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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희

유명연예인 다른 각도 통해 자신의 삶 투영

“연예인들의 ‘망가진’ 모습을 의도적으로 찍은 게 아니에요. 배우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는 그들 안의 다양한 모습들을 끌어냈을 뿐이죠.”

그것을 끌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을 불러 모아 촬영을 하는 게 어찌 쉬우랴. 개런티도 무엇도 없는 촬영이었다. 다행히도 15명의 연예인들은 조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씨의 피사체가 된 그들은 늘 같은 이미지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자신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작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터.

“제가 낯가림이 없는 성격이거든요. 걸걸한 목소리로 (웃음) 편하게 대하니까 그들도 편하게 생각하는 듯해요. 그리고 저의 ‘욕심’을 믿어줘요. 밤새 기다리고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며 찍으니까요. 사진 찍을 때만 같이 있으면 ‘몸짓에서 나오는 언어’를 건져낼 수 없거든요.”

흔히 사람들은 조씨를 ‘연예인 전문 사진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조씨는 연예인만 사진에 담아온 게 아니다. 15년의 카메라 인생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연세대 의생활학과 재학 중 사진동아리를 통해 최초로 카메라를 든 조씨는 대학 졸업 후 사진작가 김중만씨를 찾아가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다.

상업사진엔 염증…. 순수·진실 담긴 모습 찍고파

<한겨레21>, <길> 등의 잡지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인물사진도 찍었고, <보그>, <엘르> 등의 패션지에서 화보도 찍었다. 영화 촬영현장을 찾아다니며 포스터용 사진촬영을 했고 미국, 유럽,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자연과 인간이라는 피사체를 필름에 새겼다. 그리고 성현아, 이지현의 누드 화보 촬영도 했다.

“다시는 안 찍을 거예요. 상업성 속에서도 예술적 가치를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전시회 개최 등의 조건 등을 달았는데 이루어지지 않았죠. 누드 화보에 돈을 대는 사람들은 무조건 많이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간은 짧고, 작업량은 많고, 메커니즘의 문제가 많아요.”

ⓒ 조선희
조씨는 연예계, 패션계, 광고계 등에서 ‘상업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고충을 ‘염증’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자신이 좋은 것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사진‘가’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약속과 책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사진‘사’인 자신을 발견할 때 괴롭다는 것. 그렇게 촬영한 필름에는 순수도 진실도 감정도, 그 무엇도 새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사진이 좋다. 사진 없는 조선희의 삶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내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숨차게 내달려왔던 길을 돌아보며 숨을 가다듬는 여유를 배운 것이다. 에세이집 속에 자신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오는 5월에는 유소년축구대표팀 코치를 맞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도 한다.

“저나 그 친구나 제일 중요한 건 일이에요. 서로의 의미는 그 다음에 찾아요. 판에 박힌 결혼 과정이 짜증도 나지만, 열심히 살아야겠죠”라고 말하는 그는 내년쯤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충전’을 위해서다.

“무슨 유학’씩’이나 될지는 모르겠어요. 공부고 뭐고 다 팽개치고 ‘역마살’이 도져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할지도 몰라요”라며 털털하게 웃는 사진작가 조선희.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는 늘 카메라와 함께 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 조선희사진이야기

조선희 지음, 민음인(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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