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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2일 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을 저지하고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살려내기 위해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비례대표를 포기한다"고 밝힌뒤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희선 의원이 정동영 의장의 농성장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를 포기한 것이 막판 표심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 의장의 승부수가 불과 이틀을 남겨둔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각 정당의 계산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공식선거운동 돌입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거여견제론'이 선거중반까지 위력을 발휘한 터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읽어내는 판세분석은 더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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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동영 변수'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대표는 "정 의장의 사퇴가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억제하고 재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부동층들을 실망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두 가지가 서로 상쇄효과를 낸다고 해서 최종적인 판세가 사퇴 이전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정동영 사퇴로 인해 판세를 들여다보기가 다소 힘들어졌다"며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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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론 각인시키는 효과 있어도 앞으로의 영향은 두고봐야"

유보적인 반응을 넘어 '정동영 효과'에 대한 각론을 얘기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우리당이 반등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등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한가지, 공식선거 돌입과 함께 계속 이어졌던 '한나라당 상승, 열린우리당 하락' 추세가 일단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보람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염동훈 현대리서치 이사는 "수혈(지지율 상승 추동)은 아니지만 지혈(지지율 하락방지) 정도는 된다는 게 적당한 표현 같다"고 말했다.

김상범 월드리서치 부장은 "정동영 사퇴 이전에는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한나라당의 선전으로 접전지역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1당과 2당이 뒤집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치할 경우 예측불허의 분위기였다"며 "정동영 사퇴는 열린우리당에서 나올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탄핵심판론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앞으로의 영향은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정 의장이 사퇴하기 이전인 주말부터 '열린우리당 위기론'이 조금씩 유포되면서 한나라당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안정되는 기류는 있었다"며 "정동영 사퇴는 영남권 유권자들을 겨냥한 배수진의 성격이 강하다, 여전히 영남에서 (우리당이) 10석 이상은 힘들다고 보지만 경합지역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정희구 성향의 40대에게 '불안정' 이미지 심어주는 역효과도"

그러나 김규철 에이엔알 상무는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한나라당이 계속 약진해 1당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바뀌는 발판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노풍(老風)이라는 부정적 바람이 꽤 많이 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 반면, 안정희구의 성향을 가진 40대에게는 '불안정한 여당'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서 득실 계산이 쉽지 않다"며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은 '불안정' 이미지 때문에 반대편으로 쏠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동영 사퇴와 소장파 의원들의 단식농성이 열린우리당 지지층들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범 월드리서치 부장은 "세대별로 보면, 20∼30대의 우리당 지지율은 일관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지만 이들에게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결집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그러나 50대 이상은 워낙 한나라당에 많이 기울어 있어서 역효과를 내거나 한나라당으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하는 정도의 소소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무래도 관심거리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던 40대의 향방. 김 부장은 "안정희구의 40대 유권자들 중에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들이 역대선거에서 어느 한 쪽을 완전히 밀어줬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40대는 절반씩 균형을 맞춘 상태인데, 다른 연령대 부동층 견인에 일정한 힘을 발휘할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반(反)한나라 진영의 분열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

양당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의외로 다른 당들이 '1당 싸움'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분당과 함께 반(反)한나라 진영이 쪼개져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다"는 가설이 민주당 또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수도권의 일부지역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염동훈 현대리서치 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아닌 '제3당 지지층'의 증가가 열린우리당 후보를 괴롭히는 측면이 있다. 일례로 우리당의 하락세가 완만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세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양당간의 접전이 이뤄지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당 때문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으로 넘어가거나 부동층으로 돌아서면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

김규철 에이엔알 상무도 이같은 견해에 부분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김 상무는 "이번 선거는 보수 대 개혁(또는 진보)의 구도로서 '1(한나라) 대 3(열린우리-민주-민주노동)'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런 구도에서 반(反)한나라 진영의 표가 갈리면 한나라당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고, 어쩌면 이같은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이 1당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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