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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민주노동당 서대문갑 정현정 후보와 운동원들이 연희동 전두환씨 집앞에서 유세활동을 벌이려하자 경찰들이 골목길 입구에서 유세차량을 몸으로 막고 있다.
8일 오전 민주노동당 서대문갑 정현정 후보와 운동원들이 연희동 전두환씨 집앞에서 유세활동을 벌이려하자 경찰들이 골목길 입구에서 유세차량을 몸으로 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두환씨 집앞 골목길 입구에서 경찰에 저지당한 정현정 후보가 경찰저지선 밖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전두환씨 집앞 골목길 입구에서 경찰에 저지당한 정현정 후보가 경찰저지선 밖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8일 오전 10시 25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서대문구갑 민주노동당 정현정 후보가 전 전대통령 자택 앞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선거유세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전 전대통령 자택의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6명은 10시 25분부터 전 전 대통령 자택 앞 골목을 막고, 미리 도착한 기자들의 골목 통행도 금지시켰다.

오전 10시 40분.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늦게 정현정 후보와 선거운동원 6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정 후보 유세차량이 전 전 대통령 자택 골목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전 전대통령 자택 경호 담당 경찰 6명이 선거유세 차량의 진입을 온몸으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골목 진입을 시도하던 민노당 측 선거운동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이 벌어진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반대편 골목에서 경찰 30여명이 무더기로 달려왔다. “바리케이드 확보해!” 라고 외치며 10여명의 경찰이 서로 팔짱을 끼고 두 줄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고, 이에 맞서 민노당측은 “선거운동을 막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골목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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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주민신고 받고 이러는 것 뿐”, 민노당 “경찰 대응 지나치다”

경찰과 민노당 측의 대치가 10여분 동안 이어지자 서대문경찰서 산하 연희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나서서 “우리는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나왔다”며 민노당 측에 경찰 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민노당 측은 “주택은 사유지일지 모르나 이 골목은 사유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그는 “사유지 아니라고 개인 주택에 피해를 주면 되느냐, 주민들의 조용히 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측은 “다른 유세지역에서도 조용히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경찰들이 나서서 막지는 않는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이러는 모양인데 예우 기간은 이미 끝났다”며 “선관위의 유권 해석이 있을 때까지 여기 있을 것”이라며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과 선거운동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선거운동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 후보 “전두환씨는 절대로 민노당 찍지 마라”

선관위와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정현정 후보는 진입 저지당한 골목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잠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부자에게 세금을’이라는 민노당 공약으로 우리의 의회 진입을 두려워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29만원뿐인 재산으로 우리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민노당 지지를 부탁하는 유세를 해왔으나, 저 집(전 전 대통령 자택)은 제발 민노당 찍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저 집에서 민노당을 찍으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서민들은 분유 한 통을 훔치고도 죄값을 치르는데, 몇백억씩 꿀꺽하고도 멀쩡한 이 나라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 후보는 “일인시위도 불가능한 이 곳은 성역”이라며 “도대체 국민들에게 뭐가 두려워서 이리도 막고 숨느냐, 전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것(추징금 1800억원)은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선관위에 연락을 시도하던 민노당 한 관계자는 “우리의 선거운동을 막는 경찰의 태도가 적법한지 선관위에 물으려 하는데, 선관위 측에서는 자꾸 답변을 돌리고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선관위의 태도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유세차량 접근이 저지된 가운데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경찰 경호구역(전두환씨 집앞)안을 지나가고 있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유세차량 접근이 저지된 가운데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경찰 경호구역(전두환씨 집앞)안을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선관위 지도계장 “경호방해 판단은 경찰 측에서 할 일”

오전 11시 25분 경, 민노당 측의 연락을 받고 서울시 서대문구 선관위 지도계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현장에선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경호하는데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일 뿐”이라는 경찰 측 주장과 “우리는 경호를 방해하지 않았고, 이는 명백한 선거운동 방해”라고 주장하는 민노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선관위 지도계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선관위 지도계장은 “선거운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이 곳에서의 유세가 선거운동을 위한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계장의 “다른 의도” 라는 말이 나오자 정 후보는 “전두환씨도 유권자이기에 제발 민노당 뽑지 말라고 알리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계장은 “유세가 경호를 방해한다면 유세를 막을 수 있지만, 경호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유세를 허락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이곳 경비담당자가 해야한다”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10여분 후, 경비담당자가 도착해 민노당 서대문갑지구당 최종두 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 부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기간은 끝났다”고 말하자, 경비담당자는 “전직대통령예우법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현재 다른 법은 적용기간이 끝났지만, 경호와 경비에 관한 법률만은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최 부위원장은 “우리는 경호를 방해하지 않았고, 경찰이 길을 먼저 막았다”고 주장했고, 경비담당자는 “이 공간은 경호 목적상 최소한으로 필요한 공간”이라고 반박했다.

“특별경호구역 범위가 어떻게 되냐”는 최 부위원장의 질문에 경비담당자는 “자체적 구역 설정”이라고 대답하고, “최종 책임자는 (서대문) 경찰서장”이라는 경비담당자의 말에 최 부위원장은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한 책임은 경호담당자와 서대문경찰서에서 질 수 있느냐”고 물었고, 경비담당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경찰의 통제에 의해 선별적으로 통행이 가능한 연희동 전두환씨 집앞 골목길.
경찰의 통제에 의해 선별적으로 통행이 가능한 연희동 전두환씨 집앞 골목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낮 12시, 정 후보 선거유세차량은 선거유세도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최 부위원장은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검토와 서대문경찰서에 자세한 상황을 알아본 후, 선거방해를 이유로 서대문경찰서를 고소할 것인지 추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노당 서대문갑지구당 부위원장 최종두씨는 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을 검토해 보니, 예우기간은 대통령임기 후 8년까지였다”며 “전 전 대통령이 현재 경비와 경호에 관한 법률만 적용받고 있다는 경비담당의 말은 틀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경찰서 경비과 관계자는 “법률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찰청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지정하는 인물에 한해 법적 경호를 받을 수 있다는 법률에 의해 전 전 대통령이 경호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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