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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는 밤열차로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프라하에서 자정에 출발하면 부다페스트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태어나 생전 처음 타보는 밤기차다. 6개의 접이식 침대 칸을 예약했으니 함께 여행하는 일본친구 사오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타인이다.

▲ 프라하의 야경
ⓒ 배을선
혹시나 배가 고플지 몰라 말그대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소시지를 하나 사먹었다. 열차 시간이 다가와 급하게 먹은 게 탈이었다. 소시지 기름이 재킷위로 줄줄 떨어졌다. 냅킨으로 대강 닦아냈으나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을 태세다. 소시지 기름 얼룩이 프라하의 마지막 추억거리가 되다니!

열차에 올랐다. 남자 2명이 이미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헝가리인으로 보이는 한 명과 국적불명의 영어를 잘하는 젊은 남자다. 다행히 사오리와 나는 가장 낮은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으나 40cm 위로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누워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도‘치한’으로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곧이어 열차가 출발했고 내 위로 누워있는 남자가 불을 껐다. 사오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사오리의 눈 흰자만 쳐다봤다. 사오리 역시 잠이 오지 않는지 뒤척일 틈도 없는 침대 위에서 요령껏 뒤척이는 모습이 쳐다만 봐도 재미있다.

슬슬 잠이 들려는 차, 프라하에서 나온 이민국 직원이 여권을 확인했다. 한번 확인했으면 문 밖에 표시를 하던가 할 것이지, 한 30분이 지나니 또 여권을 확인하려는 이민국 직원이 들이닥쳤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흔들리는 기차소리에 적응이 되려는 무렵, 헝가리 남자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진퇴양난! 더욱이 실내 온도는 왜 이리 더운지 사오리와 나는 소리없이 재킷을 벗고 스웨터를 벗고 셔츠를 벗었다.

잠이 들었다 깼다를 몇 번씩 반복했을까? 동이 아직 트지도 않았는데 헝가리 이민국 직원이 들이닥쳤다. 마침내 헝가리 국경인가보다. 어설프게 잠을 잤는지 머리도 무겁고 몸도 피곤했지만 슬슬 아침이 밝아와 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부다페스트 여행 책자를 꺼내 이틀동안의 주어진 여행기간동안 어디를 돌아다닐 수 있을까 확인했다.

부다페스트는‘크레이프'(Crepe)로 유명한 곳이고, 터키의 지배를 받았던 지라 '터키탕' 또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터키탕'은 매춘이 더해진 목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터키식 공중 온천목욕탕은 공중목욕탕이 없는 유럽사람들에게는 전통적이고 독창적인 필수 관광지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립박물관
ⓒ 배을선
드디어 역에 도착했다. 침대 시트와 베개를 옆방의 관리인에게 돌려주니 열차 티켓을 되돌려 주었다. 열차 티켓이 말하자면 침대시트 사용증 정도 되는가보다. 열차에 내려 부다페스트의 공기를‘흠’하고 맛보려는 순간이었다.

“아 유 코리안?”

부다페스트에서 그 유명하다는 노란아줌마를 만났다.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을 상대했으면‘척하면 삼천리’로 알아 맞출까.

예약한 호텔이 따로 있다는 데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이 노란 아줌마. 왜 노란 아줌마냐고? 금발머리에 하얀 피부를 빼면 상체 하체 모두 노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룻밤에 10유로(2600포린트), 아침식사를 헝가리안 굴라슈나 라면으로 공기밥 포함하여 제공 등 한국어로 쓰여진 복사물을 보여주면서 “우리 집은 한국사람들이 찾는 정말 좋은 곳”이라며 자찬을 멈추지 않는다.

노란아줌마는 사오리에게도 한국어로 된 복사물을 건네주었는데, 일본인이라는 나의 말에 일본어로 된 복사물을 다시 건네주었다. 그리곤 “우리집은 일본사람들도 찾는 정말 좋은 곳”이라는 부연설명이 계속되었다.

맘씨도 좋아 보이고 워낙 유명한 노란아줌마를 어떻게 떼어 놀 수가 없어서 사오리와 나는 예약한 호텔을 포기하고 노란아줌마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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