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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조선닷컴의 초기화면
1일 오후, 조선닷컴의 초기화면
제목만 보고 든 의문점 세 가지. 2002년도까지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하기도 했던 진중권씨가, 그리고 기고문 대부분이 '조선일보 비판기사'였던 그가 설마 오마이뉴스를 일컬어 파시스트 언론집단으로 규정했겠는가.

또 설령 진씨가 순간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손치더라도 그것의 기사 비중이 <조선닷컴>의 메인면 머리기사 정도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나머지 의문점은 조선일보의 이 '특종뉴스'를 과연 다른 언론에서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조선일보 초판 보도] 'MBC 미디어비평 프로는 위험'
인터넷언론 등 진보적 언론에 대해서도 진씨는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이사) 기자가 '좋은 기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 사건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오마이뉴스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처음 보도에서 조선이 강조한 대목은 '오마이는 파시스트 언론'이었다
처음 보도에서 조선이 강조한 대목은 '오마이는 파시스트 언론'이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의문은 자연히 풀렸다. 먼저, 오마이뉴스가 창간된 때는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22분.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민주당과 분당해서 나왔고 올해 1월에 당 의장을 뽑았다. 기본적으로 어떻게 나중에 생긴 정당이 먼저 창간된 언론을 만들 수 있나. 그리고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법인데 진씨의 '오마이뉴스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파시스트 정당'이라는 발언을 놓고 봤을 때, 그렇게 말한 구체적인 근거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2일 대체된 조선닷컴 초기화면.
2일 대체된 조선닷컴 초기화면.
평소 <진보누리> 등에 올려진 진씨의 글로 미뤄볼 때, 조선일보 초판 보도는 여러 측면에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여러 의구심 때문에 <조선닷컴>의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기사는 대체됐다. 바뀐 기사 중에서 핵심은 '오마이는 파시스트 언론'이라는 대목은 쏙 빠지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이사의 발언이 '간접인용'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배달판 보도] 영상매체 영향력 커져... 이젠 견제해야
인터넷언론 등 진보적 언론에 대해서도 진씨는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이사) 기자가 '좋은 기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 사건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더라"고 비판했다.


대체된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다른 제목을 달았다.
대체된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다른 제목을 달았다.
왜,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기사가 대체됐는지는 오늘(2일) 오전 <연합뉴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오마이뉴스의 입장> 글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진보누리>에 올려진 진중권씨의 글을 보면 <조선일보>의 기자가 어떻게 취재했는지, 오연호 대표이사의 '없는 사건도 만들 수 있어야…' 대목도 어떻게 나온 것인지 확연해졌다.

[진보누리] 조선일보 기자가 왔다간 모양이군요(진중권)
조선일보 기자에게 전화가 왔습디다. 이제야 사실 확인을 하겠답니다. 그 다음에 기사를 좀 고친 모양이군요. 지금 집에 들어와 고친 기사를 보고 다시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했던 말도 맥락에 맞지 않게 연결시켜놓았더군요. 문제가 된 오연호 발언도 내가 인터넷에서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고 한 것인데, 마치 그걸 내가 직접 오연호한테 들은 것처럼 써놓았더군요. 그 부분, 항의했더니 기자 자신도 그렇게 들었다며 기사를 고친다고 합디다.


발언을 했다던 진중권씨도, 오연호씨도 <조선>의 보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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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조선일보의 오마이뉴스 음해기사에 대한 입장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악의적이었다면서 법정으로까지 가져갈 계획임을 밝혔다. 정작 '특종(?)' 보도를 한 <조선일보>에서만 '매 본 꿩처럼' 가만히 있을 뿐이다. 아니, 아무 소리도 없이 가장 문제되는 문장은 뺐고, 두 번째로 문제되는 문장을 '했다더라'로 바꿔놓았다. 지켜보던 독자의 심정은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처음 보도를 봤을 때 들었던 세 가지 의문점은 곧 풀렸다. 먼저, 다른 언론에서는 조선의 기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물론 편집국에서 판단할 문제이긴 하지만) 뉴스 가치도 현 상황에서 그다지 큰 기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진씨는 본인 스스로 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월 1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MBC 신강균의 사실은…'이 탄핵지지 문화행사에서 대통령 영부인에 대해 조롱하던 사회자의 발언을 '편집'했다고 거세게 비판한 뒤, '현장필름'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사실은…>에서는 4월 2일 방송 때, 무삭제 필름을 공개할 방침임을 밝혔다.

같은 언론에 대해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실어놓고 소리없이 '대체'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서 진정한 '편집'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면 지나칠까. 이번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측의 책임있는 대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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