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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총회장에서 만난 박근혜 대표와 정동영 의장이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박근혜 대표가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인사를 하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온 반면 정동영 의장이 인사할 때는 대부분 참석자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근혜 대표는 웃었고, 정동영 의장은 고개를 떨궜다.

8일 오후 재향군인회 50회 정기총회장에서 어색한 첫 만남을 가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시에 군심(軍心) 잡기 경쟁에 나섰으나 박 대표의 '한판승'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일정 보다 다소 늦은 2시25분께 행사장에 도착한 박 대표는 열렬한 환호와 축하를 받으며 입장한 반면, 박 대표보다 20∼30분 일찍 입장한 정 의장은 입에 담기 힘든 험담을 듣는 호된 신고식으로 입장행사를 대신해야 했다.

또한 박 대표는 연설 도중 무려 17차례나 박수세례를 받았지만 정동영 의장은 3차례를 받는데 그쳐 정 의장에 대한 군심(軍心)의 반감 수준을 짐작케 했다.

사실 박 대표의 싱거운 한판승은 이미 예고됐던 것. 각 당 대표의 축사에 앞서 이상훈 재향군인회 회장은 국가보안법 개폐를 총선공약으로 내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의식한 듯 "우리 향군은 한·미 혈맹을 이간질하거나 국가보안법 페지를 주장하는 집단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세력으로 간주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으름장을 놓고 행사를 시작했다.

박근혜 "회장님은 아버님과 각별한 인연 갖고 계셔 감회 새롭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상훈 향군회장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식순에 따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먼저 연단에 올랐다. 박 대표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환기시키며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이상훈 재향군인회장님은 젊은 장교시절 아버님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계시기에 더욱 감회가 새롭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의 인연을 매개로 재향군인회에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재향군인회에서는 후배 장병들을 격려하고 전쟁으로 피폐된 이라크에 희망을 심기 위해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여러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박 대표는 "국방비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 불가결한 투자"라며 "우리 한나라당은 국방비를 GDP 대비 4%인 27조원까지 늘리고자 한다"고 말하며 재향군인회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 박 대표가 "하루 빨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하자 청중들이 "옳소"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현역 군인을 위한 200억원 지원, 군내무반 시설 개선 지원, 사병월급 인상 등 한나라당의 안보 및 국방관련 공약을 하나하나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동영 "경제강국 결실 여러분의 나라사랑 덕분" 격찬에도 반응은 '냉랭'

▲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면 정동영 의장은 당초 작성한 연설문의 절반 이상을 수정하며 군심(軍心) 잡기에 열을 올렸으나 만족할 만한 소득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정 의장은 "우리가 오늘과 같은 튼튼한 국방력과 안보태세로 이 땅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이었다"면서 "남북이 분단돼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계 12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실을 거둔 것도 여러분의 나라사랑하는 마음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격찬했으나 반응은 냉랭했다.

특히 그는 재향군인회의 '입맛'에 맞는 얘기를 부분부분 할애했던 연설문 초안과는 달리 군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수정문을 통해 비중 있게 강조함으로써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국민이 뽑은 우리의 대통령은 하루 빨리 대통령의 자리에 복귀해야 한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원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세상"이라는 말로 탄핵철회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말이 유고상태이지 사실은 심각한 국가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정 의장은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확고한 안보태세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하여 평화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해시키는데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때까지 정 의장은 청중으로부터 단 한차례의 박수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돌출발언을 삼가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연설 도중에 "끝내고 나가라"는 목소리가 한두차례 터져 나오는 등 수모를 겪었다.

정동영 의장 행사 끝난 뒤 "말만 하지마", "야이 XX야" 욕설 듣기도

▲ 연설을 마친 정동영 의장이 총회장을 빠져 나가는 동안 일부 참석자들이 정의장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재향군인회에 대한 공약사항이 제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참전군인과 전역군인들이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도록 제도적, 정책적,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정 의장은 연설 시작 후 첫 박수 갈채를 받았다.

또 "군인연금법을 보완해 그야 말로 현실적인 지원이 되도록 함으로써 평생을 군대에 봉사하신 우리 장군님들, 예비역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우리당이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공약한 대목에 대해서도 재향군인회원들은 차분히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도 잠시. 연설이 끝나자마자 일부 재향군인회원들은 "말만 하지마", "야이 XX야", "주둥이만 살아가지고"라며 정 의장의 뒷통수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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