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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비례대표 2번으로 선출된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2번으로 선출된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한민국 1번 노동자'로 불리는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그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서 등원하게 된다. 그의 17년 노동운동의 결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단 전 위원장은 지난 15일 끝난 민노당의 비례대표 후보선거(일반명부)에서 1위를 차지했고, 여성후보를 홀수로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여성명부에서 1등을 차지한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에 이어 2순위에 배치됐다.

지난 17일 여의도 민노당사에서 가진 인터뷰에 단 후보는 그 동안의 바쁜 선거운동 탓인지 입술이 갈라진 채였다. 탄핵 관련 사항이 첫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단 후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폭거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조속히 탄핵안을 기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도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그는 "탄핵국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당한 상승세였던 민노당의 지지율이 탄핵국면의 영향을 받고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탄핵이 기존 정치세력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국민들이 충분히 알고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거품도 곧 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민노당의 국회진출은 진보정당이라는 구심을 갖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 노동계인사들의 개별적인 정치권 진출과는 달리, 노동자·서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희망 상임위를 묻는 질문에 단 후보는 "당선된 게 아니기 때문에 대답하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당차원에서 논의해 결정할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환경노동위에 들어가 노동관계법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재 당에서 의원단 운영규정, 윤리강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의원 개인이 세비를 임의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의원의 임금과 보좌관 문제까지 당에서 책임을 지고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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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단 후보와의 일문일답.

"민노당이 탄핵국면에 영향받고 있는 것 사실... 우리당 거품 곧 빠질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탄핵국면 어떻게 보나.
"탄핵국면이 초래됐다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불행한 일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탄핵 사유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어떤 개혁을 하지 않고, 민생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내지 못하고, 대통령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탄핵 사유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각종 민생 현안과 이라크 파병문제, 한-칠레 FTA 타결 등에서 뜻을 같이 했던 세력들 아닌가. 불명확한 측근비리혐의나 선거법 문제 가지고 탄핵을 시도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도 사태가 탄핵에 이르기 전에 국면을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측근 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진솔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면 이런 탄핵정국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탄핵정국이 민노당에는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플러스 마이너스 여부를 떠나 탄핵정국은 올바르지 않고 또 조기에 종료돼야 한다. 민노당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조속히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 탄핵안이 기각돼야 한다.

민노당이 탄핵정국에 일정한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탄핵국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민노당의 지지율은 상당한 상승세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탄핵은 기존 정치세력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고, 국민들도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민노당이 표명한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올바로 볼 것이다."

- 민노당이 탄핵정국에서 어정쩡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발의하고 가결 처리한 탄핵안은 명백히 잘못됐다는 게 민노당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지않을 수 있었음에도 국면을 이렇게 만들었고, 거기에는 분명 의도성이 있다고 본다. 상황이 분명 이런데 어느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고 할 수 없다. 둘 다 지적해야 한다. 민생을 담보로 이런 정치를 펼치는 것은 잘못이다."

- 4.15총선에서 민노당이 몇 석을 얻을 수 있을 걸로 예상하나.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투표 직전 여론조사 결과는 2% 안팎이었지만, 결과는 8%가 넘지 않았나.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많은 득표를 할거라고 보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에 쏠리고 있는 지지율의 거품도 빠질 것으로 본다. 개인적인 욕심이 섞였지만 민노당 비례대표 후보 중에서 10순위 안은 원내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지역구에서도 5~6석은 획득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 비례대표 선거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당원들의 성원과 지지에 고맙게 생각한다.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당원들이 보내준 한 표 한 표에는 희망과 기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당원들의 기대를 채워나가야할 막중한 책무를 느낀다."

-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현실 정치에 나서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해왔는데, 의회에 나가 의정활동을 펼치는 게 지금까지의 삶과 별개라고는 보지 않는다. 노동자가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이해를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대중 조직과 정치 조직 모두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임기 중에는 내가 국회의원이라든가 의정활동을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일은 하지만 그것을 내가 의정활동하며 할거라는 생각은 안했다. 그런데 위원장 임기 막바지에 내가 국회라는 공간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요구가 주위에서 있었다. 그 때에 지역구는 이미 늦었고, 당에서도 비례대표 얘기가 있었다."

"가족들은 정치하는 것 반대"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젊은 당직자들이 출마를 권하기 위해 갔을 때 부인께서 '또 감옥 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는데.
"가족들은 출마를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래도 오랜 시간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 처는 내가 가정으로 돌아와서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보다는 딸아이가 더 반대를 했다. 내가 비례대표 같은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구속과 수배 등을 당하며 살아온 과정이 마치 내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게 두렵다고 했다."

- 의원 선서할 때 어떤 옷을 입겠나. 민주노총 점퍼가 상징처럼 돼 있는데.
"일단 나는 복장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동안 노동자의 삶을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가장 편한 게 현재의 복장이다. '나는 노동자니까 양복은 안 입는다'는 식은 아니다.

전에 유시민 의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등원을 한 것은 나름대로 국회의 권위주의를 깨기 위한 행동일 텐데, 평소에 양복을 즐겨 입던 사람이 등원 첫날 그렇게 한 것은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것 같다. 나는 지금의 편한 복장을 좋아하지만,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평소에 입는 옷을 입고 등원했을 때) 국회가 복장에 시비를 건다면 그것은 국회가 잘못하는 거다."

- 합법의 테두리에 묶이게 되는데, 불법파업이라든가 폭력시위 등이 발생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불법파업'이나 '폭력시위'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적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측에 의해 유도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형식·법리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신중하게 표현돼야 할 문제다. 아무튼 그런 사태는 가능한 없어야 한다. 법제정이 필요한 부분은 법제정으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은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 의원으로서 꼭 만들고 싶은 법이 있다면?
"비정규직·실업·산재 등등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노동관계법이 있다. 그러나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무척 많다. IMF 이후에 (노동자 권리 확대에 있어) 후퇴된 부분도 많고, 오래 전부터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만들고 싶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시키고 싶다. 불안한 고용 상태가 아니라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이런 법안을 만들고 싶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세비 포함해서 보좌진들의 급여가 상당한 액수가 될 텐데.
"당에서 의원단 운영규정, 윤리강령을 준비하고 있다. 의원 개인이 세비를 임의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의원의 임금과 보좌관 문제까지 당에서 책임을 지고 운영할 것이다. 의원의 활동을 뒷받침하는데 드는 비용 이외에는 당의 정책개발 등에 쓰일 것이다.

기존의 의원들이 세비를 받아 마음대로 쓰는 방식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후원회 등의 문제도 당에서 종합해서 결정할 것이다."

- 어느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나.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당의 방침이 중요하다. 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임위를 판단해 전체 의원의 역할을 조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

-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클 텐데.
"상당히 부담스럽다. 전에도 한국노총 위원장 등 많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갔는데, 죄송스런 얘기지만 이 분들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는 활동을 했더라면 내가 이런 부담을 안 가졌을 것 같다. 단병호가 혼자 다 할 수 있는 슈퍼맨도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다 만족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지금까지 받은 비판·지적 중에 가장 아팠던 것은?
"(전노협 활동이) 노선없는 실무적인 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정권의 혹독한 탄압으로 상황이 힘들었다. 조직 내의 반목도 심했기 때문에 다양한 세력들을 함께 모아 나가는 게 중요했다. 운동하는 사람으로서는 힘들었다.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신랄하게 받은 적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만들어지고, 의회라는 공간으로 진보 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상당히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시기이고 시도라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공유하며 우리 나라에서 진보정당이 발전해 나가는 데 힘을 보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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