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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김제 민주노동당 하연호 후보.
전북 완주·김제 민주노동당 하연호 후보. ⓒ 오마이뉴스 안현주
"농민들의 삶은 사면초가다. 농업과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30여년 동안 야학활동, 농민운동 등 사회운동을 해 왔던 하연호(51)씨가 17대 총선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는 한·칠레FTA 국회 통과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품고 국회입성을 기대하고 있다.

하연호 후보가 총선에 나선 완주·김제는 호남지역 선거구 중 민주노동당이 조심스럽게 당선가능 지역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하 후보는 전북대 농대를 졸업하고 농업교사로 교편을 잡다 78년 기독교농민회와 인연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농민회 활동을 해온 인물로 '농업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다. 하 후보는 농민회가 조직적으로 당선운동에 나서고 있는 '농민후보'다.

하 후보는 '당선가능성'에 대해 "완주군농민회는 어느 지역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어서 농민회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선거구가 농촌지역으로 인구비례로 보면 농민층이 높다. 농민층만 보면 70%∼80%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했다.

탄핵정국에 대해 그는 "국민을 이쪽 저쪽으로 가르고,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강요하고 있다"며 "정책을 올바르게 펴서 정치가 희망을 주고 그 것으로 평가받고 표를 찍어 달라고 해야 하는데, 패거리 정치로 바람을 일으켜 총선을 하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우리당 지지율 급등'에 대해 "열린우리당 역시 부정부패를 저지른 당이지만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상실감이 더 크다"면서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선 민심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 후보는 "유권자들 만나고 다니지만 총선 민심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고 말하고 "보병전은 잘되는데 공중전이 안된다"면서 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중심의 언론보도에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하연호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완주군 한 강가에서 가졌다.(탄핵안 가결 이후 질문은 서면으로 진행했다)

"총선민심? 참 난감하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 꾸준하게 농민운동 등 사회운동을 해왔다. 총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단적으로 말해서 농민들의 삶은 사면초가다. 이것이 총선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농업과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농민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

국회에서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입법기관인 국회로 들어가야겠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동안 농촌출신들을 국회에 보냈지만 자기들만 잇속만 챙기고, 진실로 농업과 농촌을 위해서 일한 사람들은 없다."

- 개인적으로 쉽지는 않았을텐데.
"사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전부터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정계 진출에 대한 권유가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농민운동 등 '(사회)운동'이라는 것을 삶의 이정표로 삼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밖에서 아무리 외치고 요구해도 법을 만드는 국회는 꼼짝도 않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출마문제를 두고 한 달여 동안 고심했다. 저보다 더 좋은 사람들도 있고, 농사짓고 농민운동하면서 살고싶었다.

그런데 완주군농민회가 제가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조직적으로 후보로 저를 결정해버렸다. 그리고 운동 선배들이 '농민들 다 죽게 생겼는데 자네만 그렇게 살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어서 '그래 한번 함께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게 됐다."

- 총선민심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총선 민심이요? 참 난감한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정치불신을 한 적 없다. 사실 저도 유권자를 만나고 다니지만 총선 민심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을 다니면서 '안녕하세요, 선거에 나왔습니다'고 인사하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아주 냉소적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농사꾼입니다. 농민후보입니다' 말하면 그때야 마음을 열어주었다."

- '농민후보'로 총선에 나섰는데 농민들의 지지는 어느 정도인가.
"이곳은 농촌지역이다. 농민들만 말하자면 100% 지지를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와 선거라는 것이 농민이라고 해서 그렇게 지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전망으로는 완주에서는 농민층만 보면 70%∼80%의 지지는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구가 농촌지역이고 인구비례로 보면 농민이 높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지지율을 전망하고 있다. 만나는 분들이 '이번엔 바꾸어야 한다' '농민들 잘 살수 있게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있고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만나면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완주에서는 50% 이상, 김제에서도 최소한 20% 정도는 득표하리라고 본다."

- 이번 총선은 민노당의 약진이 예상되는데.
"크게 보면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구조로 갈 것이다. 민주당 보다는 우리당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국회 진출의 교두보 확보라는 성과를 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지역구 뿐 아니라 정당지지 투표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국회 진출의 교두보는 충분히 마련할 것이다. 교두보가 마련되면, 민노당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기성 정치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가 될 수 밖에 없어서 한계를 가지겠지만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지방의원에서 진출한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농업위기, 농민 스스로 나서야...난 농업전문가"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중앙당에서는 울산지역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전북지역은 어떤가.
"전북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모두 5명 나왔다.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이것은 엄청난 발전이다. 중앙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호남지역은 '우리당과 민주당의 패권싸움'으로 말하고 있는데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가 농민들에게는 안 먹힌다. '부패하고 썩은 당 아니냐. 다 똑같다.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민심이 저의 선거전술이다. 특히 이 지역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 20년동안 한 곳이다. 완주·김제는 최근에 중앙당에서도 당선가능 지역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런 전망이 가능한 이유가 있나.
"애초에는 당선가능 지역으로 보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가능지역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완주가 이번에 김제와 선거구가 통합되면서 기대가 생겼다. 또 완주군 농민회의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완주군농민회는 전국적으로 농민회가 잘되고 있는 지역이다. 상당히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곳이다.

