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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27일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오마이뉴스 안현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은 촛불의 물결이다.

한쪽 팔에 아이를 휘감고 서 있으면서도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40대 아저씨에서 20대 젊은이들과 아스팔트 바닥을 지키고 있는 백발의 60대 어르신까지 충장로 삼복서점 앞 촛불문화제 현장은 나이와 직업을 뛰어넘은 대동한마당이었다.

촛불문화제가 이날로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시민들은 보름 남짓한 기간동안 '주권수호'를 위한 준엄한 항쟁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에 흐뭇한 표정이다.

시민들은 맨 바닥에 신문지 한 장을 깔고 앉으면서도 어느 때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갔다. 특히 어린애들 손을 이끌고 온 가족단위 참석자가 많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손에손 촛불을 움켜 쥔 시민들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상점 입구에 서 있는 시민들까지 참여자는 500여명으로 늘었다.

노래패 '청춘의 도시'와 '광주출정가'의 작곡가 범능 스님 등의 노래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 등을 모두 마치고 밤 10시 10분경 충장로 삼복서점 앞 촛불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광주전남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단은 단상에 올라 그동안 함께 해준 광주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조승현 상임 공동대표는 "행여 총선에 빌미가 되지 않도록 촛불문화제는 오늘로써 마친다"며 "서명운동은 앞으로도 더욱 활기차게 이어질 것이며, 촛불로 모아진 국민들의 뜻은 4월 15일 총선에서 보여주자"고 말했다.

촛불이라는 평화적 의식을 통해서도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준 시민들. 행사장을 깨끗이 정리한 시민들은 저마다 마음 속 촛불 하나씩을 남기고 뒤늦은 귀가를 서둘렀다. 오랜만에 촛불의 거리에 선 30∼40대 직장인들은 아직 못 다한 얘기를 안고 다시 소주 집을 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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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정치를 외면하면서 조용히 살아왔던 내 자신이 제일 부끄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 자신을 위해서도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린 남매와 부인 등 가족 4명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김흥식(41·월곡1동)씨. 그는 "애들과 함께 나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됐다"며 "비록 애들이지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정치를 혐오하면서 무관심해 왔는데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탄핵정국에 대해 나름의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다.

직장인인 이창래(37·중흥동)씨도 8살난 아들과 함께 촛불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씨는 직장 관계로 주말 촛불문화제에만 참석해 왔다고 말한다. 촛불문화제가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조그만 자리라도 같이 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이씨는 "정치인들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우리 정치현실이 너무 썩어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며 "전에는 나와 가족만 잘 투표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주변 사람들까지 더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만 잘 하는 것으로는 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며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곽병기(39·두암동)씨는 "그 동안의 촛불행사를 지켜보니 과거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던 금남로가 생각나 감회가 새롭다"며 "우리의 시민의식이 그만큼 성숙해 졌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이동춘(목포과학대) 교수는 촛불로 타 오른 국민적 의사표출에 대해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놀랍도록 성장한데 반해 현실정치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데 있다"며 "지금까지의 대의정치가 참여정치로 옮아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신 : 밤 8시15분] 경찰, 금남로 행사 불허... 삼복서점 앞에서 행사 진행

 경찰에 막혀 금남로로 진출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치르고 있다
경찰에 막혀 금남로로 진출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금남로 진출을 놓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시민들은 대치상태를 풀고 밤 7시 40분경부터 삼복서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지난 토요일에 열렸던 문화행사에 덧붙여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들을 규탄하는 집회도 겸해서 열리고 있다.

김재석 광주전남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7시부터 진행될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려 하는데 경찰들이 난입했다"며 "물품을 파손하고 시민들을 연행한 데 대한 책임을 반드시 경찰에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경찰의 강경 대응에 대해 의아한 분위기다. 김범준(42)씨는 "이렇게 강경하게 금남로 진출을 막으려면 지난주 토요일 행사부터 막았어야 되지 않느냐"며 경찰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이어 "경찰이 이렇게까지 대응한 것은 아마도 거대 야당의 눈치를 너무 보기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여곡절끝에 열린 촛불문화제는 시민들의 활발한 의사표현의 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7학번으로 광주 화정동에서 게임방을 운영한다는 윤모씨는 "3월 12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장면을 보고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며 "어떻게 세운 민주주의인데 하루아침에 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으려 한단 말이냐"며 야당을 비난했다.

윤씨는 이어 "오늘 촛불문화제가 마지막 행사일지라도 80년 5월의 민주열정을 잊지말자"고 소리높여 시민들의 호응를 받았다.

금남로 행사가 무산되자 주최측은 무대차량을 삼복서점 진입로에 대놓고 촛불문화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구성된 '아름나라 어린이 예술단'이 무대에 올라 앳띤 목소리로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자 삼복서점 주변을 오가던 시민들도 관심을 보이며 발걸음을 멈췄다.

어린이 예술단이 "정치를 잘해야 나라가 산대요"라며 인사하자 시민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아이들에게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1신 : 오후 6시 40분] 경찰과 격렬 몸싸움...경찰 피켓 등 빼앗아

 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 집회보장을 요구하며 도로 일부를 점거하자 경찰이 사복경찰 30여명과 전투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골목안으로 밀어냈다.
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 집회보장을 요구하며 도로 일부를 점거하자 경찰이 사복경찰 30여명과 전투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골목안으로 밀어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오마이뉴스 안현주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진행된 탄핵반대 촛불 문화제가 시작부터 경찰과 격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오후 5시 40분경 시민선전전을 마치고 촛불문화제에 결합하던 학생대열 50여명이 금남로 집회보장을 요구하며 한쪽 차선을 점거하는 하는 상황이 발생, 이를 두고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측은 동부경찰서 서장이 직접 나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들어갈 것을 주문했고, 학생들은 금남로 집회보장을 요구하며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은 사복경찰 30여명과 전투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강제로 골목 안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던 다수의 촛불문화제 용품과 피켓 선전물, 깃발 등이 경찰에 의해 강제 탈취 당하고 일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인도 안까지 밀어붙이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며 학생과 합류해 경찰 측과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학생과 시민들에게도 과잉반응을 보이며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광주전남 국민행동'의 촛불문화제 행사 기물 일부도 마구잡이로 회수해 일부 주최측의 행사 물품이 파손 당하기도 했다. 또 경찰의 갑작스런 진압에 흥분한 시민들이 유인물을 던지며 항의하자, 사복경찰을 동원 연행하려는 과정에서 다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예기치 않는 이날 충돌 상황으로 다양한 문화행사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촛불문화제는 상당부분 차질이 빚어졌다. 충돌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발길도 행사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촛불문화제의 분위기는 다소 격앙된 상태다.

이신 광주전남국민행동 조직위원장은 "오늘의 폭력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규탄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도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 삼복서점 앞 촛불문화제 주변에 병력을 겹겹히 배치한 상태다. 지난 20일과 같은 금남로 진출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7시 현재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과 학생들은 "평화집회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 발생한 경찰측의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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