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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전남 영광군 가마미 해수욕장에서 열린 3.28 탈핵문화제. 주민들은 '마을 장례식'을 치르며 가마미 마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뒤 쪽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28일 오후 전남 영광군 가마미 해수욕장에서 열린 3.28 탈핵문화제. 주민들은 '마을 장례식'을 치르며 가마미 마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뒤 쪽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가마미 주민 불안해서 못살겠다. 이주대책 마련할 때까지 가마미 주민 안물러난다. 핵과 불안함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어."
"핵이 무서우니 가마미 주민 이주시켜주세요."
"해님 바람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바람과 태양의 나라에서 살고싶어."
"원전 5·6호기 폐쇄하라. 핵 도깨비 물러나라."


28일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가마미 해수욕장 한 켠에 넓직하게 펼쳐진 플래카드에 적힌 마을 주민들의 소망이 담긴 글귀들이다. 이들 주민들은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영광원전 5호기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건을 계기로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정부에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해수욕장에서는 가마미마을 이주대책위원회,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민주노동당, 반핵국민행동이 공동으로 '쓰리마일 핵발전 사고 발발 25주기, 3·28 탈핵문화제'를 개최했다.

3월 28일은 지난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쓰리마일 섬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난 최악의 날이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을 기리면서 한수원과 정부가 핵 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대체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가마미 마을 주민, 환경단체 회원 등 1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3·28 탈핵문화제'에서는 가마미 마을 주민들의 이주대책 요구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날 문화제에 가마미 마을 주민들은 '이주, 투쟁'이라는 글귀가 쓰여진 상복과 상투를 쓰고 참여했다.

마을 주민들은 가마미 마을 풍어제와 '가마미 마을 장례식'도 치렀다.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본 뜬 상여에 '방사능유출 웬말이냐 이주대책마련하라' 등의 글귀를 적어 원전 가동중단과 함께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가마미 마을의 황폐화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주민들 '마을 장례식'치러... "고향 버리겠다는 심정 아느냐"

문화제에 앞서 마을 주민들이 대형 플래카드에 "이주대책마련하라" "무서워서 못살겠다" 등 목소리를 담아 글로 표현하고 있다(왼쪽). 이들은 마을 장례식도 치렀다.(오른쪽)
문화제에 앞서 마을 주민들이 대형 플래카드에 "이주대책마련하라" "무서워서 못살겠다" 등 목소리를 담아 글로 표현하고 있다(왼쪽). 이들은 마을 장례식도 치렀다.(오른쪽)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영재(이장) 이주대책위원장은 '이주대책 선언문'을 통해 "영광 원전이 80년에 들어서면서 그렇게도 살기좋고 인심 좋았던 마을은 생태계는 물론 모든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생계터전이 조류가 바뀌고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책위원장은 "그것도 부족해서 영광 원전 5·6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이제는 마을 주민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아직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가동만 시키려고 한다"면서 "이런데도 원전측은 안전은 뒷전으로 미루고 전기장사에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문화행사를 연중 행사로 정해 지속적인 운동을 벌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숙희 부녀회장은 "가마미 마을은 흉물스러운 핵 발전소 때문에 죽음의 마을로 변했다"면서 "정들고 아름다운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심정을 아느냐"고 말하면서 "삶의 터전이지만 희망을 없어 마을을 떠나려 한다. 핵 없는 태양과 바람의 나라에서 살고싶다"고 희망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영광과 부안 핵폐기장반대군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달했다.

이현민 범부안대책위 집행위원장대행은 "영광과 부안, 고창이 따로 없다"며 "방사능 노출 사고를 은폐하고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핵발전 정책을 버리고 대체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반핵국민행동 등은 '탈핵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천세영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선언문에서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32개 중 미국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은 쓰리마일 사고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를 포기했다"며서 "한국 정부는 핵발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핵, 원전 가동 중단·핵정책포기"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어 "2003년 1월 영광 5호기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우리 사회도 대형 핵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원자로를 코 앞에 두고 사는 주민들에게 모든 핵발전소가 폐쇄될 때까지 불안과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주대책 마련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정부와 한수원측에 ▲핵 발전소 신규건설 중단 ▲가동 중인 핵 발전소 단계적 폐쇄 ▲국가전력정책 범국민적 합의절차 마련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으로 전환 ▲가마미 마을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탈핵 문화제에 참석한 가마미 주민들은 핵 발전소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에, 주 생계 수단이었던 관광(가마미 해수욕장)과 수산업이 "죽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영광 원전 5호기의 방사능 유출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불안감까지 주고 있다.

이동엽(65)씨는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때문에 뻘이 다 썩은데다 작년에 방사능이 유출했다고 하니까 해수욕장에 사람이 없다"면서 "원래 여기는 전남 3대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였고 고기도 많고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광규(46) 이주대책위원은 "방사능 유출 사건이후에 생계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누가 여기서 난 수산물을 사먹겠느냐"면서 "한수원에서는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땅을 개발해서 뭐하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노병남 범영광군민대책위 대외협력부장은 "원전이 들어선 이후 실제로 어획량이 이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줄었다"면서 "이러다 보니 출어 자체를 포기하고 있고 방사능 유출 사건이후 이미지가 좋지않아서 중간 상인들이 가마미에서 난 고기를 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과 이주대책을 위한 사전조사 요구에 한수원은 실태조사 등을 제안하며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광원전 영광 원전 5호기와 6호기의 방사능 유출과 열전달 완충판 이탈 등에 대해 독일의 응용생태연구소(Oeko-Institute)가 안정성 조사에 들어갔다.

전북, 원전문제로 대체어장 개발... 개발비 한수원에 요구

어업이 주업인 가마미 주민들은 핵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온배수로 인해 어획량이 줄고 고품질의 어종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전라북도의 대체어장에 대한 요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5일 전북도는 "영광원전 가동에 따른 온배수로 고창과 부안지역 연안 어장이 황폐화 함에 따라 대체어장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으로 인한 환경변화와 어업 활동 제약 등으로 어민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고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남 영광원전에서 배출되는 온수로 인해 고창과 부안지역 어민들이 어업활동에 막대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을 감안, 영광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에 대체어장 개발 예산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86년 8월부터 가동된 영광원전(6호기 가동) 온배수로 지금까지 고창과 부안지역 인근 어장 1094㏊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약 3천㏊ 규모의 바다목장형 대체어장 개발과 함께 우럭과 넙치 등 종묘방류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한수원측에 대체어장 개발비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군산대와 한국해양연구원은 영광원전측의 의뢰를 받아 원전 5호기와 6호기 추가가동으로 인한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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