농민회 회원분들이 신뢰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미 완주의 현대자동차 등 노조와 12개 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이 똘똘뭉쳐서 현장에서 진작부터 (총선 준비)해왔다. 저는 복지문제, 교육문제 등에 참여해 지역운동을 하면서 기본적인 인지도가 있고 점차 대안적인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 선거운동은 주로 어떻게하나.
"저는 현장운동을 해왔다. 선거전에 임하면서 인지도 역시 현장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다른 후보들을 지켜보니까, 이전에 해왔던 대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지역 유지)들을 만나서 '분위기나 바람'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저는 가장 밑바닥 현장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흔히 '보병전'은 되는데 '공중전'이 안된다. 언론에서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예를들면 한 지방지가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을 하면서 기자회견에 대한 보도를 보았는데 운동본부 위원장인 제 이름과 사진은 아예 싣지를 않는다.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 농업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칠레에 이어서 다른 국가들과도 FTA 체결이 예상되는데.
"먼저 FTA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깨우쳐야한다. 이것을 단지 농업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 주식문제'로 봐야한다. 또 학자들의 말처럼 비교우위론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주식이라면 쌀, 보리, 닭, 돼지, 채소 정도가 될 것인데 이런 작물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 식량주권을 외국에다 맡기고 무엇을 하려고 것이냐. 우리는 외국 다국적 기업농에게 우리의 식량주권을 내 맡겨야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농민입장에서 보면 직불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가 있다. 농민-농림부-농협, 이 3자가 의지를 가지고 생산 계획을 함께 세우고 유통문제도 풀어야 한다. 생산은 농민이, 유통은 농협이 맡아서해야 한다. 그리고 농림부, 행정은 이에 대한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 참여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농업정책 등에 대해서 평가해 달라.
"방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코미디언 대통령 낳다'고들 한다. 자고 나면 말을 하도 쉽게하니까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으로 좋지않다. '그 사람 자기 쇼만 하지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의 인심이다. 그런데 탄핵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불안이 오지않느냐'는 우려가 있다.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불안심리 때문이다. 농업정책? 빵점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생존권은 지켜주면서 노사화합 이야기 해야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가난과 부자의 문제가 아니다."

"탄핵정국, 국민편가르기...우리당 거품빠질 것"

- 국회에 입성하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당연히 농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할 것이다. 농고를 졸업해서 대학 때 농과대에 다녔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농업을 가르쳤다. 현장에서 35년 동안 살아왔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하는 논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배운 전문성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장 출신 중에 전문성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감히 말하지만 나는 그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또 농촌문제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가 있다. 저는 농촌 특히 노인복지 문제와 교육문제 3가지에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농업과 농업정책의 판을 다시 짤 것이다. 농협 중앙회는 완전히 공룡이다. '아예 없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농협의 구조를 바꾸어야한다. 인적청산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농협 중앙회를 축소시키고 정부 위탁사업을 맡도록하면 된다. 그리고 농협이 은행처럼 신용사업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경제사업, 즉 유통에 적극 나서야한다. 이게 안 되면 우리나라 농업, 절대 안된다."

- 탄핵정국을 맞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문제, 서민들의 생활 안정에 대해서 힘을 모아도 안될 문제들이 많은데 '기 싸움'도 아니고 국민들을 볼모로 장난치고 있다. 아직 정치가 저능아 수준이다. 양비론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고 먼저 사과해야했어야 했다. 양쪽 다 정치력이 없는 것 같다. 필요하다면 투쟁할 수 있지만 대화와 협상을 할 때는 해야되는데, 탄핵까지 오게된 목적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서로간에 자기잘못을 인정하고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신임받도록 하면 된다."

-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기존 여당-야당 모두를 비판하고 있는데.
"참 기가 막힌 일이다. 보수 4당이 정치를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고 서로 떠밀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을 이쪽 저쪽으로 가르고,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강요하고 있다. 정책을 올바르게 펴서 정치가 희망을 주고 그 것으로 평가받고 표를 찍어 달라고 해야 하는데, 패거리 정치로 바람을 일으켜 총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심하다."

- 탄핵이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서는 좋지않은 상황인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리하게만 작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탄액안 가결은 보수 4당이 온통 자기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중한 결과, 국민의 입장을 무시한 상황에서 밀어붙인 결과다. 열린우리당 역시 부정부패를 저지른 당이다. 국민들은 이런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신보다는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상실감에 더 분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것을 알아야한다.

열린우리당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민심이 열린우리당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속에서 행해졌다는 점도 설득을 얻으면서 서서히 냉정함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거품이 빠지면서 '거기서 거기'인 보수정당이라는 본질이 더욱 명확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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