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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오, 나영미씨 부부
김정오, 나영미씨 부부 ⓒ 권윤영
여수를 미항(美港)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단 아름답고 특별한 정취 때문은 아닌 듯 하다. 여수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 고장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입담 때문인 듯.

“갓김치 들여가세요.”
“안사도 좋아요. 맛만 보고 가시라니까요.”

여기저기 쉬이 눈에 띄는 갓김치를 보니 이곳이 남도(南道)긴 남도인가 보다. 돌산갓김치로 유명한 여수의 갓김치는 매콤한 향과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여수 금오산에 위치한 사찰 향일암(向日庵)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해를 바라본다’는 향일암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갓김치 가게를 지나쳐야 한다.

"갓김치는 여수가 최고!"
"갓김치는 여수가 최고!" ⓒ 권윤영
유난히 구수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나영미(39)씨는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다. 그동안 살아보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지난 2001년부터 고향인 여수에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수없이 고생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연신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갓김치는 우리 큰언니 가게고 저는 파는 것을 도와주고 있어요. 그동안 커피숍, 술집, 횟집 등 가게를 하다가 잘 안 되서 남편과 둘이서 노점을 시작했어요.”

그녀의 갓김치 가게 바로 옆에는 남편 김정오(45)씨가 붕어빵을 팔고 있다. 그는 고생만 시키는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말에 부부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좋기는요. 하나도 안 좋아요”라고 대답은 부정적으로 해도 표정은 좋은 눈치다. 새벽 5시면 장사를 위해 집을 나서는 부지런한 부부는 서로 의지하면서 잠을 떨쳐내고 장사를 시작할 수 있으니 든든함을 느낄 수밖에.

넉넉한 인심은 이들 부부의 자랑
넉넉한 인심은 이들 부부의 자랑 ⓒ 권윤영
이들 부부의 후한 인심은 어느 누구라도 알아준다. 아내는 향일암에 오르는 관광객이 추위라도 탈라치면 옷이고 목도리고 기꺼이 빌려준다. 비가 오면 우산을, 어두우면 랜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라도 내놓는다.

그녀의 베풂은 뜻하지 않은 보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난 주에는 추위를 타는 한 아주머니에게 코트를 빌려줬는데, 그 아주머니가 향일암에 올랐다 내려오면서 갓김치를 5만원어치나 사가더라고요. 그날 하루 종일 장사가 안됐었는데 그게 첫 개시였어요.”

후한 인심은 남편 역시 마찬가지다. 돈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는 받은 붕어빵 값보다 더 많은 붕어빵을 내놓는다. 오뎅이며, 번데기며 돈을 내지 않아도 마음껏 먹으라고 성화다. 젊은 사람이 배를 곪고 다니면 안 된다면서….

향일암에서 내려다 본 바다
향일암에서 내려다 본 바다 ⓒ 권윤영
“서민들이 놀러오면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저희 삶의 목표가 사람답게 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랍니다. 그게 사람 사는 맛이고 인생 아니겠어요. 저희 집 가훈은 바로 ‘인간다운 인간이 되자’에요”

향일암 아래에서 장사를 해도 바쁜 하루 일과 때문에 자주 오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아름다운 향일암은 항상 오르고 싶은 곳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지내는 하루 일과가 즐겁기만 한 이들 부부.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내 가게 하나를 가지는 것이 꿈이에요. 남편은 붕어빵을 팔고 저는 옆에서 갓김치를 팔 수 있는 번듯한 가게 말에요. 조립식 건물이라도 상관은 없어요. 그 꿈이 지금 저희 부부를 행복하게 해준답니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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