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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정 대원
이완정 대원 ⓒ 김병희
이 상황에서 가장 침착해야 하는 사람들은 구조대원들이다. 이완정 대원은 침착하려 노력하며 추위 때문에 담요를 요청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점퍼를 벗어주고 구조에 들어갔다. 무심한 놀이기구가 굴절차를 내려치고 두 사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완정 대원은 다행히 바케스를 잡아 매달려 있을 수 있었다.

- 바로 옆에 있던 동료와 승객이 사고를 당한 직후였고 본인도 위급한 상황이어서 다시 구조 활동을 벌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고 이후 14명 승객들의 공포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들이 울부짖으며 구조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구조대원이라면 누구라도 지체할 틈이 없었을 겁니다.”

굴절차는 망가졌고 구조방법은 놀이기구 중앙에 나 있는 철 계단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만약 놀이기구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상황이 되면 계단을 오르는 구조대원들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행히 14명의 승객들은 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구조되었다. 예측불허의 상황은 이날 사고현장만이 아니다. 119 구조대원들을 부르는 현장 대부분이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은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다.

놀이기구 사고 이후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대원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대원 하중 때문에 놀이기구가 내려앉았다’, ‘왜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더 아프다.

당시 놀이기구에는 정원이 다 차지도 않았으며 이날은 안전장치를 할 경우 움직일 수 없으므로 구조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최정균 대장
최정균 대장 ⓒ 김병희
“구조대원들에게는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사람들이 정황도 모른 채 이야기 할 때 가장 힘듭니다.”

최정균 구조대장의 말이다.

굴절차에서 떨어졌던 조기익 대원은 현재 원광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다. 골반골절과 오른손 복합골절, 좌측어깨 탈골 및 골절을 입어 깁스를 했으며 오른손은 수술을 받았다. 병원측은 다시 복귀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5~6개월로 보고 있다. 최정균 대장은 그나마 이 정도 부상이길 다행이라며 천운이 따른 거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조기익 대원을 바라보는 이완정 대원은 누구보다 마음이 편치 않다. 조 대원은 2002년 개복동 화재당시에도 함께 구조활동을 벌였던 한 몸 같은 동료다. 사고 당시 곁에 있었던 그는 자신이 잘못한 일은 없었는지 병상에 누워있는 조 대원을 보며 자꾸 되묻게 된다.

이번 사고로 가족들의 염려도 크다. 이완정 대원은 아빠처럼 구조대원이 되겠다는 아들녀석이 한때 기특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절대 반대란다. 굴절차에 매달려 있던 사람이 막내아들이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 알게 된 어머니는 지금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계신다.

'우리 소방인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소방의 진정한 책무임을 깊이 인식하고 국민여러분께서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실 수 있도록 보다 질 높은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방서비스헌장’ 첫 글귀다. 많은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을 ‘119 구조대원’이라고 말할 만큼 119구조대원은 ‘용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번 놀이기구 사고와 같은 아픔은 있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자부심과 생명을 구했을 때 느끼는 보람도 크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아픔을 딛고 다시 촌각을 다투는 출동태세를 갖추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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