 일했다. 민원 업무를 주로 맡았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남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동안 이상과 현실의 장벽이 매우 크며 현실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절정과 몰락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권력의 메커니즘을 경험해서 그런지 큰 욕심을 부리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회장은 “유권자연맹에서 일하면서 ‘봉사’의 기쁨을 깨달았다”면서 “임기가 끝난 뒤에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돈이 없어 공부를 중단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1969년 6월 12일 김미희, 김정례, 이범준, 이태영, 최이권, 황신덕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여성이 주체가 되어 참다운 시민의식과 올바른 주권행사를 통해 21세기 미래 창조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 법인단체이다.

현재 전국 광역시·도에 13개 지부와 시·군·구에 90여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1만5000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여성의 민주시민의식 함양과 정치참여의 확대를 통하여 민주복지사회의 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강령에는 ▲우리 여성 유권자는 참정권의 정당한 행사로 주권자의 책임을 다하여 민주주의의 확립을 기한다 ▲우리 여성 유권자는 평등과 상호존중을 기초로 한 남성과 여성의 공동 노력으로 복지사회의 건설을 기한다 ▲우리 여성 유권자는 예속과 압제를 거부하는 자주와 평화의 의지로써 민족통일의 촉진을 기한다 등이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이춘호 회장이 연맹의 대표로 일했으며 김정례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역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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