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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각 부문에 ‘개혁’이라는 대세에 힘입어 보수와 개혁의 끊임없는 갈등 구조가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우리의 장례문화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은 신·구방식의 우월성을 따지기 이전에 합리성에 초점을 맞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의 장례문화도 이제 “매장만이 절대적이다”는 식의 인식이 점차 사그라지면서 매장과 화장이라는 팽팽한 갈등 구조가 파괴되고 있다. 물론 국가적인 시책 차원에서 국토의 활용성 등을 고려할 때 화장은 단연 우리가 가야 할 개혁의 방향이다.

근래 충북도 제천시의 화장비율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화장을 터부시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혐오시설이라 하여 해당 주민들이 기피하고 있는 현상은 인식의 전환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풍속도를 대변하고 있다.

충북제천지역 화장률 33% 웃돌아

제천지역 화장 실태를 보면 지난 2003년 9월 기준 714명이 사망하고 이중 238명을 화장한 것으로 나타나 33.3%의 화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충청북도 화장률이 20% 초반대를 보이던 것에 비해 10% 이상 크게 웃돌고 있는 수치이다.

더욱이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제천지역은 2001년 화장률 26%와 2002년 30.7%에 이어 지난 해 33.3% 등 매년 평균 3~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제천지역에도 장례문화에 대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제천지역은 전체 사망자 대비 납골당 이용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 16.2%, 2002년 17.7%의 납골당 이용률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60위가 안치, 22.4%를 나타내 전년 대비 4.7%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장례식장 이용추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개나리공원묘원(공설묘지)의 연간 매장실적(관내)을 보면 지난 2001년에 69기를 2002년에 49기, 지난해는 36기를 매장한 것으로 나타나 화장률 증가에 반비례하고 있다.

매장을 해야만 ‘뼈대있는 집안’이란 인식자체가 서서히 무너져 합리성으로 초점이 맞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시립납골당 확충 절실

현재 시립 화장장은 2324평(7683㎡)의 부지에 화장장 70평과 화장로 3기가 시설되어 있어 1일 최대 12구를 화장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와 함께 납골당은 제1·2납골당이 건평 81평으로 건립되어 총 3500기를 봉안할 수 있다. 현재 2240기가 봉안되어 있어 64%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2년 6개월이면 납골당의 용량의 한계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천시는 화장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걸 맞는 장사문화의 정착을 유도하고 쾌적한 유택공간 마련으로 대시민 서비스를 신장하기 위해 10억원(국비 7억, 도비 1억5천, 시비 1억5천)을 들여 시립납골당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의 납골당 사업안은 송학면 포전리 594번지에 조성된 시립화장장의 현 관리사 위치에 지상 2층 연면적 1천㎡, 1만위를 안치할 수 있는 규모로 확충한다.

시는 4월초 착공에 들어가 금년 말 준공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해당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원만한 협의점을 도출하고 있지 못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시 행정 ‘누수’… 관계법령 ‘사문화’

장사등에관한법률 제8조(매장·화장 및 개장의 신고) ①항은 “매장을 한 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제천시는 2001년부터 2003년 9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매장신고도 받은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 법규상 개인묘지를 조성할 경우 해당 관청으로부터 사전묘지설치허가를 얻어야 하며 묘지 조성 후 30일 이내에 묘지설치신고를 해야 한다.

또 동법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묘지의 증가로 인한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 및 납골의 확산을 위한 시책을 강구·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묘지의 일제조사를 통해 그 설치 연한을 다한 묘지에 대해 설치를 종료를 명하고 유골은 화장을 거쳐 납골토록 관리·감독해야 한다.

장사등에 관한법률 제10조는 묘지의 일제조사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묘지 등 수급계획의 수립 또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무연분묘의 정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일정한 기간 및 지역을 정하여 분묘에 대한 일제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구하게 제정된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규를 이행하는 사례는 극소수로 유명무실한 번거로운 법령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홍보부족과 오랜 관습으로 인해 관계법령이 정착되지 못해 관리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꾸준한 계도를 통해 신고를 유도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묘지실태조사사업을 추진하도록 적극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영월군청 자체조사 ‘눈길’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현행 장사에 관한 법규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 속에서도 인근 지역인 영월군의 경우 묘지 파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월군은 지난해 3월부터 주천면사무소인 5천여평의 군유재산부지에 조성되어 있는 묘지의 현황파악에 나선 후 각 묘지에 대해 자진신고를 독려하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계도·관리에 나섰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2~3명의 직원으로 1개조를 구성, 여유시간을 활용해 8월까지 현장 실태 및 측량 등 현황파악에 나섰다. 현황파악을 마친 후 영월군은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영월군청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 2백여기의 불법묘지를 파악하고 자진신고 독려에 나선 후 지난달 말 현재 80여기의 묘지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다”며 “현황파악과 신고독려를 통해 연고자가 확인된 묘지는 대해 대부계약을 체결 대부료를 부과, 양성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관 의식개혁 전환 절실

공직사회에서도 장묘행정업무는 우선 기피대상이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더욱이 화장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가족에게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주위 사람의 멸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묘지와 화장·납골당은 우리 사화의 생활시설이 아닌 혐오시설로서 법규 아닌 법규로 지정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전 국토는 호화 분묘와 불법적인 개인 묘지로 둘러싸인 강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장사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01년 1월 시행되며 그나마 우리 사회의 심각한 장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였다.

개정법률안은 과거 관습적인 분묘기지권의 주장으로 불법 분묘의 정비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불법 묘지 설치자 및 설치기간 위반자에게 이행할 때까지 매년 2회씩 5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반복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불법 묘지 단속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보수와 개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시대의 조류를 역류치 못하고 장례문화는 기존의 오랜 관습에서 서서히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같은 대세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장묘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던 관계 법령은 그 시행에 있어 빠른 정착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의 수많은 묘지에 대한 현황 파악이 좀처럼 작은 사업이 아니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국가와 지자체의 꾸준한 계도와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으며 장례문화 인식전환에 대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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